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너무 어렵다고? 그럼 그냥 느껴 주말에 산책하러 가는 국립현대미술관 4곳 🎨

글, 잘쓸레옹 ‘유현’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한창이에요.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입장료가 무료거나 할인되는 곳도 많고요. 그런데 이런 소식을 봐도 “미술관은 좀 어렵던데” 하고 넘기신 분 계신가요? 저도 작품 앞에 오래 서 있어도 뭘 느껴야 할지 몰라 머쓱했던 경험이 있어요. 


저도 미술 지식이 깊진 않아요. 그저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좋아서 다니기 시작했어요. 특히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유명 핫플이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몇 년 만에 가면 사라져 있는 곳이 수두룩하잖아요. 특히 서울에서는요. 그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국립현대미술관이에요.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까지 다 합치면 40번은 갔더라고요. 속이 답답하던 퇴근길에 갑자기, 근처에 일정이 있을 때 겸사겸사, 혹은 날 잡고 하루 종일 미술관에만 있기도 했어요.


그렇게 자주 다니다 보니 알게 된 게 있어요. 작품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된다는 것. 그리고 몇 번 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걸리는 작품이 하나쯤 생긴다는 것도요. 그래서 주말마다 제 단골 산책 코스는 미술관이 되었답니다. 이번 주말, 저와 함께 ‘미술관을 느끼러’ 가보실래요? 

ⓒ어피티 유현


국립·시립 미술관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 5

  • ✅ 나랏돈으로 확보한 드넓은 부지에, 건축물은 멋스럽고
  • ✅ 대형 작품을 걸어야 하니 뻥 뚫린 층고를 경험할 수 있고
  • ✅ 값비싼 작품을 보관해야 하니 냉난방은 물론 습도까지 완벽하고
  • ✅ 물품보관함, 정수기, 화장실, 카페, 와이파이까지 편의시설이 다 갖춰져 있고
  • ✅ 직장인의 한 줄기 빛, 평일 야간 개장까지 하고요

생각해보세요. 층고 높은 카페는 엄청 시끄럽고, 층고 높은 집에 살면 냉난방비로 파산하잖아요. 그런데 미술관은 그 모든 조건을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제공해요. 국립·시립 미술관 입장료는 대부분 무료이거나 커피 한 잔 값도 안 하거든요. 심지어 전시실별 입장이라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어요.


사실 그동안 국현미(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현대미술이라 난해한 편이었어요. 미술에 관심 없는 분들에게 권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현재 열리는 전시들은 대중적이고 감각적이라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어요. 하나씩 소개해드릴게요!


군사기관의 변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위치: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 관람 시간: 월~일 10:00~18:00 / 수·토 야간개장 10:00~21:00, 추석 연휴 : 추석 당일(9월 25일)만 휴무
  • 현재 주요 전시: <서도호 Do Ho Suh> (26.08.27~27.02.09) 🔗예약 바로가기
  • 관람료: 서도호 전시 8,000원 | 통합권 10,000원 | 수·토 야간개장 시 무료 | 만 24세 이하·대학생 무료

© 유현


경복궁, 삼청동, 북촌 나들이를 가면 한 번쯤 봤을 건물이에요.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건물을 활용한 곳이라 요즘 건축물과는 다른 외관이 인상적이죠. 한복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 경복궁 옆에 위치해 있는데, 미술관 위쪽에서는 인왕산이 한눈에 보여요. 교과서에서 봤던 인왕제색도가 떠오르는 풍경이에요. 

© 유현


빽빽한 고층 건물 사이에서 숨통이 트이는 경관을 만날 수 있어요. 현재 가장 유명한 건 <서도호> 전시예요. 작가의 이름을 그대로 전시명으로 내걸었어요. 예약이 오픈되면 바로 마감되니 월요일 오후 6시에 시도하시길 추천해요. 혹시 해당 전시 예약이 마감됐다면 모든 전시를 볼 수 있는 통합권으로 예매하는 방법도 있어요. 현장 발권도 가능하지만 대기가 꽤 길어요. 그리고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 6시 이후 야간개장 때는 관람료가 무료랍니다.


👀 관람 전 알고 가면 좋을 것!

인기 많은 전시라 관람객도 정말 많아요. 하지만 직접 보면 왜 그런지 바로 이해하게 되실 거예요. 그림 같은 작품들이 전부 실로 만들어졌거든요. 두 눈으로 직접 봐도 안 믿길 정도예요. 실 드로잉 작품 외에도 총 500여 점의 설치, 영상, 드로잉, 아카이브를 볼 수 있어요. 미친(positive) 집요함이라고 할까요. 그게 또 너무 아름다워요. 이동 가능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천으로 집을 만들었는데, 집만 만든 게 아니라 문손잡이, 자물쇠, 수도꼭지까지 천으로 세밀하게 만들어냈어요. 색색깔의 그 작품들을 보면 말이 안 나와요.


참고로 서울박스에서 선보이는 〈아파트 A, 복도와 계단, 미국 뉴욕 웨스트 22번가 348번지, NY 10011〉은 12월 18일부터 시작해요. 이 전시는 2027년 3월 28일까지 이어지니, 겨울에 한 번 더 방문할 이유가 생겼죠? 

서도호 작품과 지하 1층 정원 © 유현


🌿 놓치지 마세요

지하 1층에는 1세대 조경가 정영선 선생님이 가꾼 정원이 있어요. 여기서의 산책도 꼭 해보세요. 그리고 요즘 국중박에 이어 국현미 굿즈도 예쁜 게 많아요. 미술가게에서 미감 가득한 굿즈로 마무리해보시길!


📍 근처에 이런 곳도 있어요

삼청동 주변엔 갤러리가 참 많아요. 바로 옆 국제갤러리에서는 단색화의 대가 박서보 전시가(26.08.24~10.18), 경복궁 쪽 현대갤러리에서는 제주를 담는 김보희 개인전이(26.08.26~10.18) 진행 중이에요. 갤러리 전시는 대부분 무료라 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요. 근처 안국, 북촌도 핫플이 넘쳐나니 주말 나들이로 추천해요!


덕수궁 속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 위치: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 관람 시간: 화~일 10:00~18:00 / 수·토 야간개장 10:00~21:00, 월요일 휴관, 추석 연휴 : 정상 개관 (휴무 없음)
  • 현재 주요 전시: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26.08.06~26.11.08)
  • 관람료: 2,000원 (덕수궁 입장료 1,000원 별도) | 수·토 야간개장 시 무료 (덕수궁은 수요일 입장료 무료) | 만 24세 이하·대학생 무료 

© 유현


서울에 조선시대 궁이 네 곳(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있는데, 저는 그중 덕수궁을 가장 좋아해요. 다 돌아도 다리가 아프지 않은 아담한 크기에, 다른 궁들이 비슷해 보이는 것과 달리 덕수궁은 돈덕전, 석조전, 중명전, 정관헌, 중화전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이거든요.


👀 관람 전 알고 가면 좋을 것!

덕수궁관에서는 그동안 한국 작가들의 전시를 진행해왔는데, 이번엔 이대원 작가예요. 저는 사실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알고 보니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은 화가 중 한 명으로, 원색으로 가득 채운 한국 풍경화가 유명하더라고요.

© 유현


그림으로 남아 있는 1960년대 한국 풍경은 살아보지 않은 그 시대를 짐작하게 해요. 파주 출신 작가라 파주에 사는 친구는 바로 어디인지 알아보는 그림들도 있었고요. 찬란한 원색의 강렬한 붓 터치에서 자연의 생동감이 느껴져요. 가볍게 산책하러 갔다가 작품에 푹 빠져 나왔답니다.


  • 🍁 덕수궁도 함께 즐기세요
    매주 수요일은 궁 관람이 무료이고, 수요일 저녁은 전시 관람까지 무료예요. 덕수궁에서는 수문장 교대식도 볼 수 있어요. 가을이면 덕수궁의 기막힌 단풍이 있고, 2023년 재건한 화려한 유럽풍 외관의 돈덕전, 9월부터 밤의 석조전 공연이 열리는 서양식 건물 석조전, 고종이 커피(가배)를 마셨던 정관헌까지 전부 매력적이니 함께 둘러보세요.

  • 📍 도보 5분, 여기도 꼭 가주세요
    덕수궁에서 도보 5분도 안 걸리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26.05.19~10.25) 전시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어요. BTS RM이 소장품을 대여해준 전시로도 유명해졌는데, 공간부터 작품까지 너무 좋으니 제발 꼭 가주세요! 덕수궁 돌담을 따라 정동길도 걷기 좋답니다.

덕수궁 속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 위치: 경기 과천시 광명로 313
  • 관람 시간: 화~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추석 연휴 : 정상 개관 (휴무 없음)
  • 현재 주요 전시: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 (25.10.02~27.01.03), <MMCA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Ⅰ, Ⅱ> (26.04.22~27.06.27)
  • 관람료: 통합권 3,000원,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무료, 만 24세 이하·대학생 무료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심은하 배우가 나오는 아주 옛날 영화가 있어요. 그 영화의 배경이 된 미술관이 바로 여기, 과천관이에요. 무려 올해 개관 40주년이라 텔레토비도 왔답니다. 부지도 정말 넓어요. 다양한 조각품이 놓인, 관악산이 보이는 야외공원이 드넓게 펼쳐져서 가슴이 뻥 뚫려요. 바로 옆이 서울랜드라 가끔 롤러코스터 타는 환호성이 들리는 게 묘하기도 하고요.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 옆이라 피크닉 장소로도 안성맞춤이에요. 코끼리열차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고, 4호선 대공원역에서 20분마다 무료 셔틀이 다녀요. 

© 유현


건물 자체도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중앙에 높이 솟은 원형 기둥 안에는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이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어요. 그리고 이 동그란 원형 전시실에는 때마다 그 공간에 딱 맞는 작품이 걸려요.


👀 관람 전 알고 가면 좋을 것!

지금 열리는 전시 제목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과 중국 작가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 에서 따왔어요. 100년의 시차를 둔 두 작품을 마주 세워, 우리가 미술을 볼 때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구성이죠. 

© 유현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같은 19~20세기 거장부터 바바라 크루거, 안젤름 키퍼까지 해외 작가 33명의 작품 44점을 볼 수 있어요. 그중 이건희컬렉션 16점과 소장 이후 최초 공개작 4점도 포함되어 있고요. 미술 교과서에서 보던 화가들의 작품이 엄선된 느낌으로 걸려 있는데, 특히 모네의 수련은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자리 잡고 있어요.

© 유현


<한국근현대미술 Ⅰ, Ⅱ> 상설전도 상설전답게 한국의 유명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최근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윤형근 작가의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화가의 방’을 재단장했어요. 특히 윤형근의 방은 그에 맞는 음악까지 나와서 몰입도가 남달랐답니다.


📍 근처에 이런 곳도 있어요 

서울대공원은 가을엔 단풍이, 봄엔 벚꽃이 만개하는 곳이에요. 서울랜드 놀이공원과 캠핑장도 유명하고, 근처 경마장도 주말 나들이 코스로 추천해요! 


🚌 하루에 세 곳을 다 볼 수 있는 무료 아트셔틀 

국현미의 아트셔틀버스를 아시나요? 서울관·덕수궁관·과천관 세 곳을 모두 관람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1일 4회 운영하고 있어요. (화~금요일 한정)

© 유현

  • 코스: 오전에 서울관 관람 → 12시 버스 탑승 → 덕수궁관 관람 → 더플라자호텔 후문에서 14시 15분 버스 탑승 → 과천관 관람 → 16시 버스로 서울관 복귀

저도 연차 내고 이용해봤는데 정말 쾌적하고 편했어요. 평일에 즐기는 완벽한 미술관 산책 코스로 추천합니다! 🔗운행 정보 확인하기 


담배공장의 재탄생,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 위치: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 관람 시간: 화~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추석 연휴 : 정상 개관 (휴무 없음)
  • 현재 주요 전시: <방혜자: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 (26.04.24~09.27)
  • 관람료: 2,000원 (방혜자 전시 외에는 무료 관람),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무료, 만 24세 

운전 연수를 마치고 가장 처음 운전해서 간 곳이 여기였어요. 서울, 덕수궁, 과천도 좋은데 청주는 얼마나 좋을까 너무 기대됐거든요.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어요. 청주국제공항, KTX/SRT 오송역, 청주터미널에서 버스로 접근 가능하거든요. 대한민국 어디서나 가기 좋은 위치라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추천해요. 

© 유현


청주관은 연초제조창으로 쓰이던 건물이라 외관부터 “여기가 진짜 미술관인가?” 싶어요. 가장 큰 특징은 ‘보이는 수장고’예요. 원래 수장고로 쓰려던 공간을 미술관으로 개관했다고 해요. 요즘은 국립박물관도 오픈 수장고 형태를 많이 선보이지만, 개관 당시엔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이라 굉장히 독특했어요.

© 유현


보이는 수장고, 개방 수장고, 보이는 보존과학실을 운영해서 그동안 출입이 제한됐던 구역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일반인이 들어가기 힘든 통제구역을 합법적으로 엿보는 느낌이라 색다르고 좋았답니다.


👀 관람 전 알고 가면 좋을 것!

저는 방혜자 전시를 보러 청주에 갔는데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화가이자 시인, 서예가였던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거든요. 

© 유현


‘빛의 화가’로 유명한 분인데,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을 익혀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공모에 당선되어 작품을 설치했어요. 그 작품을 재현한 걸 청주관에서 볼 수 있답니다.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한 작가라, 한국과 프랑스의 여러 미술관이 협업해 이 작품들을 한자리에 귀하게 모았어요. 그림에서 신비로운 기운을 느끼며 우주 한가운데 있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전시가 9월 27일까지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두르세요!


📍 근처에 이런 곳도 있어요 

금관을 볼 수 있는 국립청주박물관, 국내 최초 생츄어리 동물원인 청주동물원, 대통령의 별장 청남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의 도시 청주는 국현미와 함께 가볼 만한 곳이 정말 많아요.


미술관 산책, 한번 시도해볼 만하지 않나요? 참고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분관이 개관될 지역이 내년 상반기에 정해진다고 해요. 어디로 또 산책 가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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