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불닭볶음면’의 정체를 아시나요? 🌶️ 한국인은 못 사는 해외 한정판 불닭 ‘역수입’ 해봤다


글, 어피티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인들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정체불명의 미국인 청년 ‘잭슨’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한국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도 아니고, 한국어를 하는 사람도 아닌 그냥 평범한 미국인 청년이었죠. 더 이상한 건 한국에 잭슨이 자꾸 노출되는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는 거였어요. 심지어 잭슨 본인도요. 보통 이런 상황이면 서로 지나쳐가기 마련인데, 잭슨은 좀 달랐어요. 갑자기 쏟아지는 한국인 팬들의 관심에 화답하겠다며 한국에 대해 공부해 보겠다고 선언한 거예요. 그리고 그가 호기롭게 찾아간 곳이, 미국 현지의 H마트(H Mart)였습니다.

출처: @jaxonchapman

그곳에서 잭슨이 고른 건 ‘스위트 불닭볶음면’이었어요. 봉지에 매운맛 단계가 1단계로 표시돼 있는, 불닭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입문자 레벨에 가까운 제품이거든요. 하지만 잭슨의 인생 첫 한국 라면 도전기는 조리 방법이 엉망진창이었던 덕분에 실패처럼 보였어요. 댓글창은 물을 버려야 한다거나 소스를 반만 넣어보라는 둥 난리가 났고요. 그런데 그 수많은 훈수 댓글 사이에서, 정말 많은 ‘좋아요’를 받은 반응이 바로 “스위트 불닭볶음면은 한국인도 못 먹어봤어.”였답니다. 불닭볶음면의 종주국인 한국에 사는 한국인은 구경도 못 해 본 라면이 해외에서는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니요!

🧳 우리만 몰랐던 불닭! 캐리어에 담겨 한국으로 돌아온다?

스위트 불닭은 빙산의 일각이랍니다. 국가별 한정판 불닭이 생각보다 훨씬 많거든요. 

출처: 삼양식품

  • 한국엔 아예 없는, 해외 전용 불닭
    • 스위트 불닭볶음면 (미국)
    • 타코 불닭볶음면 (미국)
    • 똠얌 불닭볶음탕면 (미국)
    • 양념치킨 불닭볶음면 (일본)
    • 바나나 불닭볶음면 (중국)

  • 해외에서 먼저 팔리다 한국에 들어온 불닭 (해외 선발매 후 한국 역출시)
    • 야키소바 불닭볶음면(일본 출시 5개월 후 국내 출시)
    • 하바네로 라임 불닭볶음면 (미국 출시 1년 2개월 후 국내 출시)
    • 푸팟퐁커리 불닭볶음면 (중국 출시 6개월 후 국내 출시)

혹시 마트 라면 매대에서 분명 익숙한 불닭볶음면 봉지인데, 한구석에 조그만 캐릭터 호치가 캐리어를 질질 끌고 서 있는 그림을 발견한 적 있나요? 원래는 수출 전용으로 만들어 해외에서만 팔던 제품인데,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국내에도 출시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제품들은 한국에 출시되거든요. 그렇게 ‘역수입’된 제품일 경우엔 그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 캐릭터가 캐리어를 들고 있는 패키지를 만든다고 해요.

해외에서 판매 중인 목록을 쭉 보다 보면 한 가지가 눈에 띄어요. 유독 미국에 먼저 나오는 제품이 많다는 거예요. 미국이 불닭의 핵심 해외 시장이라는 점이 제일 크기 때문일 텐데요. H마트 같은 아시안 마켓 유통망이 촘촘하게 깔려 있고, 다인종이 함께 사는 나라 특성상 타코맛·똠얌꿍맛 같은 실험적인 조합을 던져 보기에 최적의 테스트 베드예요. 한 시장 안에서 멕시칸 입맛, 동남아 입맛, 백인 주류 입맛의 반응을 한 번에 볼 수 있으니까요. 

미국 현지에서 구매한 ‘한국에 없는’ 한국 라면들 ⓒ어피티


과연 맛은 어떨까요? 그리고 미국에 파는 불닭볶음면은 한국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이번에는 고영 PD가 미국 H마트에서 직접 한국에 아직 ‘역수입’되기 전인 미국 시장 한정판 불닭볶음면 3종을 공수해왔답니다!

🔥 미국 현지 H마트에서 만난 한국 라면들의 또 다른 얼굴
H마트의 라면 코너에는 심지어 국민 라면인 신라면조차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옵션이 훨씬 다양해요. 비건 신라면, 똠얌꿍 신라면은 물론이고 ‘팔도 프리미엄 곰탕라면’, ‘랍스타라면’, ‘삼양 맵탱 레드페퍼 치킨 고수맛’ 등 분명 익숙한 한국 브랜드인데 처음 보는 제품들로 가득하죠. 옵션도 다양하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라면끼리도 국내용과 수출용의 맛이나 구성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불닭볶음면과 신라면 포장지의 ‘할랄’, ‘비건’ 인증 ⓒ어피티

  • 인증이 곧 시장이다!
    미국 시장은 라면에도 할랄(Halal), 비건(Vegan), 코셔(Kosher) 같은 인증을 요구해요.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국가에서 할랄 인증이 없는 라면은 대형마트 매대에 오르지 못하고, 서구권의 비건 소비자층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카테고리거든요. 하지만 한국 시장은 무슬림이나 비건을 위한 라인을 따로 굴릴 만한 수요가 아직 크지 않죠.

  • 고기는 국경을 넘기 쉽지 않아요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는 가축 전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육류 및 육류 가공품 반입을 엄격하게 통제해요. 스프에 들어간 아주 미량의 고기 성분 하나 때문에 컨테이너 전체가 통관에서 발이 묶일 수 있는 구조예요. 그래서 삼양식품은 2016년 10월부터 국가별 육류 수입 규정과 까다로운 검역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고기 성분을 제외한 수출 전용 스프를 개발해 대부분의 수출용 라면에 적용하고 있다고 해요. 

  • 원료의 원산지가 다르기도 해요
    신라면은 국내 판매 봉지 라면의 경우 호주나 미국산 밀가루, 중국은 중국산이나 호주산 밀가루, 미국은 미국산 밀가루로 면을 제조한대요. 소스에 들어가는 고기의 원산지도 전부 다르죠. 국가별로 식품 규정 때문에 원료의 원산지를 변경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제품 레시피가 동일하더라도 맛이 달라질 수도 있어요.

실제로 미국에서 가져온 불닭볶음면 봉투를 뜯어보니, 먹기도 전에 눈에 띈 차이가 네 가지 있었어요.

  • 1️⃣ 면발 색 : 한국 면이 훨씬 노랗다
    나란히 놓고 보니 차이가 확 보였어요. 한국 오리지널 불닭볶음면(봉지면)의 면발이 미국 버전보다 훨씬 샛노랗습니다. 미국판(달콤한맛)은 색이 옅고 뽀얀 쪽에 가까웠어요. 성분표를 뜯어보니 비타민 B2(리보플라빈)에서 차이가 있더라고요. 한국 내수용에는 B2가 첨가돼 있는데, 리보플라빈은 그 자체가 강한 노란색 색소라고 해요.
확연히 드러나는 면 색상 차이 ⓒ어피티

  • 2️⃣ 감자전분 : ‘전자레인지용‘으로 설계된 미국 컵라면
    양국의 컵라면 겉면을 비교하다가 흥미로운 걸 발견했어요. 한국 불닭 컵라면은 뜨거운 물 붓고 기다리기가 정석이잖아요. 그래서 전자레인지 조리법이 따로 강조돼 있지 않죠. 그런데 미국판 컵라면 겉면에는 전자레인지 조리법이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적혀 있어요.
전자레인지 조리법이 추가된 미국 ‘타코맛’ ⓒ어피티

성분표를 보니 미국판(타코맛) 면발에 감자전분이 첨가되어 있더라고요. 감자전분이 있는 면은 전자레인지의 강한 열 조리 과정에도 잘 버텨 쫄깃한 식감을 유지한다고 해요.

  • 3️⃣ 소스 점도 : 주르륵 & 꾸덕
    한국 오리지널 불닭 소스는 주르륵 흐르는 묽은 액상이에요. 그런데 미국판 ‘스위트 불닭’의 소스는 찐득한 양념치킨 소스처럼 묵직하고 걸쭉하더라고요.
소스 점도의 차이 ⓒ어피티

  • 4️⃣ 건더기 형태 : 섞느냐, 따로 넣느냐
    한국 불닭볶음탕면은 건야채가 파우더 스프 안에 함께 섞여 있어요. 그런데 미국 똠얌꿍 버전은 플레이크가 별도 봉지로 동봉돼 있었어요. 또 타코맛 컵라면은 건양파와 건토마토 플레이크가 면과 함께 들어있었고 한국 오리지널 컵라면은 별도의 플레이크가 없었죠.
(좌) 타코맛의 플레이크, (우) 불닭볶음탕면과 똠얌꿍탕면 구성품 차이 ⓒ어피티

 👅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 타코맛 불닭볶음면 (컵라면) 🌮🌮🌮
    입에 넣자마자 옥수수 냄새와 커민 향이 미친 듯이 치고 들어와요. 칠리 향도 살짝 얹혀있어서 타코 먹는 느낌이 그대로 나더라고요. 야끼소바를 빵에 끼워 먹는 것처럼 면을 또띠아에 싸 먹고 싶은 느낌이랄까? 커민의 풍미 때문에 불닭의 매운맛은 향신료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평소 커민 향을 좋아하지 않는 고영 PD는 젓가락을 내려놓았지만 평소 타코를 즐겨 먹는 시식단은 무척 마음에 들어했답니다. 향이 센 음식을 못 먹는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강할 것 같은 느낌?

(좌) 오리지널과 비교, (우) 파슬리 가루가 보이는 타코맛 불닭볶음면 ⓒ어피티


  • 달콤한 스위트 불닭볶음면 (봉지라면) 🍬🍬🍬🍬
    매운맛 1단계라고 적혀 있지만 생각보다 매콤해서 놀랐어요. 그런데 끝맛에서 솜사탕 맛이 나더라고요. 후첨 플레이크에 결정이 굵은 별사탕 같은 것이 숨어있었거든요. 덕문에 매운맛이 지나간 혓바닥 위에 녹은 설탕의 단맛을 은은하게 얹어 줘요. 설탕이 들어간 대신, 오리지널에 들어가는 김가루와 깨 플레이크가, 스위트 불닭에는 아예 빠져 있었답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꾸덕한 소스의 모습 때문에 매콤달콤한 양념치킨 맛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오히려 오리지널의 매력이 잘 살아있는 맛이었고요. 설탕 덕분에 자극적인 맛이 많이 중화된 초심자 버전의 불닭볶음면이었어요. 국내 출시되면 위에 부담 없이 매운맛을 즐기고 싶을 때, 사 먹을 것 같았습니다.

(좌) 오리지널과 비교, (우) 스위트 불닭볶음면의 후첨 플레이크 ⓒ어피티

  • 똠얌맛 불닭볶음탕면 (봉지라면) 🍲 🍲🍲
    조리 마지막에 넣는 후첨 가루를 넣자마자 라임과 레몬그라스 향이 집안 가득 퍼졌어요. 동남아 음식에 익숙하지 않다면 레몬 방향제를 들이마시는 느낌이 들지도? 똠얌꿍 하면 떠오르는 그 깊고 진한 국물 맛은 살짝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고요. 달콤 시큼한 맛인데 불닭소스 특유의 기름기가 조금 있어서 언밸런스한 느낌도 약간 있었고요. 플레이크에 양배추와 당근, 청경채가 들어 있는 점도 독특했어요. 레몬그라스가 남긴 초반의 충격을 넘기고 나면 라임의 이국적인 산미에 묘한 중독성이 생겨요. 자꾸만 당기더라고요. 국내 마늘 불닭볶음탕면이 더 진한 맛은 있었지만 자꾸만 국물을 떠먹게 되는 건 똠얌맛이었답니다.

(좌) 오리지널과 비교, (우) 양배추와 당근, 청경채가 들어간 똠얌 버전 ⓒ어피티

화려하고 자극적인 미국 한정판 3종을 모두 해치운 뒤, 한국 오리지널 불닭볶음면과 비교한 결과…? 우승자는 한국의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이었답니다. 미국 버전을 맛본 뒤 익숙하던 불닭볶음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은 순간, 깜짝 놀랐어요. 후첨 플레이크에 들어가는 ‘김’과 ‘깨’의 향이 이렇게 강했는지 처음 알았거든요.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둘의 조합이 매운 불닭 소스의 멱살을 붙잡고 가는 느낌!

미국 한정판과 국내 오리지널 중 승자는 (우)오리지널! ⓒ어피티


미국 제품에는 깨와 김가루가 모두 빠져있었거든요. 미국 한정판을 먹다가 다시 오리지널을 맛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장식용 고명에 가까운 깨와 김이 오리지널 불닭의 정체성이 되는 핵심 향신료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역시 한국인 입맛엔,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이 최고!


잘쓸레터에서 소개한 ‘역수입’ 불닭볶음면 소식, 어땠나요?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다음에는 신라면 버전, 초코파이 버전, 메로나 버전 등 다양한 역수입 아이템으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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