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러분의 질문에 답을 드리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Q&A 5탄의 ‘Q. 암호화폐는 투기 아닌가요?’라는 질문과 그 대답에 대해 굉장히 날카로운 지적이 있어서 답변을 준비했어요. 아래에 링크된 지난주 머니레터를 읽으면 오늘 Q&A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Q1. 투기와 투자의 모호성을 설명할 때, 쿠팡을 예로든 게 적절한가요?
지난주 글에서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게 모호하다’라고 설명하면서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투자한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저는 이 예시에 의문이 들어요. 실체가 있는 쿠팡과 실체가 불명확한 가상자산을 비교한 건 타당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쿠팡은 시장에서 생산하는 유형/무형의 재화와 가치가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반면, 가상자산은 가상자산의 실체가 불명확해요. 가상자산을 투기로 보는 시각은 ‘실체의 불명성’을 항상 지적하고 있고요.
실체의 불명성을 고려할 때, 가상자산을 설명하면서 쿠팡을 예로 드는 게 적절한가요?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어요.
A1. 실체의 불명성 역시 투자와 투기 구분의 기준이 아니에요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투자한 사례를 통해 ① 투자와 투기의 명확한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고, ② 리스크의 존재 여부나 리스크의 크기로 투자와 투기를 판단하기 힘들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③ 사후 결과를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요.
금융경제학에서도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부재해요. 심지어 어떤 금융경제학자는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투자와 투기,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독자님께서 ‘실체의 불명성’을 언급해 주셨는데요, 실체의 불명성도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둘 다 실체가 있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라 부르던 인터넷 주식 버블이 있던 시대의 인스턴트 메신저 회사 ‘AOL’과 ‘아마존’을 비교해 볼게요.
당시 AOL은 타임워너 그룹을 합병한, 미국 굴지의 인터넷 업체였던 반면 아마존은 인터넷으로 책을 파는 사이트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AOL은 파산하였지만, 아마존은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이 되었어요.
현재 시점에서야 과거에 아마존 주식을 사는 건 투자고 AOL 주식을 사는 건 투기라고 말할 수 있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달랐습니다. 아마존은 적자 기업이고 AOL은 메신저 사업으로 뛰어난 경영 성과를 보였거든요.
이렇게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건 사후적으로 가능합니다. 리스크의 존재 여부나 크기, 실체의 불명성은 투자인지 투기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에요.
Q2. 가상자산의 가치 창출 부분에도 질문이 있어요.
가상자산의 가치를 설명하면서 ① 직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점, ②금융 자산으로 인정 받았다는 점 두 측면에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이 부분에도 질문이 있는데요.
저는 가상자산이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건 본질적인 가치가 아니라 파생된 가치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려서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이 존재한다고 해서, 쓰레기를 가치 있는 걸로 봐야 할까요?
‘가상자산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를 질문할 때는 가상자산의 본질적인 가치를 묻습니다. 이 질문은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논제로 이어지고요. 이 논제를 ‘가상자산인 금융자산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라는 답변으로 가져오는 건 논리 모순이라 생각합니다.
A2. 먼저, 금융자산이 갖는 가치를 알아볼게요.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이 직업과 일자리를 창출해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 건 정정합니다. 독자님이 지적한 것처럼 환경미화원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해서 쓰레기가 가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 다음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자산이 갖는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봐야 합니다.
금융자산의
두 가지 가치
금융자산의 가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희귀 자원인 ‘돈’을 분배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이 첫 번째, 그리고 금융자산의 가격 변동으로 얻는 매매차익 또는 배당금이나 이자를 통해 투자자가 자본소득을 얻도록 한다는 점이 두 번째예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돈을 적재적소에 분배하는 기능은 아직은 물음표입니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매매차익을 통해 투자자가 자본소득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금융자산의 한 종류로 기능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은 가상자산
여기서 중요한 건 ‘암호화폐’가 아니라 ‘가상자산’이라는 사실입니다. 돈의 유통 수단인 ‘화폐’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는 거예요
이미 많은 투자회사가 주요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했습니다. 가상자산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제이미 다이먼이 CEO로 있는 JP 모건이 대표적 예입니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y and Exchange Commission)는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기도 했어요.
이런 사안을 고려해보면 비록 모든 가상자산이 적절한 금융자산은 아닐지언정, 비트코인을 비롯한 소수 주요 가상자산은 분명 투자자산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답변을 요약해볼게요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투자로 생각할지, 아니면 투기로 생각할지는 사후적으로 판단이 가능합니다.
물론 금융경제학 이론에서 투자자 본인의 위험회피계수(Risk Aversion Parameter)를 정확하게 알고, 투자자 본인의 효용함수(Utility Function), 예산제약(Budget Constraints)을 모두 알면 사전적으로 투자와 투기의 구분이 가능하지만, 이걸 모두 파악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그리고 비트코인이 실체적 가치가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결정하는 건 관점의 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자산을 주식이나 채권처럼 물질적 증거가 있는 자산으로 한정한다면, 가상자산은 사기자산(Pseudo Asset)입니다. 반면, 자본소득을 취할 수 있는지가 금융자산의 판별 기준이라면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자산을 투자자산이라 말할 수 있어요.
금융경제학에서도
항상 논쟁된 주제
사실 금융투자자산이 분명하게 실체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투자와 투기를 사전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는 금융경제학에서 항상 논쟁이 되는 주제입니다.
이렇게 좋은 질문을 주신 독자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다른 독자분에게도 더 자세히 설명을 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확실하고 명확한 설명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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