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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람들도 K-라면으로 해장한다🍜 – 1탄

white ceramic bowl with noodles
글, 정인


외국에서 우리나라 라면의 인기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이 러시아입니다. 2024년에 러시아 교도소에서 제기된 식사시간 연장 민원에서도 한국 라면, ‘팔도도시락’을 먹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언급이 등장했을 정도죠. 러시아에서 팔도도시락의 인기는 40여 년 전부터 시작됐어요. 1980년대부터 러시아와 부산을 오가던 보따리상인들이 알음알음 가져가던 팔도도시락은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나머지 1990년대 중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대량 수출에 들어갔어요.

1997.11.07 조선일보 기사


러시아에서 팔도도시락이 인기 있는 이유로, 술 많이 마시기로 유명한 러시아 사람들이 해장 음식으로 즐겨 찾는다는 점을 꼽은 과거 국내 보도도 찾아볼 수 있어요.

    외국에서 한국 라면이 인기 많은 이유


    우리나라 라면이 세계에 알려진 건 1986 아시안게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 전 경기장에 특설매장과 자동판매기 센터를 설치했는데, 농심 사발면만 하루 75만~80만 개가 판매되며 매일 품절 사태가 벌어졌어요. 이에 질세라 다른 회사 라면들도 마케팅을 동원하며 이른바 라면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기도 했죠. 이렇게 1980년대 세계 시장에 존재감을 알린 한국 라면은 이후 꾸준히 인기를 이어 가다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현상, 즉 한류를 만나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the 독자: 맞아요. 라면, 그거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문화 코드잖아요. 

    어피티: 음… 라면 먹고 갈래요? 🍜

    the 독자: 오늘부터 1일 🤭


    2015년 크게 흥행한 전지현, 김수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많은 분이 기억하실 거예요. 작품이 국내는 물론 한국을 넘어서까지 굉장한 인기를 얻자,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한 한국 음식도 덩달아 큰 관심을 모았어요. 대표적인 것이 치맥, 그리고 라면이었습니다. 특히 그즈음 짜장라면의 중국 수출이 여덟 배나 늘었어요.

    출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공식 포스터


    드라마 덕을 보긴 했지만, 이때 한국 라면의 호황은 물이 끓듯 1도부터 99도까지 꾸준히 쌓여온 잠재력이 인기 드라마라는 한방을 만나 100도까지 끓어오른 것에 가까웠어요. 라면 업계는 일찍이 1960년대부터 경쟁이 치열했거든요. 그렇다 보니 라면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이르게 진출했어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외국 현지에 생산공장이며 판매법인이며 인프라를 모두 구축해 둔 지라, 한류를 타고 라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마자 바로 판촉 행사도 하고, 생산 물량도 늘리면서 재빨리 대응할 수 있었어요.

    처음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없었던 라면


    지금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지만, 라면이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했던 1960년대에는 아무도 라면을 사 먹지 않았어요. 국수와 달리 꼬불꼬불한 라면은 사람들에게 낯설었고, 밥 아닌 무언가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드물었어요.

     

    the 독자: 확실히, 명절에 할머니 할아버지 만나면 이것저것 잔뜩 먹었는데도 ‘이제 밥 먹자’ 하셔서 화들짝 놀랄 때가 있어요. 

    어피티: 부모님 세대도 샌드위치 같은 거 드시면서 ‘밥 먹기 전에 간식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하시는 경우가 많죠. 

     

    우리나라에서는 삼양이 1963년 9월에 처음으로 봉지라면을 출시했어요. 한 봉지에 10원 정도 했고요. 짜장면이 한 그릇에 15원이었던 당시 물가를 감안하면, 라면 한 그릇이 요즘 돈으로 4천 원에서 5천 원 정도 하는 느낌이었을 거예요. 저렴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가격이죠. 이런 장벽을 의식한 탓인지, 처음 라면을 출시한 해 삼양은 판매 캠페인을 서울역 광장에서 1년이나 펼치기도 했어요. 

     

    삼양에서 처음 선보인 ‘삼양라면’은 일본의 ‘치킨라멘’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라 한국 사람의 대중적인 입맛과는 거리가 좀 있었어요. 1960년대에는 이후 출시된 된장 맛 라면이 인기였고, 1970년대에는 김치 맛이 인기였다고 해요. 지금처럼 얼큰한 맛을 개발한 건, 1965의 롯데공업, 지금의 농심인데요. 농심이 라면 업계에 뛰어들고 경쟁이 붙으면서 각종 마케팅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도 라면업계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마케팅일 정도로, 시작부터 홍보와 마케팅이 치열했어요. 1967년에 농심에서 식품업계로서는 최초로 대규모 할인 판촉 행사를 할 정도였거든요. 농심의 뒤를 이어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신한제분의 닭라면, 동방유량의 해표라면, 풍년식품의 뉴라면, 풍국제면의 아리랑라면 등이 출시되었는데 대부분 얼마 못 가 생산 중단되었어요. 

     

    1960년대가 다 지나기 전인 1969년, 경쟁력이 부족했던 기업은 모두 시장에서 밀려나고, 농심과 삼양의 2파전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 경쟁 구도가 1983년까지 이어지다가 1983년에는 경쟁이 한층 격렬해져, 한국야쿠르트, 1986년에 빙그레, 1987년에는 오뚜기라면도 라면시장에 뛰어들었어요. 

     

    러시아의 국민 해장국인 ‘도시락’은 한국야쿠르트 제품이고, 손에 꼽는 인기 제품인 ‘진라면’과 ‘열라면’은 오뚜기 제품입니다. 빙그레는 2003년 풀무원에 라면 사업을 양도하고 시장에서 철수했어요.

    좌) 진라면. 출처: 오뚜기 / 우) 도시락. 출처: 롯데마트


    *다음 주 머니레터(4/29)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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