천 년 역사, 국내 최대 규모, 유네스코 등재까지! 진짜 대단한 ‘강릉 단오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필진 소개: 글도 쓰고 공연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하는 종합예술가 ‘릴리리’입니다. 콘텐츠 기획·제작 일을 하다 강릉에 눌러앉은지 어느덧 11년 차입니다.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은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강릉단오제가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 축제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저 역시 강릉으로 이주하기 전까지는 단오제가 이렇게 큰 행사인지 전혀 몰랐어요.

강릉 사람들에게 단오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한 해를 대표하는 큰 행사예요. 해마다 단오제 기간이 되면 남대천 일대가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이웃들이 다시 모여드는 특별한 시간이 시작되죠. 평소 조용하던 동네 골목까지 사람들로 북적일 정도예요.

단오장의 인파와 소원등으로 장식된 단오공원의 야경 ©릴리리 님


왜 강릉 사람들은 매년 단오를 손꼽아 기다릴까요? 천 년 넘게 이어져 온 역사부터 현지인만 아는 즐기는 법까지, 강릉단오제의 매력을 차근차근 소개해 드릴게요.

단오제는 음력 5월 5일 단옷날을 전후로 열려요. 올해는 6월 15일(월)부터 6월 22일(월)까지 개최되는데, 단오장은 이미 그 전 주말부터 이른 단오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저녁마다 북적인답니다.

올해 단오제는 ‘풀림’을 주제로 열려요. 축제 곳곳에서 그 의미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답니다. 요즘 들어 유독 일이 안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독자님이 계시다면, 오늘 잘쓸레터 이야기를 가이드 삼아 이번 단오제에 꼭 참석해보세요. 운이 술술 풀릴지도 모르니까요!

 

강릉 단오제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드림

강릉단오제는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축제로, 천 년 넘게 이어져 온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 종합 축제예요. 전쟁 중에도 단오제를 이어갔다고 전해질 만큼 지역민들에게 중요한 행사예요. 단오제가 열리지 않은 해가 한 번 있었다고 하는데, 그게 메르스가 유행했던 해였어요. 코로나 팬데믹 때도 온라인 행사와 등불 장식 중심으로 이어졌답니다.

행사 기간에는 굿과 풍물놀이, 관노가면극, 민요 등 다양한 전통 공연이 펼쳐져 볼거리가 풍성해요. 단오제 때 강릉 사람들이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신이 누구인지 미리 알고 행사를 방문하면 더 흥미로울 거예요.

강릉단오제의 역사와 설화를 공부할 수 있는 단오제전수교육관 교육동, 다양한 부스들 ©릴리리 님

강릉단오제에서 모시는 신은 대관령산신, 대관령국사성황신, 대관령국사여성황신 세 분이에요. 대관령산신은 신라의 김유신 장군으로, 과거 신라의 북방 경계선에 위치해 잦은 외적의 침입을 받았던 강릉의 지역적 특성상 신으로 모시게 되었답니다.

대관령국사성황신은 신라의 국사(國師, 국가에서 덕이 높은 승려에게 내리던 칭호)였던 범일 국사로, 예로부터 강릉에서 백성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셨던 분입니다.

대관령국사여성황신은 강릉을 혼자서 돌보기 힘들어진 국사성황신이 정씨 처녀를 아내로 맞이해 대관령국사여성황신으로 삼아 함께 강릉을 돌보게 했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관령에서 모셔온 국사성황신이 국사여성황신의 친정집인 ‘경방댁’에 들르는 것이랍니다.

‘경방댁’은 현재의 고용노동부 강릉지청 건너편에 있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한옥집으로, 사유재산이라 일반인이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강릉 IC로 들어와 강릉 시내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가게 되는 곳이라, 이 앞을 지나치신다면 한 번쯤 눈여겨보시면 좋겠네요.

강릉단오제 일정 & 제대로 즐기는 법
신에게 바치는 귀한 술, ‘신주’ & 수리취떡
  • 강릉 사람들은 단오가 오기 한 달 전부터 쌀을 모아 신에게 바칠 ‘신주’를 빚어요. 단오제가 열리기 전, 축제에 쓰일 신주를 빚기 위해 강릉 시민들이 십시일반 쌀(신주미)과 정성을 모으죠. 이때 쌀을 기부하면 단오제 기간에 완성된 신주를 받을 수 있어요.

    신주는 누구나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술은 아니에요. 단오제단에서 제사와 굿을 지낼 때, ‘신주와 수리취떡 맛보기’ 행사장에서만 살짝 맛을 볼 수 있는 귀한 술이지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신주 맛을 경험하는 것도 단오제의 묘미예요.
쫄깃한 수리취떡과 단오주 ©릴리리 님

‘신주’를 맛보지 못했다면 ‘단오주’ 
  • 신주를 맛보지 못했다면 단오주를 즐겨보세요. 단오장과 그 인근 식당 및 주점에서는 단오제 기간 동안만 유통되는 막걸리 ‘단오주’를 마실 수 있죠.

    방문객들이 1년치 감자전을 다 먹고 간다는 소문이 날 만큼, 감자전을 잘하는 단오장에서 감자전에 시원한 단오주 한 잔 드시며 축제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세요. 단오장에는 수많은 부스가 들어서며 감자전이나 막국수, 도토리묵 등 맛있는 먹거리를 판매하는데요. 현지인으로서 추천드리는 곳은 성당이나 각종 협회 등 단체에서 운영하는 부스입니다. 강릉 지역민들이 직접 준비해 판매하는 곳으로, 저렴한 가격에 맛도 괜찮은 편이라 축제 분위기를 가성비 있게 즐기기 제격이거든요. 인기 지역 식당 부스가 들어오기도 하니, 웨이팅이 길어 가기 망설여졌던 로컬 맛집이 있다면 단오제 기간을 노려보시는 것도 좋아요.

감자전이 되기를 기다리는 감자들과 이불 현수막 ©릴리리 님


단오장의 인기템은 의외로 ‘이불’?

  • 단오장에서는 먹거리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용품도 판매해요. 그래서 강릉 시민들은 단오장에서 1년치 양말을 다 사기도 한답니다. 특히 단오장에서 유명한 것은 이불입니다. 예로부터 이불을 저렴하게 팔기로 유명해서, 펜션을 운영하는 분들이 이불을 많이 장만해 가셨다고 해요. 단오장이 이불로 유명해진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단오제단에서 매일 밤낮으로 굿이 열리다 보니 집에 가지 않고 제단 앞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이 많아 이불 판매가 성행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답니다.
신통대길 길놀이 행렬 ©릴리리 님, 강릉단오제 유튜브

강릉 전 지역 마을과 단체가 행진에 참여하는 ‘신통대길 길놀이’
  • 단오제 기간 중 열리는 ‘신통대길 길놀이’도 큰 볼거리입니다. 신통대길 길놀이는 대관령에서 모셔오는 신이 깃든 나무, ‘신목’을 단오제단으로 모셔오는 ‘영신행차’를 선두로, 강릉 지역의 각 마을과 단체에서 다양한 콘셉트를 걸고 행진에 참여해요.

    길놀이는 ‘경방댁’ 앞에서 시작돼 단오장까지 이어져요. 행진이 진행되는 도로는 전면 통제되어, 사람들은 도로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자리를 잡고 행차를 구경하죠.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 장소는 ‘성내동광장’이지만, 북적이는 인파를 피하고 싶다면 행진이 있는 어떤 길거리에서도 재미있게 행차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행진은 강릉의료원 앞에서부터 ‘옥천오거리 – 금성로 – 성내동 광장 – 단오장 입구’까지 이어지니, 미리 지도를 확인해 보세요.

    올해 신통대길 길놀이는 6월 17일(수)로, 7시부터 약 3시간가량 공연과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혹시 택시를 타고 성내동광장에서 메인 행사를 즐기실 분들이 계시다면, ‘택시부광장으로 가주세요’라고 기사님께 부탁해 보세요. 강릉 사람들은 성내동광장을 오랜 옛날부터 ‘택시부광장’이라고 부른답니다.

단오제단에서 매일 벌어지는 신명나는 굿판
  • 단오제단에서는 대관령성황신을 모셔온 6월 17일 밤부터 매일 굿이 펼쳐집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3호 ‘단오굿’의 예능보유자이신 빈순애 무녀님의 굿은 정말 멋있어요. 단오굿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문화예술이기도 해요.
신명나는 굿판과 불꽃놀이 ©릴리리 님

소박한 멋이 있는 불꽃놀이
  • 불꽃놀이는 단오제 첫날과 마지막 날 예정되어 있어요. 6월 15일 오후 10시, 22일 오후 9시에 월화교에서 불꽃놀이가 있으니, 이 기간에 단오제를 방문하신다면 놓치지 마세요. 남대천 주변이라면 비교적 어디서든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단오장 내 야외무대인 수리마당에서는 강릉사투리경연대회, 청소년 댄스 페스티벌, 국외초청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이 펼쳐집니다. 수리마당에서는 강릉단오제의 전통 탈놀이인 관노가면극과 강릉학산오독떼기, 전통혼례 등 전통문화예술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요.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공연도 있습니다. 단오제전수교육관 공연동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관노가면인형극을 관람할 수 있으며, 민요경창대회, 무용경연대회, 밴드 및 국악 공연도 즐기실 수 있죠.

창포물에 머리 감기, 한복 입어보기, 부채 만들기 같은 전통 문화 체험부터 현장 백일장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공원도 마련됩니다. 미니 기차, 미니 바이킹, 에어바운스, 미니 보트 등 각종 놀이기구부터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동춘서커스 공연도 매일 관람할 수 있어요.

강릉을 대표하는 축제인 단오제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축제장으로 변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요. 7월엔 해수욕장이 있다면 6월엔 단오제가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거대한 축제의 장이 되는 그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꼭 한 번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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