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독자: 프로그램 자동매매 이놈들! 😡
어피티: 왜 화를 내고 계신 거죠?
the 독자: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주범이라고 해서요.
어피티: 그럴 때도 있지만, 프로그램 매매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차근차근 설명해 드릴게요. 🤗
프로그램 매매는 말 그대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주문을 내는 거래 방식이에요. 사람이 매번 판단해 주문을 넣지 않아도, 조건이 맞는 순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거래를 실행하죠.
개인투자자도 넓은 의미의 프로그램 매매를 활용하고 있어요. 증권사 앱에서 제공하는 자동주문 기능을 쓰거나, 특정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매수·매도하도록 설정해두는 것도 비슷한 원리예요.
기관투자자가 많은 종목을
동시에 사고팔 때 필요해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거래는 프로그램 매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빠르고, 큰돈을 여러 종목에 나눠 넣기 쉽고,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정해진 규칙대로 주문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증시에 들어오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는 개인처럼 마음에 드는 종목 몇 개만 골라 사고파는 경우가 드물어요. 운용하는 자금의 규모도 훨씬 크죠. 수백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전략에 맞게 움직여야 해요.
이런 규모의 자금을 사람이 직접 주문하기는 어려워요. 수백 개 종목을 동시에 사고팔아야 하는데, 주문을 넣는 사이에도 주가는 계속 변하거든요. 시간이 조금만 지체돼도 계획한 비율이 어긋나고, 작은 오차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럴 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큰 주문을 여러 번으로 쪼개고, 거래량이 많은 시간대에 조금씩 주문을 내보낼 수 있어요. 미리 정해둔 방식대로 거래를 나눠 실행해 시장 충격을 줄이는 거예요.
그래서 프로그램 매매는 특별한 투자기법이라기보다,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는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거래 방식에 가까워요.
대규모 자동 주문이 몰리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요
이렇듯 평소 프로그램 매매는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는 역할 해요. 문제가 되는 건 프로그램 매매 자체라기보다, 대규모 자동 주문이 한 방향으로 몰릴 때예요.
예를 들어 코스피200 ETF에서 1조 원이 빠져나간다고 해볼게요. 해당 ETF 운용사는 코스피200을 구성하는 200개 종목을 정해진 비율에 맞춰 팔아야 해요. 여기에 코스피200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나 인버스 ETF도 영향을 받아요. 이 상품들도 목표한 수익률 구조를 맞추기 위해 자동으로 주문을 내야 하거든요.
그러면 비슷한 종목에 매도 주문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어요. 여기에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펀드나 단기 매매 프로그램까지 같은 신호를 감지하면, 자동 주문이 더 많이 쏟아져요.
원래라면 지수가 1% 정도 밀릴 상황이었는데, 프로그램 매도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2~3%까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거예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오늘 프로그램 매매가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라는 뉴스가 나오게 돼요.
다만 프로그램 매매는 시장을 흔든 최초의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생긴 흐름을 더 빠르고 크게 만든 요인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프로그램 매매 때문에 지수가 크게 움직였다는 뉴스를 보면, 먼저 어떤 사건이나 자금 흐름이 프로그램 주문을 움직였는지 함께 살펴보는 게 좋아요.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는
다르게 읽어야 해요
증권사 리포트나 경제뉴스를 보다 보면 “오늘 프로그램 순매도는 대부분 차익거래였다”, 혹 “비차익 매물이 많이 나왔다”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해요. 둘 다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으로 주문을 내는 거래지만, 거래하는 이유가 달라요.
먼저 차익거래는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는 거래예요. 여기서 현물은 지금 시장에서 사고파는 실제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뜻하고, 선물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한 계약을 말해요. 둘은 같은 대상을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벌어지면 다시 좁혀질 가능성이 있어요.
차익거래는 바로 이 틈을 노려요. 한쪽이 비싸고 다른 한쪽이 싸다고 판단되면, 비싼 쪽을 팔고, 동시에 싼 쪽을 사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선물이 현물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면,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싼 현물을 사고 비싼 선물을 팔 수 있어요. 벌어졌던 가격 차이가 다시 좁혀질 때 수익을 얻는 거죠. 이론적으로는 시장 방향을 맞히기보다 가격 차이만 이용하는 거래에 가까워요.
반면 비차익거래는 선물 시장과 연결하지 않고, 현물 주식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사고파는 프로그램 매매를 말해요. 여러 종목을 바구니에 담아 한 번에 거래한다고 해서 ‘바스켓 매매’라고도 해요.
예를 들어 코스피200 ETF에 돈이 새로 들어오면 운용사는 코스피200을 구성하는 여러 종목을 정해진 비율대로 사야 해요. 반대로 ETF에서 돈이 빠져나가면 그 종목들을 비율에 맞춰 팔아야 하죠. 연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인덱스 펀드가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도 이런 비차익거래가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두 거래는 다르게 읽어야 해요. 차익거래는 선물과 현물 사이의 일시적인 가격 차이를 맞추는 과정에 가까워요. 시장이 좋아서 샀다거나, 나빠서 팔았다고 해석하기에는 조심스러워요. 반면 비차익거래는 실제 자금이 현물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거나 빠져나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요. 비차익 매도가 크게 나왔다면 ETF 자금 유출, 기관의 비중 조정, 대형 펀드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있었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