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시점에 중동 한복판에 위치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반미 노선을 지향하며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이란의 이슬람 신정 정권도 미국을 악마로 규정하며 미국을 비판했고요.
이러한 지역 정세는 사우디 석유 공급망까지 위협할 수 있었어요. 만약 아랍 국가들과 전통적인 반미 국가인 이란까지 합세해 이라크를 중심으로 미국에 맞선다면, 미국의 에너지 안보는 물론이고, 패권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마저 흔들 수 있었어요.
석유 공급의 핵심 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이라크 전쟁 결국 미국은 2003년 3월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는 구실로 이라크를 침공했어요. 지상군까지 투입해 이라크의 반미 정권을 무너뜨렸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또한 막심한 손실을 감내해야 했어요. 이라크 점령은 작전 26일 만에 이루어졌으나, 점령 후 통제가 문제였어요. 무려 4,500여 명의 미군 사망자가 발생했어요.
미국이 자국민 수천 명을 희생시키면서 지키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중동이라는 거대한 석유 공급 기지를 미국의 영향 아래 두고자 했던 것이죠.
미·중 패권 경쟁의 중심에 놓인 석유 오늘날 미·중 패권 경쟁을 이해할 때도 중요한 것이 석유예요. 2010년 이후 미국은 셰일 혁명을 거치며, 사우디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었어요. 반대로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예요. 게다가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 등 지정학적으로 위험이 큰 지역을 거쳐서 원유를 수입해요. 이것은 중국의 치명적 약점이죠.
중국은 석유 공급망의 취약성을 극복하고자,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는가 하면, 중남미까지 가서 투자와 차관을 제공하고 석유를 확보하는 이른바 ‘자원외교’를 펼치고 있어요. 2024년 기준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량의 거의 절반은 중국으로 향했어요. 중국이 가까운 중동을 두고, 비싼 운송료를 감내하면서까지 중남미 원유를 수입하는 이유는 미국이 주도하는 석유 공급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서예요.
확보가 아닌 지배를 위한 전쟁 지난 2월 28일,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궁극적 동기도 결국 중동 지역의 석유예요. 물론 미국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된 2018년 이후 석유 공급원으로서 중동의 중요성은 줄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대부분 ‘내수용’이에요. 반면 사우디, UAE, 쿠웨이트 등의 석유는 ‘수출용’이죠. 특히 사우디는 글로벌 석유 공급자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중국은 중동에서 에너지·투자·안보 협력을 넓히며 미국을 견제해 왔고, 이란 역시 그 지역의 대표적인 반미국가예요.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와 주변 산유국들이 중국이나 이란 쪽과 가까워진다면 세계 에너지 질서를 뒤흔드는 문제를 넘어 미국 중심의 패권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어요.
또 전 세계에서 중동의 석유는 달러로 거래되고 있어요.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지켜주는 ‘페트로 달러’의 중요한 축이죠. 만약 사우디가 중국의 위안화나 다른 통화로 석유를 결제하기 시작한다면, 달러의 지위는 흔들릴 수 있어요.
석유는 여전히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자원이고, 강력한 제재 수단이며, 상대국의 힘을 제한하는 무기예요.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의 충성도 결국 중동 산유국을 장악하는 데서 나온다는 해석도 있어요. 그래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었어도 중동을 떠날 수 없어요. 앞으로 석유를 둘러싼 갈등을 볼 때 석유를 확보하는 것과 지배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