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독자님이 보낸 질문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흥미로운 질문이 많아서 오늘은 질문에 답변을 드리는 Q&A 시간을 가져 볼게요. 지난주에 다루었던 가장자산 가격 하락의 배경에 대한 질문 두 개와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질문 한 개에 답변했습니다.
지난주에 위험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확정된 요소’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런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사실이 100% 확실하다면 ‘danger’라고 표현해야 정확하지 않을까요? ‘risk’는 확률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얻는 이득이 있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험과 불확실성의 정의에 대한 질문을 보내주었습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위험과 불확실성 개념은 범위가 넓어서 혼동되는 경우가 많아요.
금융공학에서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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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알고 있지만, 그 확률은 모르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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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무슨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그 확률도 모르는 상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경우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주가지수가 대체로 하락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주가지수가 하락할 확률’은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여기서 ‘주가지수가 하락할 확률’이 바로 금융공학에서 말하는 ‘위험’이에요. 따라서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주식 투자자는 ‘주가지수가 하락할 확률’이라는 위험을 부담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지난주 문장’을 명확하게 바꾸면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확률이 정해지지 않은 요소는 ‘위험(risk)’이라고 합니다”로 정정할 수 있겠습니다.
확률도 모르고
무슨 일이 발생할지도 모를 때
이제 불확실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경우에 종종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투자심리 활성화로 주가가 상승했다’는 뉴스가 나와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변동안을 공표하기 전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될지, 유지될지, 인하될지 알 수 없고, 그 확률도 알 수 없습니다. 이처럼 무슨 일이 발생할지도 알 수 없고, 그 확률도 알 수 없는 상태를 불확실성이라고 해요.
Q2. 금은 먹지도 못하는데 왜 안전자산인가요?
A2. 화폐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에요.
금은 ① 교환의 매개 ② 가치의 저장수단 ③ 가치의 척도로서 화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안전자산이에요.
금은 환금성이 뛰어납니다. 금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지 그 나라 통화로 교환할 수 있어요.ㅋ게다가 금은 굉장히 안정적인 금속입니다. 어지간해서는 녹슬거나 부식되지 않아 가치의 저장수단으로 유용해요.
그래서 금은 오랜 기간 화폐로서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20세기 초반까지 금은 증표 역할을 했고 각국 화폐의 가치는 금을 기준으로 했어요. 금 교환 비율을 정해서 금 1g을 기준으로 두고 한국은 1천 원, 일본은 100엔 이런 식이었습니다.
화폐는 금의 교환권이었습니다. 금이 무겁고 갖고 다니기 힘드니까 화폐라는 금 교환권을 만들어서 주고받기로 한 거예요. 화폐를 가지고 은행에 가면 은행은 금으로 교환해주었습니다. 이게 바로 금본위제도예요.
1970년대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달러화를 금으로 교환하는 ‘달러화 금태환’을 정지하면서 금본위제도는 사실상 폐지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금은 여전히 화폐 역할을 수행하는 안전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암호화폐로는 가치투자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창출하는 가치는 없고 온전히 사용자들의 기대에 따라 움직이니까요. 암호화폐 투자의 본질은 투자보다 투기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A3.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짚어 주었어요. 저도 명확히 답변 드리고 싶지만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일은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조차 쉽지 않아요.
쿠팡의 사례를 생각해 볼게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쿠팡에 3조 원을 투자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쿠팡의 적자규모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에요. 어떤 사람은 손정의 회장이 도박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쿠팡이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손정의 회장의 지분 가치도 급등했습니다 도박처럼 보이던 것이 굉장히 수익률 높은 투자가 된 거예요.
쿠팡의 투자 예시를 들으면서 반문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손정의 회장의 투자는 쿠팡에서 가치를 창출했지만 가상자산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게 있냐?’는 질문처럼요.
눈에 잘 띄지는 않았지만, 가상자산은 가치를 창출해왔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등장한 이래 가상자산 업계에서 많은 직업이 생겨났어요. 스마트 계약으로 변호사의 공증 없이 신뢰받는 계약 메커니즘을 만들기도 했고요.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비트코인은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과 함께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금융자산의 한 종류가 되었어요.
금융자산이 된 게 무슨 가치를 창출했냐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금융자산은 가격을 매개체로 하여 많은 정보를 전달합니다. ‘정보 전달’ 역시 하나의 가치라고 할 수 있어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드리고 싶지만 투자와 투기는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려워요. 시간이 흘러 행위의 결과가 나온 후에야 판단할 수 있을 뿐이에요.
좋은 질문이 정말 많은데, 지면 관계상 세 질문 밖에 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질문에 답을 드리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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