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조선시대 과거시험 ‘핫플’답다! 가고 또 가도 먹고 즐길 게 넘치는 ‘문경’ 여행

📌필진 소개: 인천에 거주하며, 지역 방방곡곡 출장 다니는 마케터 써니 라고 합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과거 길과 관련된 유명한 속설이 하나 있어요. ‘추풍령을 넘으면 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미끄러지며, 문경새재를 넘으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

영남에서 시험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에 있는 추풍령과 죽령은 이름의 어감이 불길하다 하여 선비들이 기피했고, ‘문경(聞慶)’이라는 이름에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는 뜻이 담겨 있어 문경새재를 넘어가기를 고집했다고 해요. 장원 급제를 꿈꾸던 선비들의 부푼 발걸음이 숱하게 오갔다는 문경. 생각해보면, 저도 문경에서 유독 좋은 기억을 많이 얻고 갔던 것 같아요.


저와 제 친구들 모두 영남 출신이라 이 동네가 무척 익숙해요. 학교에서는 체험학습으로 문경새재를 자주 방문했고 심지어 친한 친구가 소문난 ‘문경 덕후’인 덕분에 친구 따라 성인이 되고 나서도 수차례 이곳에 놀러왔었죠.

‘문경 덕후’ 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 캡처


최근에는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촬영지로도 이름을 알렸는데요. 문경에는 문경새재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이제 곧 수확을 맞이할 문경의 특산물, 감홍 사과도 있고요. 전국에서 가장 높은 패러글라이딩 이륙장도 있고 살짝 아래에는 문경의 행정 중심지이자 구도심인 ‘점촌’도 있거든요! 지금부터 친구 따라 ‘문경 덕후’가 된 제가 문경부터 점촌까지, 이곳만의 매력을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문경 필수 코스 뉴욕제과, 문경의 57년 된 사과나무 ©써니, 오아플


문경인 듯 아닌듯 문경 인 ‘점촌’에 대한 짤막한 상식

‘점촌’은 ‘문경’이었다가 아니었다가 도로 ‘문경’에 속하게 된 지역이에요. 1985년까지는 점촌읍, 문경읍, 가은읍 등이 모두 문경군 안에 속해 있었으나, 석탄산업 발달로 점촌읍의 인구가 5만 명을 초과하면서 문경군에서 분리된 점촌시로 승격됐거든요. 하지만 이후 많은 탄광들이 폐광되며 인구가 점점 줄어들었고, 1995년에는 점촌시와 문경군을 합친 도농통합 문경시로 변경되었어요.

과거 점촌역과 역전의 모습, 출처: 문경문화원


‘점촌역’은 작은 규모에 비해 꽤 이름이 알려져 있어요. 1920년대에 지어진 역으로 벌써 1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거든요. 석탄산업 때문에 70년대에는 점촌역을 찾는 사람들이 일 평균 1,700여 명이 넘었다고 해요. 그래서 역 인근에는 시장과 상점가가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하는데요. 한때 번성했던 탄광산업은 저물고 점촌역을 찾는 발길도 크게 줄었지만, 아직까지 그 시절의 재미있는 식문화는 남아있답니다.


광부들이 즐겨 먹던 약돌돼지와 족살찌개

미세먼지 가득한 날에 돼지고기 기름으로 목의 먼지를 쫙 내리라고들 하잖아요. 문경에 오면 ‘약돌돼지’는 꼭 드셔야 해요. 과거 탄광의 광부들 또한 몸 속에 탄가루를 제거하고자 이 지역에 돼지고기 소비가 유난히 많았다고 해요. 그렇게 탄생하게 된 문경의 대표 향토음식이 바로 약돌 돼지와 족살찌개랍니다.

 

약돌돼지는 경북 문경시 가은읍 일원에서만 나는 희소 광물인 ‘거정석(약돌)’을 곱게 갈아 사료에 섞어 먹여 키운 특수 돼지고기로, 일반돼지보다 식감이 쫄깃하고 돼지 특유의 냄새가 없어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고 해요. 돌을 먹여 키운 돼지라니, 신기하고 재미있지 않나요? 제가 방문한 가게도 고기가 쫄깃하고 부드러워 정말 별미였어요.

김식당 약돌 삼겹살과 한우리식당 버섯 족살찌개, 출처: 업체 제공

 

  • 📌김식당: 현지인이 가득하던 부드럽고 쫄깃한 약돌 삼겹살&목살 맛집이에요. 이곳에서는 돼지 앞다리살(족살)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광부들의 하루 피로를 풀어주던 문경의 대표 향토음식, 족살찌개도 꼭 드셔보세요. 얼핏 보면 김치찌개 같은 맛인가? 했는데 그 얼큰함과 칼칼함이 김치찌개와 비교 불가! 담백하고 단단한 쫄깃함의 돼지 앞다리살 매력을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 📌한우리식당: 진하고 구수한 얼큰한 맛이 일품! 버섯 가득한 족살찌개와 문경 광부 도시락도 맛보세요. 

 

지역민과 관광객이 아침 7시부터 줄 서는 전국구 찹쌀떡, 뉴욕제과 

©써니

뉴욕제과는 전화를 무려 400~500통 해야 예약 가능하다는 찹쌀떡 맛집이에요. 점촌에서도 차를 타고 시골 안쪽 길을 달리다 보면 갑자기 아침 댓바람부터 남녀노소 줄을 선 빵집이 보이는데요. 이름은 ‘제과’지만 오직 찹쌀떡과 찹쌀 도넛(하루 10개 한정)으로만 승부하는 곳이에요. 직접 푹 끓여 쑤신 달지 않은 팥소에 떡 반죽을 마치 베이글처럼 한번 데쳐내어 쫄깃하게 만드는 게 이 집의 비결이라고 해요. 


점촌에서의 아침식사는 ‘고디국’으로 

©써니


의심스러운 초록빛의 무언가가 잔뜩 올라간 해장국, 처음 보시는 분들은 비주얼에 놀랄지도 몰라요. 사실, 올갱이 해장국은 충청도 향토 음식이에요. 올갱이의 정식 명칭은 ‘다슬기’이지만 경상도에서는 ‘고디’라고도 하죠. 고향이 경상도인 저에게는 엄마가 밤새 민물가에서 친구들과 조명 비추며 잡아와 해주셨던, 시원함이 일품인 ‘고디국’이 최고였어요. 점촌에서 맛 본 올갱이 식당의 ‘고디국’은 그 시절 엄마가 해주던 그 맛과 참 비슷하더라고요. 해장이 필요할 때 꼭 이 집 고디국을 드셔보세요. 부추를 가득 넣은 속 풀리는 이 맛은 한번 맛보시면 잊기 어려울 거예요.


한국의 융프라우, 단산의 문경 활공랜드 패러글라이딩

문경에서 먹고 마시며 힐링하다 보니, 몸이 근질거리더라고요. 그래서 찾게 된 액티비티가 바로 패러글라이딩이에요. 문경에는 해발 956m의 ‘단산’이라는 곳이 있어요. 알고 보니, 이곳에 위치한 문경활공랜드의 이륙장 높이는 해발 866m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고 하는데요. 트럭을 타고 구불구불한 높디높은 산길을 한참 올라가면, 발 아래로 뻥 뚫린 파노라마 뷰가 펼쳐져요. 전문 파일럿님과 함께하고 날씨에 따라 운영해 안전하게 문경의 진짜 절경을 즐길 수 있었답니다. 

©써니


서울에서 퀵비 20만 원 주고 배달 주문한다는 팥 라떼, 솔베이지

아침 일찍 여는 카페가 없을까? 싶어서 찾아보다가 우연히 솔베이지를 발견했어요. 매일 오전 7시, 직접 삶은 팥으로 뜨끈한 팥 라떼와 녹두 라떼, 팥빙수로 아침을 여는 카페예요. 이 집의 팥 맛은 워낙 유명해서 서울에서도 비싼 퀵비를 내고 주문하기도 한대요. 매장에는 ‘팥라떼를 먹고 가야 문경에 와본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앤틱한 가구와 소품들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반겨줘요. 알고보니 멋이 남다르신 60대 주인분이 배우와 모델을 겸하며 운영하시더라고요! 살짝 쌀쌀한 아침 공기와 함께, 여행을 정리하며 마시는 팥라떼는 진하고 은은한 달콤함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써니


57년 된 나무 한 그루에 달리는 사과는 몇 개?

문경하면 역시 사과가 가장 유명한 특산물이죠. 문경의 한 사과 농장에 갔다가 정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여러분, 50년 넘은 사과나무 한 그루에 과연 사과가 몇 개나 열릴 것 같나요? 100개? 500개? 정답은 무려 1,800개랍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보는 크고 예쁜 사과들은 보통 수령 3~15년 정도의 젊은 사과나무에서 수확해요. 아무래도 어린나무일수록 관리가 쉽고 열매도 둥글고 예쁘게 맺히니까요. 하지만 나이를 먹은 사과나무는 차원이 달라요. 뿌리가 땅속 깊은 곳까지 뻗어 내려가면서 숨겨진 미네랄과 수분을 가득 끌어올리거든요. 그래서 열매 크기는 조금 작을지 몰라도, 맛과 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낸다고 해요. 마치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고급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그런데 문경에는 수령이 50년 넘은 사과 나무에서 고품질의 사과를 소확하는 농가들이 많이 있다고 해요. 곧 9월, 10월에는 문경에 빨갛게 잘 익은 사과가 가득 열리는데요. 특히 당도가 높고 가을철 딱 3주 정도만 열리는 문경의 감홍 사과는 10월에 맛볼 수 있어요. 


구도심의 매력과 향토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점촌도 구경하고 선선한 가을 날씨에 여유롭게 문경새재를 산책하면 조선시대 선비가 부럽지 않겠죠? 이번 가을, 문경을 꼭 찾아보세요. 분명히 만족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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