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의 대명사 라면에 MSG 추가라?
최근 온라인엔 ‘라면에 MSG를 한 꼬집 넣어봐라, 그러면 예전 그 맛이 난다’는 얘기들이 활발히 오가요. 감칠맛을 내주는 MSG가 화학조미료라서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퍼지자, 업체들이 실제로 MSG 사용을 줄였거든요.
the 독자: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면 라면을 안 먹죠~! 😤
어피티: 그건 그렇죠? 😚
하지만 라면을 만드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건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때는 1980년대 말, 이름하여 ‘우지 파동’으로 국내 라면 업계가 초토화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1989년 11월, ‘삼양을 포함해 몇몇 식품기업들이 제품 원료로 공업용 쇠기름을 사용한다’는 투서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날아든 거예요.
식품위생법 위반 건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재판은 무려 8년간 이어졌어요. 1997년 대법원은 식품제조업체들에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이 파동이 라면 업계 판도를 바꾸는 데는 열흘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철저히 수사를 지시하며 난리가 난 통에 우지를 쓰던 삼양의 기세가 확 꺾였습니다. 농심은 팜유를 쓰고 있어 그나마 영향이 덜한 편이었어요.
사실 투서가 날아든 지 13일 만에 보건사회부는 물론 보건사회부와 검찰, 소비자단체 등으로 이뤄진 조사위원회에서 삼양이 사용한 우지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냈거든요. 국립보건원에서는 우지에 식용과 비식용은 따로 없다는 기준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먹거리는 정말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유해하다는 의혹이 인 이상 상황을 진정시키기란 쉽지 않죠. 당시 사건으로 라면회사 ‘청보’가 문을 닫았고, ‘부산유지’는 부도를 맞았습니다. 이후 삼양은 라면을 튀길 때 소기름 대신 팜유를 쓰기 시작했는데요, 그전까지는 사용하는 기름에 따라 회사별로 각기 다르던 라면 맛이 다 비슷해졌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죠. ‘라면이 건강한 맛을 내서 뭐 하냐!’는 불평이 터져 나오는 지금의 상황과 닮은 구석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해장을 책임지는 K-라면의 역사, 재미있게 보셨나요? 앞으로 라면 산업은 어떻게 될까요? 1960년에 등장한 최초의 라면을 꺾고 1980년대에 태어난 신라면이 부동의 1인자가 된 것처럼, 또 1980년대에 태어난 신라면이 장기 집권하는 라면 업계에 2010년대에 탄생한 불닭볶음면이 거세게 도전 중인 것처럼, 2020년대에도 업계를 뒤흔들 괴물 신인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