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0일 넘게 집 떠나는 여행짐싸기 전문가의 ‘인 마이 캐리어’

글, 어피티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설레는 마음으로 캐리어를 꺼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방바닥에 앉아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 계시죠? 고영 PD도 마찬가지였어요. 뭘 챙겨야 할지 모르니 일단 다 넣고, 결국 캐리어가 닫히지 않아 온몸으로 눌러가며 겨우 닫은 적도 있고요. 짐 싸느라 밤을 새운 적도 허다하답니다.


고영 PD는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데다 부업으로 국외여행인솔자 일을 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끝난 뒤로 몇 년째 1년에 100일 안팎을 집 밖에서 보내며 살다 보니 이제 짐 싸기에는 완전히 도가 텄어요. 한 번 떠나면 한 달 가까이 집을 비우기도 하고, 당일치기나 1박 2일의 짧은 국내여행부터 미주·유럽 장거리 여행까지 다니다 보니 몇 박 며칠을 떠나든 짐 싸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요. 

작은 짐부터 큰 짐까지 모두 30분 안에 쌉니다 ⓒ어피티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여행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여권도 잃어버려 보고(도난 방지용 크로스백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휴대폰도 소매치기당해 보고(휴대폰 스트랩 필수!), 여행지에서 다쳐 응급실에도 실려 가 보고(발목 보호대도 챙겨요), 심지어 캐리어까지 박살 내봤습니다(그래서 타포린백이나 보스턴백도 챙겨요). 온갖 일을 몸소 겪으며 꽤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나서야 저만의 여행 짐 싸기 노하우가 생겼답니다.

늦은 여름휴가와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슬슬 캐리어 꺼낼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 많으시죠? 오늘 잘쓸레터에서는 고영 PD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빠뜨리면 후회하는 여행 준비물과 짐 싸기 노하우’를 탈탈 털어보려고 해요. 여행을 앞두고 계시다면 잘쓸레터와 함께 캐리어 옆에 펼쳐두고 하나씩 같이 챙겨보세요!


🧳 여행 기간별로 달라지는 캐리어 사이즈!

고영 PD는 노트북을 어디든 꼭 가지고 다녀야 해서 노트북 수납이 되는 백팩 + 캐리어 조합을 고수해요. 여기서 의외로 중요한 건 백팩인데요. 캐리어를 위탁 수하물로 부치면 그 안에 든 물건을 최소 몇 시간, 운이 나쁘면 며칠 동안 못 볼 수도 있어요. 실제로 제 캐리어가 하루 늦게 도착한 적이 있는데요. 백팩에 아무것도 챙겨두지 않은 탓에 그날 밤 호텔에서 물세수만 하고 잤어요. 그 뒤로는 무조건 백팩에 하루치 생존 물품을 넣어 다닙니다.

현재 사용 중인 캐리어 ⓒ어피티

여행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캐리어가 사이즈별로 다섯 개나 생겨서 지금은 여행 기간과 목적에 따라 골라 쓰고 있죠. 캐리어의 수명은 이용 빈도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소프트쉘은 방수가 잘 안 되고 오염에 취약해서 선호하지 않아요. 하지만 하드쉘 타입은 깨지거나 손잡이가 망가지기 쉬워서 고영 PD를 거쳐 간 캐리어만 벌써 10개가 넘어요. 그중에서 최근 가장 잘 쓰는 캐리어들을 소개할게요.

  • 언더시트 it Luggage 16인치 (5만 원대, 반년 사용)
    유럽 저가항공을 자주 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사이즈예요. 해외 LCC 중에는 머리 위 선반(오버헤드 빈)에 캐리어를 넣으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고, 좌석 아래에 들어가는 크기의 짐만 무료로 허용하는 곳이 있거든요. 규정도 꽤 깐깐해요. 게이트 앞에 쇠로 만든 사이즈 측정 틀을 놓고 가방을 직접 넣어보게 하는 항공사도 있어요. 안 들어간다? 그 자리에서 바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심지어 추가 수하물 요금이 항공권보다 비쌀 때도 있어요. 그래서 해외 캐리어 브랜드에서는 항공사 규정에 딱 맞춘 제품을 따로 만들기도 해요. ‘Ryanair Free’, ‘easyJet Free’처럼 아예 이름부터 항공사 규격을 내세운 제품도 있고요. 저는 영국의 초경량 여행가방 브랜드 it Luggage를 좋아하는데요. 국내에서는 쉽게 구하기 어려워요. 대신 ‘언더시트 캐리어’로 검색하면 비슷한 제품이 많이 나오니 참고하세요. 이렇게 작은 데 뭐가 들어가긴 할까? 싶지만 국내 1박 2일이나 2박 3일 여행에는 은근히 딱 맞아요.
(좌)it Luggage에서 판매 중인 항공사 규격 캐리어 카테고리, (우) 16인치 언더시트 캐리어 ⓒ어피티

  • 샘소나이트 20인치 (10만 원대, 7년째 사용 / 2박 3일용)
    제가 가장 많이 쓰는 캐리어 중 하나예요. 원래 24인치와 세트로 샀는데, 24인치는 육중한 짐 무게를 견디다 못해 손잡이와 바퀴가 망가져서 보내주고 지금은 20인치만 남았어요. 사이즈가 작아 감당할 무게도 가벼워서 그런지 7년째 멀쩡해요. 기내용 사이즈라 위탁 수하물 없는 저가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제주도 또는 부산 여행 갈 때도 자주 사용해서 활용도가 정말 높아요.


  • 샤오미 Mijia 24인치 (할인가 9만 원대, 1년 넘게 사용 / 3박 4일 이상)
    가성비가 정말 좋아요. 가볍고 바퀴도 잘 굴러가서 3박 4일 이상 여행할 때 부담 없이 사용하고 있어요. 이 가격에 이 정도 주행감이면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용량도 은근히 넉넉해서 해외여행가서 기념품 사기에도 충분해요.

  • 브라이튼 26인치 큐브형 (코스트코 할인가 79,900원, 2년 가까이 사용 / 일주일 이상)
    다섯 개 중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캐리어예요. 큐브형이라 일반 캐리어보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독특한 모양인데요. 폭이 넓고 깊어서 부피가 큰 짐이나 신발, 상자 같은 물건을 넣기가 정말 편해요. 짐을 층층이 쌓기도 좋고요. 그래서 일주일 이상 여행을 떠날 때는 거의 항상 이 친구를 데려갑니다.


  • 쿠팡 리틀앤트 심플 하드쉘 28인치 (4만 원대, 3년째 사용 중 / 3주 이상)
    솔직히 싼 맛에 샀는데요. 짐이 정말 많을 때 이것저것 몰아넣는 용도로 잘 쓰고 있어요. 32kg 이상 짐을 넣어야 할 때 유용하게 씁니다. 단점은 바퀴가 썩 잘 굴러가지는 않는다는 것. 그래도 4만 원대 캐리어라고 생각하면 가성비는 정말 훌륭해요. 예산은 빠듯한데 큰 캐리어가 필요하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합니다.

지금 캐리어를 새로 사려고 고민 중이시라면, 고영 PD는 딱 두 개만 사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섯 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가장 자주 쓰는 건 20인치와 26인치거든요. 이 두 개만 있으면 짧은 국내여행부터 해외 LCC, 일주일 이상의 장거리 여행까지 웬만한 일정은 모두 커버할 수 있어요. 나머지는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참고로 1박 2일 여행에는 캐리어를 아예 안 가져가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 정도는 백팩 하나면 충분하거든요.

해외여행용 짐을 싸기 전에는 대략적인 수하물 규정을 저장해두었다가 참고해보세요. 이코노미 위탁수하물 기준이에요.

✅ 중동 항공사: 1개, 32kg
✅ 국내 항공사: 1개, 23kg
✅ LCC(저비용항공): 1개, 15kg
✅ 미주 노선: 보통 캐리어 2개까지 가능
✅ 기내수하물: 핸드캐리 1개, 7~10kg 이내 (노트북 가방 또는 핸드백 별도 허용)

단, 사이즈나 세부 규정은 항공사와 좌석 등급마다 다르기 때문에 예약 후 반드시 확인하세요. 특히 LCC는 규정이 깐깐하고 초과 요금이 살벌하거든요. 공항 곳곳에 저울이 있으니 체크인하기 전에 미리 확인하거나 3천 원짜리 휴대용 수하물 저울을 하나 사두세요. 여행에서 돌아올 때 구매한 기념품 무게를 가늠할 수 있어서 좋거든요.

🧴 샘플이냐, 공병이냐, 본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같이 해외여행을 가는 친구들이 제 짐을 보고 매번 놀라더라고요. 저는 위탁수하물이 가능하거나 액체 반입이 자유로운 기차·국내선을 탈 때는, 샘플이 아니라 본품을 통째로 챙기거든요. 무겁게 그걸 왜 다 들고 왔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샘플을 일일이 챙기는 것도 일이고, 공병 사는 것도 돈이고, 덜어내는 것도 번거롭고, 공병에 덜면서 교차 오염이 생길 수 있고, 끝까지 못 쓰고 조금 남는 건 찝찝해서 결국 버리게 되는 게 싫어서!”

일회용 사쉐와 다이소 일회용 팩 ⓒ어피티


이 모든 과정에서 날아가는 시간과 돈을 다 따져보면 그냥 본품을 다 가져가는 게 낫더라고요. 그래서 폼클렌징, 로션, 칫솔, 치약 전부 통째로 가져갑니다. 그대로 가져가서 그대로 가져오면 되니까요. 정말 짧은 여행이라 소량만 필요할 때는 동남아 여행 가서 구매한 사셰(일회용 포장) 샴푸와 린스 세트를 챙기거나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일회용 슬리핑 팩을 크림 대용으로 사용해요. 

2박 3일용 캐리어 짐 ⓒ어피티


이중 세안이 필요한 경우엔 클렌징 티슈로 대부분 해결하고 오일이 들어가 촉촉한 타입의 비누를 틴 케이스에 담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기도 해요. 세정은 비누나 공용 샴푸로 좀 거칠게 하더라도, 헤어 오일, 트리트먼트, 바디 로션을 활용해서 보습을 신경 써서 해주는 거죠 

 세면도구 ⓒ어피티


저는 물갈이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에요. 나라마다 수질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저는 샤워기 필터는 안 들고 다녀요. 무겁고, 비싸고, 매번 설치하는 것도 귀찮거든요. 게다가 숙소 샤워기 모양이 제각각이라 안 맞는 경우도 많고요. 대신 AHA나 BHA 필링 성분이 들어간 토너 패드로 얼굴을 꼼꼼히 닦아요. 씻고 나서 물에 남은 자극 요소를 한 번 걷어내는 개념이에요. 이 방법 덕분에 필터 없는 곳에서도 트러블이 거의 안 납니다. 목이나 팔꿈치처럼 닦아내고 싶은 부위도 같이 정리할 수 있고요. 각질 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좌)3박 4일 이상일 경우, (우) 2박 3일 이하일 경우 화장품 파우치 ⓒ어피티


위탁수하물이 없는 LCC를 탈 땐 액체류 100ml 규정에 걸리니까, 세정제는 ‘파파레서피의 효소 파우더 워시’를 주로 사용하고요, 아이크림과 면세점 권법을 동시에 활용합니다. 우선, 토너를 포기하는 대신 수분 팩 대용으로 쓸 수 있는 토너패드를 챙겨요. 액체 규정에도 안 걸리고 부피도 작은데 붙여두면 팩 효과까지 나거든요. 


그리고 아이크림은 본품의 용량이 적은 대신 고농축 제형이라 얼굴, 목, 손 전체에 발라도 돼요. 그 점에 착안해서 저는 메디플라워 아이크림을 대용량으로 쟁여두고, 여행 갈 때마다 그거 하나 들고 가서 여행 내내 전신에 발라요. 쿠팡에서 지금도 네 개에 만 원 내외라 부담이 전혀 없어요. 기내에 들고 타서 건조할 때마다 손이랑 얼굴에 막 바릅니다. 

 아이크림 롯데면세점과 쿠팡 캡처


또, 인터넷 면세점에서 최저가 순으로 정렬해보면 최저가 순으로 정렬해보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현재 롯데면세점 기준 ‘에뛰드 베이킹파우더 클렌징폼 30ml’가 1.2달러예요. 2천 원도 안 합니다. 다이소보다 싸요. 스킨로션이나 마스크팩도 마찬가지고요. ‘프레티 바이옴 아이크림’도 개당 1.11달러(1,500원대)에 팔리고 있어요. 출국 전에 저렴하게 구매해서 가는 것도 방법이에요. 이 방법은 이젠 제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공식 루틴이 됐답니다.


 👕 있으면 여행의 질이 달라지는 것들 (여행 필수템)

캐리어 한 면 ⓒ어피티

  • 여행 가서 인생샷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없애면 짐이 절반으로 줄어요
    부피가 작은 티셔츠류를 더 많이 챙기고, 바지는 한두 개만 가져가서 돌려 입고, 같은 옷을 두 번 입는 걸 개의치 않으면 됩니다. 어차피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어제 뭘 입었는지 기억하지 못해요.

  • 속옷과 양말은 위아래 최대 4세트만
    속옷과 양말은 그때그때 빨아 입어요. 짐이 많아질수록 어떤 게 입었던 건지 아닌지 헷갈리기만 해요. 간소하게 가져가서 빨아 입는 게 관리하기도 편하고 짐도 확 줄어요.

  • 옷걸이는 필수예요
    캐리어에 옷걸이 한두 개씩 꼭 챙기세요. 옷걸이가 아예 없거나, 도난 방지 때문에 옷장에서 분리되지 않는 숙소도 의외로 많거든요. 그리고 옷걸이는 다림질 대용으로도 쓸 수 있어요. 캐리어에서 꺼낸 옷이 구겨졌다면 옷걸이에 걸어 샤워할 때 화장실에 두면 스팀 효과로 다 펴져요. 전날 밤에 뜨거운 물을 살짝 뿌리고 탁탁 털어서 걸어두고 자도 아침엔 말끔하게 펴져 있어요.

  • 빨래망을 챙겨요
    입은 옷과 안 입은 옷을 분리하는 과정이 긴 여행 중엔 꼭 필요하거든요. 입은 건 빨래망에 바로 넣어서 분리 보관하세요. 잘못 섞이면 안 입은 옷에서도 냄새가 나기 시작해요. 그리고 다 입은 옷은 집에 돌아와서 빨래망째로 세탁기에 그대로 넣어버리면 끝이에요.
캐리어 반대편 ⓒ어피티

  • 냄새 관리도 잊지 마세요
    캐리어는 생각보다 냄새가 잘 배요. 섬유유연제 세탁기용 시트, 방향제 사쉐, 미니 페브리즈 중 하나는 꼭 넣어두세요. 
  • 압축팩에 보관하는 건 기본
    옷은 속옷과 겉옷을 각각 압축팩에 넣어서 모듈화하는 게 좋아요. 저는 가장 유명한 브랜든 파우치를 씁니다. 또, 옷은 접지 말고 돌돌 마세요(롤링). 부피가 20% 정도 줄고 주름도 덜 생겨요.

  • EVA 슬라이드나 플립플랍
    실내화는 무조건 챙겨요. 면 실내화는 물에 젖기 쉬워서 화장실에서 쓰기 힘들고 내구성도 나빠요. 물이 잘 빠지고 가벼운 EVA 소재의 신발 하나만 있으면 숙소 생활이 훨씬 편해집니다.


  • 손톱깎이와 눈썹칼
    일주일 이상 여행이면 필수예요.


  • 1천 원짜리 미니 샤워 볼
    이것도 일주일 이상이면 챙겨요. 샤워볼이 없을 땐 스크럽 바디용품을 가져가기도 하는데, 미니 샤워볼이 작아서 수납도 편하고 물도 빨리 마릅니다. 


  • 타포린백
    갈 때는 짐이 없지만 올 때 기념품 쇼핑으로 짐이 늘어날 게 뻔한 경우, 지퍼가 달린 타포린백을 접어서 챙겨가세요. 여기에 깨지지 않는 옷 위주로 넣어 위탁 수하물로 부치거나, 액체류는 캐리어에 넣어 위탁 수하물로 부치고 타포린백 안에는 가벼운 과자류를 넣어 휴대 수하물로 가져가면 돼요. 참고로 보스턴백을 벌써 두 개나 찢어먹은 경험자로서 말씀드리는데, 지퍼 달린 타포린백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훨씬 튼튼합니다.

💊 진짜 겪어본 사람만 아는 상비약 목록
고영 PD는 해외에서 자주 아파봤어요. 약 사느라 돈도 많이 날려봤고요. “현지에도 약국 다 있잖아”라고 하실 수 있는데, 진짜 아플 때 낯선 동네에서 약국 찾아다니는 건 그 자체로 고문이에요. 문 닫은 시간일 수도 있고, 처방전이 필요할 수도 있고, 내 증상을 그 나라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서 엉뚱한 약을 사 오기도 하거든요.

  • 타이레놀 + 광동 원탕 2병: 일주일 이상 여행이면 무조건 챙겨두세요. 몸살엔 이 조합이 직방이거든요. 여행 중 몸살은 수면 부족과 일정 강행이 겹치면서 오는데, 초반에 잡아야 남은 일정이 살아남아요. 
  • 생균제·흡착성 지사제: 여행 중 장염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걸려요. 물이 바뀌고, 낯선 음식을 먹고, 위생 상태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식사하니까요. 단순 지사제보다 장내 독소를 흡착해주는 타입을 챙기세요. 
  • 고려은단 메가도스 비타민C: 이건 아프고 나서 먹는 게 아니라 몸이 아플 것 같은 낌새가 올 때 미리 한 포씩 챙겨 먹는 용도예요. 목이 살짝 칼칼하다, 몸이 무겁다 싶으면 바로 먹는다는 마음으로요. 여행 중엔 잠도 부족하고 무리하게 되니까 신호가 왔을 때 잡는 게 최선입니다.
  • 압박 스타킹, 발목·무릎 밴드: 걷는 일정이 많은 여행이라면 강력 추천해요. 저는 하루에 3만 보씩 걷다가 다리가 완전히 풀려서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어요. 

🍽️ 식비를 줄이는 비상식량 전략
일주일 이상 가거나 물가가 비싼 나라라면 햇반, 고추참치, 김, 볶음김치 캔, 동결건조 국을 챙겨요. 일반 김치는 터지고 냄새가 날 가능성이 높아서 볶음김치를 추천해요. 이마저도 챙길 자리가 없다면, 제 최애 아이템이 있어요. 자연애찬 쫄깃한 계란 20구. 19,000원 정도 해요. 상온 보관 가능하고, 껍질이 다 까져 있고, 간까지 되어 있어서 입에 쏙 넣기만 하면 돼요. 배고플 때 한두 개 먹어주면 든든해서 식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죠. 어차피 현지에서 다 먹고 사라질 짐이니까, 그 자리를 돌아올 때 기념품으로 채워오면 딱 맞아요.

2주 이상 유럽으로 떠날 때 챙기는 한식 ⓒ어피티


마지막으로, 이건 정말 강조하고 싶어요. 해외여행에 여행자보험은 필수예요. 몇만 원 아끼려다 몇백만 원을 날리는 수가 있거든요. 해외 응급실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요. 나라에 따라 링거 한 번 맞는 데 수십만 원, 입원하면 수백만 원이 나옵니다. 그런데 보험이 커버하는 건 의료비만이 아니에요. 소매치기당한 휴대폰, 파손된 캐리어, 도난당한 노트북까지 보상 범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처럼 사고를 골고루 겪어본 사람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여행 경비 중 가장 확실한 투자예요.


그리고 여행 중에 뭔가 빠뜨렸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저처럼 1년에 100일씩 다니는 사람도 여전히 뭔가를 놓치고, 여전히 현지에서 뭔가를 사요.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답니다! 꼭 필요한 것만 뚝딱 챙겨서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독자님들이 앞으로 떠날 모든 여행을 가볍고 즐겁게 다녀오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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