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늘린다고 탄소 감축이 가능할까?

글, 최지웅


국제사회의 탄소감축 노력 중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을 꼽자면, 2015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을 체결한 순간일 겁니다. 파리협정은 각국의 각기 다른 산업 환경과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사건이었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류의 첫걸음이었어요.

파리협정 이후 10년 간의 교훈
파리협정 이후 참가국들은 2050년, 늦어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어요. 이후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 정책이 이어졌죠. 그 결과 2024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5년 대비 약 80% 증가했어요. 하지만 같은 기간 탄소 배출량도 약 9% 늘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탄소 배출량이 함께 증가한 거예요.

파리협정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탄소를 감축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2.6%에 불과해요. 물론 언젠가는 이 숫자가 50% 이상이 될 수도 있고, 더 먼 미래에는 100%가 되는 날이 올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 봐야 할 현실은 재생에너지가 아직 전체 에너지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에요. 결국 나머지 에너지 소비에서 발생하는 탄소, 특히 석탄과 같은 고탄소 에너지원에서 나오는 배출을 어떻게 줄일지가 핵심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재생에너지 강국 중국
중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 중 하나예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매년 평균 10.2%씩 늘려왔어요. 2024년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399TWh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총량의 약 34%를 차지할 정도로 큽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탄소 배출량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어요. 2024년 기준으로 여전히 발전량의 66.4%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어요.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125억3300만 톤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0.7%를 차지해요.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이에요. 재생에너지를 많이 늘렸지만, 동시에 석탄 발전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거예요.

재생에너지가 늘어도 탄소 배출량이 줄지 않은 이유
한편, 미국은 같은 기간 셰일 혁명을 거치며 석유 생산량은 약 2배, 가스 생산량은 약 1.5배로 늘었어요. 그런데도 탄소 배출량은 연평균 1%씩 감소했습니다. 중요한 변화는 석탄 발전을 줄이고 가스 발전으로 전환했다는 점이에요. 미국은 2011년 이후 셰일가스 생산이 급증하자 약 10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전환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33%에서 2023년 16%로 낮아졌어요. 석탄 소비가 줄자 탄소 배출도 함께 감소한 거예요.

중국과 미국의 사례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는 크게 늘었지만, 탄소 배출량이 줄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지만, 동시에 석탄처럼 탄소 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의 사용을 충분히 줄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011년 이후 미국의 가스발전으로 전환, 교체된 석탄발전소 현황(출처: EIA)


※ 위 그림에서 ‘황색원’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석탄 보일러만 가스 보일러로 교체한 곳을 의미합니다. ‘청색원’은 기존 석탄발전소를 철거한 뒤, 가스 터빈과 증기 터빈을 결합한 복합화력발전 시설을 설치한 곳입니다. 복합화력발전은 1차로 가스 발전을 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배기 가스를 활용해 한 번 더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에요.

가스 발전이 단기적인 대안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재생에너지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송배전망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요. 현재 대부분의 송배전망은 석탄과 원전처럼 일정하게 대량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시설에 맞춰져 있습니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고, 발전시설도 소규모로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어요. 이 전기를 안정적으로 보내고 받으려면 송배전 인프라를 새로 설치하거나 보강해야 합니다. 미국이 비교적 빠르게 가스 발전을 늘릴 수 있었던 이유도 기존 석탄발전소 부지와 송배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의 탄소 감축을 위해 필요한 것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는 2038년까지 2024년 대비 약 32% 증가할 전망이에요. AI 산업의 성장 속도로 보건대, 전력 수요는 더 커질 것이 분명하죠. 현재 우리나라 발전량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8.1%나 돼요.

이 막대한 석탄 발전의 비율을 재생에너지로만 모두 대체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석탄 발전 비중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탄소 감축도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역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동시에, 에너지 믹스 안에서 석탄의 비중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해야 해요. 미국처럼 석탄 발전을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고,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송배전망 투자를 함께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와 기존 에너지원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 탄소 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은 어떤 속도로 줄여갈지, 늘어나는 전력 수요는 어떤 방식으로 감당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에너지 믹스 전략이에요. 탄소 감축과 전력 수요를 함께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한국석유공사 정보분석팀에서 석유 시장과 산업, 에너지 전환과 탄소 문제를 연구하는 최지웅입니다. 저는 석유 수급과 에너지 정보 등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현장을 경험해왔습니다. 여러 방송을 통해 에너지 산업의 변화와 미래를 전한 공로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역사와 경제의 흐름 속에서 에너지 산업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세계를 움직이는 힘’인 석유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2050 에너지제국의 미래석유 제국의 미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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