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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1929 ③ 대공황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으니

글, 정인

대공황 직전 미국 경제 요약.txt

지난 화에서는 1929년 대공황의 배경을 살펴봤어요.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 파괴된 유럽은 경제가 무너졌고, 유럽에 군수물자를 팔면서 돈을 번 미국이 세계 최고 강국이 됐습니다

미국 경제에 호황이 왔고 자산 가격에 버블이 끼기 시작했어요. 버블이 끼고 물가가 치솟자 미국 정부는 금리를 올립니다. 그러자 버블이 꺼지면서 주가가 폭락했어요. 이렇게 시작한 경제위기는 유럽으로 퍼져나가 대공황의 시대를 열게 됩니다. 

미국 증시 폭락 전에 식량 가격이 먼저 급락했어요

미국 농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쟁 때는 병사들을 먹여야 하니 유럽에서 열심히 식량을 사 갔어요.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유럽에서도 농업을 재개하면서 미국산 농산물의 수요가 줄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국의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어요. 

농장 땅값도 함께 떨어졌어요. 농산물이 잘 나갈 때는 다들 빚을 내서 농장을 샀습니다. 그런데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자 빚 내서 농장을 산 사람들이 파산했어요. 농장 투자에 돈을 잔뜩 빌려준 은행도 연쇄부도를 맞았습니다. 은행의 연쇄 파산 물결은 도시로 전파됐어요.

사람들이 돈을 안 쓰자 물건이 안 팔렸어요

1929년 10월, 증시만 폭락했을 때는 다들 ‘곧 반등할 거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줍줍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1년 후인 1930년 가을부터 무너져 내렸어요. 대출 만기가 돌아오고 경제뉴스엔 항상 부정적인 소식뿐이니 희망이 사그라졌습니다.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맸고 소비가 줄었어요. 그러자 공장이 적게 돌아가면서 ① 해고가 늘어났고 ② 부도난 회사가 많아졌고 ③ 미국에 수출하기 어려워진 유럽은 이중 타격을 입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오히려 돈줄을 묶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은 금리를 더 올려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죠. 그렇지만 당시에는 국민총생산(GDP)을 다루는 거시경제학도 없었어요. 게다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낯선 개념이었고요. 

미국이 금리를 올려버린 것은 금유출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때까지 미국은 금본위제도를 택하고 있었어요. 갖고 있는 금만큼 돈을 찍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1931년 영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했습니다. 주변 유럽 국가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었어요. 영국의 파운드를 금으로 바꿀 수 없었고, 심지어 파운드의 가치마저 폭락했으니까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른 국가들은 달러의 안정성도 의심하게 됩니다. 

다른 국가들이 달러를 팔고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미국이 확보하고 있던 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갔어요. 미국은 금 유출을 막기 위해 이자를 확 올려버립니다. 돈이 들어와야 금이 들어오는데 돈이 들어오려면 금리가 높아야 하니까요.

시중에 돈이 안 돌고 사람들은 이자에 허덕이는데, 금리를 올린 거예요. ‘진짜 대공황’의 시작이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무역전쟁을 시작했어요

미국과 유럽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올렸습니다. 자기 나라의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30년 미국이 실시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입니다. 이때 관세를 400% 인상해버렸습니다. 미국에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다른 나라들도 보복관세를 물렸어요. 

그 결과, 1932년 세계 총무역액은 대공황 발발 직전인 1929년의 40%까지 떨어집니다. 무역액이 줄자 수출되는 규모도 확 줄어버렸고, 미국에서 수출품을 생산하던 기업들이 어려워졌어요. 내수 경제도 꽉 막혔는데 무역길마저 막혀버린 거죠. 

동유럽, 특히 우크라이나의 피해가 컸어요

관세 전쟁에서 동유럽의 피해는 특히 컸어요. 식량 수출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인데요.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대표적인 식량생산지역이지만, 100년 전에는 훨씬 더 농업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였습니다. 

1932년에서 1933년 사이, 우크라이나에서는 400만 명이 굶어 죽었어요. 소련(러시아)이 수출용 곡물을 강제로 징발했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소련 소속 행정구역으로 이런 일이 가능했어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악연은 대공황 때부터 이어졌습니다. 현재, 전쟁이 빨리 끝나야 그나마 세계 경제가 다시 회복하기 시작할 거라고들 하지만,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먼저 물러서기 힘든 상황이에요.

이 글을 쓰는 데 참고한 자료

  • 아키모토 에이치. (1995).일본인이 쓴 미국 경제의 역사. 합동국제문화센터
  • 이헌대. (1999). 세계대공황의 원인과 경제정책. 경제사학, 26(0), 145-171.
  • 아이오와 주정부 홈페이지, Great Depression and the Dust Bowl
  • 브리태니커(Britannica), Ukraine in the interwar period

어피티의 코멘트

  • 정인: 우크라이나 대기근은 영어로 Holodomor라고 합니다. 정치 경제사에서 꽤 비중 있는 시기예요.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비교적 피해가 적었어요. 영국과 프랑스가 피해를 적게 본 이유를 공부해 보시는 것도 좋을 거예요. 경제교양지식 한 단계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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