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같은 아파트, 같은 동, 다른 층에 사는 ‘재택러’는 일주일에 얼마 씀?

글, 잘쓸레옹 캐슈너트 님
📌 코너 소개: ‘씀’은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는 유학생, 퇴사 후 소비 패턴이 달라진 사람, 독특한 주거 형태에서 살아가는 사람까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주일 소비생활을 기록하는 코너예요. 돈을 얼마나 아꼈는지, 얼마나 잘 썼는지만을 따지지 않아요. 대신 누군가의 소비를 들여다보며 소소한 재미와 생활의 힌트를 얻고, 때로는 서로 위로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Q. 자기 소개 해주세요!
  • 저는 재택으로 주 5일 일하는 30대 중반 직장인입니다. 저는 주변에서 들으면 신기하다는 소리를 할 정도로, 조금 독특한 형태로 거주하고 있어요. 갑자기 독립을 하게 되면서 어느 지역으로 이사를 할까 고민했었는데요. 제가 가진 돈으로는 서울에 전세도 얻기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친한 친구가 매매해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가 너무 좋아보이는 거예요. 
같은 구조의 아파트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의 (좌)친구집, (우)캐슈너트의 집 ⓒ캐슈너트

경기도의 15평 작은 소형 구축 아파트인데 역세권이고 동네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냥 “나도 너네 아파트에 나도 살고 싶다.” 하고 말했더니 친구가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어서 오라는 거 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물을 알아봤더니 마침 딱! 운명처럼 친구와 같은 동에 전세 매물이 나왔길래 바로 계약해버렸어요. 참고로 친구와는 3층 차이가 납니다!
 
Q. 내 소비 패턴의 특징이 있다면?
  • 저는 본가에서 독립해 나왔던 터라, 빌트인 가구가 있는 오피스텔에 들어가지 않으면 가전을 전부 새로 사야 할 위기에 처했었는데요. 비용이 부담되어 걱정했더니 친구가 자신의 집에 있는 세탁기와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을 써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삼성 ‘큐커’를 애용하는데 주방이 좁아 놓을 자리가 없어서 가스레인지를 떼고 그 자리에 두는 바람에 조리할 공간도 없었거든요.

친구 집에 빨래하러 가는 모습, 인덕션을 사용하는 모습 ⓒ캐슈너트


그래서 친구 집을 빨래방처럼 이용하되, 바쁜 친구의 빨래를 대신 해주기도 하고, 인덕션을 이용하는 대신 식료품은 주로 제가 시켜서 채워두는 편이에요. 저는 재택이 많아서 집에서 밥을 먹는 편인데, 친구는 야근이 잦아 회사에서 점심과 저녁을 대부분 먹고 오는 편이라 집에서 요리를 거의 안 해먹거든요. 그래서 제가 2인분을 해서 반절을 따로 남겨두면 친구가 아침이나 야식으로 먹기도 해요. 이렇게 서로 필요한 걸 채워주는 방식이라 서로 불편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좌)친구집 수납함, (중)캐슈너트의 수납함, (우) 공동 반찬 냉장고 ⓒ캐슈너트


그리고 물건을 쟁여두는 편이에요. 냉동식품도 자주 먹는 건 세일하는 걸 볼 때마다 구매해요. 스킨케어 제품도 같은 걸 최소 2병씩은 미리 챙겨야 하고 치실과 칫솔도 6개월 치 이상 수납함에 보관하지 않으면 불안하거든요. 친구도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는데 다만 취향이 달라서 즉석밥부터 치약까지 모두 따로 사고, 가끔 휴지나 키친타올이 1+1 할 때는 나눠 가지곤 해요.


Q. 특별히 신경 쓰는 소비 분야가 있나요?
  •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저는 먹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아요. 그래서 엥겔지수가 높은 편이에요. 입맛도 까다롭고 유행하는 간식이나 음식은 바로 따라 사 먹어봐야 하죠. 대신 건강을 생각해 집에서 자주 해 먹으려고 해요. 다행히, 친구의 부모님과 저희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반찬 덕분에 집밥 걱정은 없어요. 두 집에서 김치를 받아먹다 보니, 김치 종류만 해도 파김치, 석박지, 깍두기, 묵은지 등 김치 종류도 다양하답니다. 제가 먹을 복 하나는 타고났나 봐요.

월요일 (79,400원)

이날은 회사에 출근했어요. 저는 지하철을 탈 때면 꼭 자판기에서 결명자(1,800원) 페트 음료를 뽑아 마셔요. 회사에서 일하다가 점심을 먹고, 사무실이 답답해서 카페에서 일하려고 이동했어요. 카페에서 음료와 디저트(15,000원)를 사 먹으면서 컬리 배송을 시켰어요. 


마침 강민경 유튜브 채널에 ‘안키모 김밥’ 레시피가 올라왔더라고요. 제가 아귀 간을 워낙 좋아해서 너무 먹어보고 싶었어요. 필요한 재료를 모두 구매하고, 좋아하는 명란 오이 두부 비빔밥 재료, 닭가슴살, 알룰로스, 세일이 뜰 때마다 쟁여두는 베키아에누보 ‘마녀스프’를 여러 팩 주문하니 34,590원이 나왔어요.

ⓒ캐슈너트


저녁에 친한 언니들과 문래동에서 약속이 있어서 이동했어요. 수제 맥주와 피시앤칩스를 먹으며 수다를 열심히 떨고 집에 귀가했답니다. 그런데 약간 출출해서 친구랑 냉동해 뒀던 마녀스프랑 빵을 제로 맥주 안주 삼아 나눠 먹었어요.


화요일 (25,987원)

눈 뜨자마자 일하는데 출출해졌어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에서 ‘천연 위고비’가 유행하는 걸 봤어요. 계란 두 알을 올리브유와 같이 먹으면 포만감이 크다고요. 그래서 계란 삶기는 귀찮고 배민 비마트로 구운란이랑 방울토마토, 양배추, ‘꼬북칩 신상 바비큐 & 치미추리 소스’, 대파 등을 구매(25,987원)했어요. 계란에 아끼는 비싼 올리브유와 말돈 소금을 뿌려 먹으니 정말 맛있더라고요! 

ⓒ캐슈너트


저녁으로는 친구 집으로 내려가서 두부와 대파에 집에 있던 참치 두 캔을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어요. 부모님들이 보내주신 김치가 너무 시어서 찌개를 끓이지 않으면 먹기 힘들더라고요. 내려가는 김에 빨래도 좀 하고 집안일을 하니 저녁이 훌쩍 지났어요.


수요일 (151,790원)

아침에 또 ‘천연 위고비’를 해 먹고 다른 지역에 행정 업무를 처리할 게 있어서 택시(30,800원)를 타고 이동했어요. 대중교통을 타면 1시간 30분이 걸리는데 택시를 타면 40분이 걸리더라고요. 택시 아저씨랑 친해졌더니 통행료 천 원은 깎아주셨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택시를 타기엔 양심이 없는 것 같아서 근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7,200원)를 탔어요. 

ⓒ캐슈너트


이동하는 길에, 이번에는 컬리에서 반숙란을 샀어요. 천연 위고비 하겠다고 구운란을 샀더니 약간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반숙란으로 먹어보고 싶더라고요. 배송비를 맞추기 위해 마녀스프도 몇 개 더 구매하고, 두부랑 햇반, 머스타드 소스도 더 샀어요.(34,590원)

대학 후배를 만나기로 해서 ‘매드포갈릭’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파스타 쿠폰을 사용해서 인당 3만 원에 배부르게 먹었어요. 후배에게 커피와 케이크는 사주고 싶어서 폴바셋(19,200원)에 갔고요. 집에 그냥 가기 아쉬워서 같이 타로카드를 보러 갔어요. 질문 세 개를 했더니 3만 원을 받으셨는데 약간 용하신 것 같기도…? 궁금한 게 조금 해소되는 기분이었어요.


목요일 (124,390원)

아침으로 이번에는 방울토마토와 반숙란으로 ‘천연 위고비’를 또 해먹었어요. 구운란보다 반숙란이 더 맛있더라고요.

ⓒ캐슈너트


업무를 마친 후, 저녁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꽃집에 들렀어요. 만나기로 한 언니가 임신을 해서 축하 선물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언니가 강남에 새로 생긴 ‘차지’ 밀크티가 궁금하다고 해서 2잔을 앱으로 미리 주문해 뒀어요. 주문하고 받는 데만 3시간 걸렸어요.

가는 길에 결명자차(1,800원) 사 마셨고요. 밀크티를 기다리는 동안 ‘떡도리탕’을 먹었는데 언니가 사줬어요. 대신 커피(10,800원)는 제가 샀어요!

ⓒ캐슈너트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올리브영에서 생리대(1+1)와 닥터텅스 치실, 조르단 칫솔(1+1)을 여러개 구매(21,840원)했어요. 아직 남아있기는 한데 두어개 밖에 안 남아서 불안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새로 산 스누피 치마에 어울리는 티셔츠를 탑텐에서 콜라보레이션해서 판매하길래 두 장(30,200원) 구매했어요.


금요일 (93,100원)

점심에 눈썹문신 리터치를 받으러 갔다가 배고파서 틈새라면에서 주먹밥과 빨개떡을 사 먹었어요.(10,500원) 그리고 은행 업무가 있어서 택시를 왕복으로 탑승(14,000원)했죠. 집 근처 카페에서 차도 한잔(5,900원)하고 돌아오는 길에 피자집에서 테이크아웃하면 피자를 할인 판매하더라고요.

ⓒ캐슈너트

어차피 혼자 다 못 먹으니까, 친구랑 나눠 먹을 생각에 일부러 큰 사이즈를 시켰어요.(17,900원) 친구 퇴근 후 나눠 먹었답니다. 


자기 전에 누워서 인스타를 보는데 너무 귀여운 티셔츠 광고가 뜨는 거예요! 6월에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그때 입으면 좋을 것 같아서 두 개 구매했습니다.(44,800원)


토요일 (41,538원)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친구가 제가 사둔 재료로 안키모 김밥을 만들어뒀다고 집으로 내려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신나게 가서 먹었어요. 그런데 약간 느끼하더라고요. 당분간 안키모는 안 먹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집에 있던 신라면 골드를 끓여 먹었는데 이것도 맛이 약간 희한하더라고요? 그래서 속을 달래줄 간식을 사기위해 비마트로 ‘라라스윗’ 1+1 아이스크림이랑 과일 등을 시켰는데 배송비를 맞추려고 비타민 영양제도 시켰어요.(30,538원)

ⓒ캐슈너트


오후에는 몸이 조금 안 좋아서 약국에서 약(11,000원)을 사먹고 동네의 유명한 삼계탕 집에서 한방 삼계탕을 포장해 먹었어요. 집에서 골골대고 있으니 친구가 불쌍하다고 나가서 사다 줬답니다. 친구랑 가까이 사니 이런 점이 외롭지 않고 좋아요.


일요일 (0원)

아침에는 친구가 저희 집에 와서, 집에 있는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려서 얼려뒀던 버터떡을 나눠 먹었어요. 점심으로는 친구 집에 가서 명란 오두비를 해 먹고 싶었는데 친구가 오이를 싫어해서 부모님이 주신 무생채를 대신 넣었고, 마침 새우볶음이나 멸치볶음 같은 마른 멸치도 빨리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 다 때려 넣고 비볐어요. 어쩌다 보니 그냥 비빔밥이 되었는데 이 조합도 나름 어울리더라고요? 

ⓒ캐슈너트


배가 너무 불러서 친구와 같이 산책을 했는데 친구가 빵을 먹고 싶다며 동네 빵집에서 몇 가지를 구매했고, 냉동 크림스프를 데워서 같이 찍어 먹었어요.

ⓒ캐슈너트

먹다 보니, 뭔가 느끼해서 매콤한 떡볶이랑 와플이 먹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인 중독’에서 햅쌀 와플이랑 국물 떡볶이를 시켰는데 이것도 친구가 배달시켜 줬어요. 국물 떡볶이 양념이 남을 것 같아 좀 아깝더라고요. 냉동해 둔 떡국떡을 더 넣고 조금 양을 불리고 치즈도 뿌렸더니 딱 좋았어요. 덕분에 풍족하게 주말을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30대 중반이 되니,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을 해서 주말에는 오히려 만나는 약속을 하기가 쉽지 않아지더라고요. 그래도 가까이 마음 맞는 친구가 사니, 주말이 심심하지 않아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문제는 같이 계속 뭘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보니까, 둘 다 살이 자꾸만 찌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좋아요!


Q. 소비로그를 작성한 소감은?
  • 솔직히 제가 일주일에 돈을 이렇게 많이 쓰는지 몰라서 너무 충격받았어요. 한 달 카드값을 따져보면 얼추 비슷하게 쓰는 것 같기는 한데 돈이 식비로 정말 많이 새고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택시도 줄여야 할 것 같네요. 매일 카드값 내고 나면 현타가 오더라고요. 딱히 손에 남는 물건도 없는데 왜 이렇게 남는 돈이 없을까? 싶어서요.

    참고로, 제가 핸드폰 게임에 현질을 많이 하는데요. 소비로그를 작성하면서 한 주에 얼마를 썼는지 모아봤더니 한 게임에만 34,700원을 썼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 달 기준으로는 10만 원도 넘게 쓴다는 이야기라, 너무 소름 돋아서 바로 앱을 지워버렸죠

    더 무서운 점은, 씀을 작성한 주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거나 평소보다 더 많이 쓴 느낌이라거나 하지 않았는데 50만 원 가까이 썼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너무 안일했던 것 같아요. 제가 1+1이나 할인쿠폰에 정말 많이 흔들리는 편인데 자주 사는 제품이 평소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면 무조건 사야 직성이 풀리더라고요. 정말 안 좋은 습관인 것 같아요. 소비로그를 작성한 덕분에 스스로 반성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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