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도시? 아니죠, 먹고 볼 게 참 많은 도시! 여름 휴가지 후보로 ‘원주’를 올리셔도 좋습니다

📌 필진 소개: 수도권 도시와 원주를 오간 지 딱 1년 반이 된 예비 원주민 ‘이로오로’입니다. 일주일에 2일은 수도권에서 5일은 원주를 비롯한 다른 여러 지역에서 지내고 있어요. 문화예술과 관련된 일을 해온 터라 지역만의 매력을 발굴하고 알릴 때 즐거움을 느껴요.

오랜 시간 수도권에서 살던 저에게 원주는 가끔 ‘뮤지엄 산’이나 ‘오크밸리’를 방문하러 가는 도시였어요. 여행지를 고를 때 원주를 후보에 올린 적은 없었죠. 그런데 원주를 오가며 지내다 보니 생각보다 매력적인 장소와 경험, 문화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원래 수원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남쪽 바닷가 마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알게 된 분이 서울에서 20년,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4년, 긴 타지 생활을 마치고 이제 고향 원주로 돌아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분을 따라 저도 원주로 여행을 가보게 되었고, 그때 여행을 계기로 우리는 연인이 되었어요.


지금은 저도 원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원주에서 자연과 가까이 지내며 몸을 회복하는 중이고요. 반대로 제 연인은 고향 원주가 전에 살던 바닷가 마을에 비하면 훨씬 ‘도시’라며 도시의 삶을 만끽하고 있답니다. 서로가 원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점도 재미있어요.

출처: 뮤지엄 산, 간현관광지


원주는 접근성이 좋은 위치라 가볍게 휴가를 다녀오기 좋은 도시예요.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 도시가 바로 원주였답니다. 강릉과 춘천을 제치고 관광지로서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에요.

원주 하면 떠오르는 관광지들이 있죠. 뮤지엄 산, 오크밸리, 간현관광지(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구룡사(치악산), 반계리 은행나무, 스톤크릭까지요. 오늘은 이 유명한 장소들에 더해, 원주에 머물며 조금 더 선명하게 발견한 진짜 매력을 소개해볼게요.

⛰️ 원주 여행지 최애 리스트 풉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곳은 ‘카페 스톤크릭’이에요. 겨울에 눈 오는 날 찾으면 잊지 못할 ‘빙벽뷰’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겨울에는 인공으로 얼린 빙벽을, 여름에는 자연 그대로의 웅장한 암벽을 감상할 수 있어요. 

여름과 겨울의 스톤크릭 모습, 출처: 스톤크릭, 이로오로

소금산 그랜드밸리(간현관광지)에서는 케이블카와 출렁다리를 즐길 수 있어 가족 여행지로 좋아요. 등산 난이도는 높지만 나무 그늘 사이로 트레킹하기 좋은 치악산도 빼놓을 수 없죠. 국립공원인 치악산은 여름에 한시적으로 계곡 출입을 허용해 주는데요. 계곡에 자리를 펴고, 발은 시원한 물에 담근 채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는 분들도 보이더라고요. 구룡사, 국형사, 상원사 코스를 추천해요. 건축부터 전시까지 만족스러운 뮤지엄 산도 원주 여행에서 빼놓기 어려운 장소예요. 


📝 투머치 여행 가이드: 현지인 사이에서 유명한 여름철 놀거리

  • 용수골 계곡: 원주에서 가장 유명한 계곡이에요. 계곡을 낀 음식점과 카페가 있어 주말 물놀이 코스로 좋아요. 
  • 칠봉유원지: 물이 깨끗하고 얕아 현지인들이 물놀이하러 찾는 계곡이에요. 캠핑장도 많아요. 
  • 치악산 삼숯가마: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숯가마예요. 이열치열로 몸을 풀기 좋고 삼겹살도 팔아요.

용수골 계곡과 칠봉유원지의 모습, 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 아름다운 치악산과 꽃밭머리 전망대

긴 능선을 자랑하는 치악산은 원주 도심에서 20~30분이면 닿아요. 도심과 자연 사이에서 원하는 경험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은 주민에게도, 여행자에게도 큰 장점이에요. 치악산은 워낙 큰 산이라 등산 시작점도 다양한데요. 그 길목마다 오래된 음식점과 카페가 자리하고 있어요. 등산객, 트레커, 드라이브 삼아 들르는 여행객까지 저마다의 목적으로 치악산을 찾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죠.

꽃밭머리 전망대 전경과 카페 내부 사진, © 이로오로


그런 치악산 자락의 카페 중에서도 원주에 오면 한 번은 가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곳이 ‘꽃밭머리 전망대’예요. 행구동 카페촌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은 이곳은 오래된 카페만의 매력을 품고 있어요. 이름에 ‘전망대’가 붙을 만큼 시원하게 트인 전경도 눈에 담을 수 있고요. 


이 일대는 전통 있는 카페촌이기도 해요. 시골 감성 카페부터 앤틱 소품이 가득한 카페, 트렌디한 공간,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다녀간 카페 ‘슬로우파크’까지 취향껏 골라보는 재미가 있어요.


☕ 행구동 카페촌의 대장, ‘길카페’를 아시나요?
그런데 이 행구동 카페촌이 사실 ‘길카페’에서 시작됐다는 걸 아시나요? 언덕길 길목에 놓인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쉬고, 전경을 즐기던 문화가 그 시작이었어요.

카페 길카페와 그 옆에 있는 진짜 길카페(길거리 자판기), © 이로오로


재밌는 건 이 길카페 문화가 카페촌의 유래로만 끝나지 않고 도심에서도 여전히 이어진다는 거예요. 그 자판기는 지금도 운영 중이고, 바로 옆에는 아예 ‘길카페’라는 이름의 카페도 생겼어요. 자판기 앞에서 커피나 율무차 한 잔을 뽑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지금 카페 안 사람들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요. 


원주를 여행하다 자판기를 한번 찾아보세요. 넓은 공원이나 골목 풍경 속에서 종이컵 커피를 들고 여유를 즐기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관리가 잘될까 싶었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지 자판기를 관리하는 모습도 자주 봤답니다.


📝 투머치 여행 가이드: 치악산 트레킹 후, 치악산 복숭아를 사세요

  • 트레킹 여행은 어떠세요? 치악산 둘레길 1코스인 꽃밭머리길을 걸으면 푸릇한 여름 숲과 길카페, 꽃밭머리 전망대 인근 카페촌, 전통 황골엿을 만들어 파는 황골마을을 차례로 지나게 돼요. 행구동 카페거리 주변에는 복숭아 농원도 많아요. 여름이면 달큰한 과육이 가득한 고품질 치악산 복숭아도 살 수 있습니다. 카페촌에 가신다면, 석양에 물드는 산과 도심을 함께 볼 수 있는 일몰 시간대 방문을 추천해요.

꽃밭머리길 트레킹 코스와 행구동 카페촌 노을 전경, ©이로오로


🍜 시장으로 떠나는 미식여행

지역을 더 깊이 경험하고 싶을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이에요.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따라 대표 음식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주민들 사이에서 오래 대물림되며 하나의 음식 문화가 자리 잡기도 하니까요. 


여행자에게도, 이제 원주가 일상의 터전이 된 저에게도 원주 중앙시장은 매력적인 미식 공간이에요. 여전히 활기찬 진짜 시장인 데다, 대물림되어 온 지역 음식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거든요.

활기찬 중앙시장과 자유시장 먹자골목 입구 © 이로오로


원주 중앙시장은 여러 시장이 모여 있는 전통시장인데요. 그중 옛날 백화점 같은 건물 하나가 통째로 시장인 자유시장은 저에게 무척 낯선 형태였어요. 게다가 시장 건물 지하에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니, 정말 신기한 구조죠. 

강릉집과 떡튀순 ©이로오로


자유시장 지하에는 여러 음식점이 있어요. 순댓국 구역, 떡튀순을 파는 분식집 구역, 김밥천국처럼 돈가스·쫄면·오므라이스·떡볶이를 파는 한식 가게 구역으로 나뉘어 있죠. 순댓국 구역에서는 ‘강릉집’이 특히 유명해요. 그중 대표 가게인 ‘신혼부부’에는 복층처럼 만들어진 좌석이 있는데요. 방인지 칸인지 모를 작은 공간들에 여러 세대의 시간이 담겨 있는 듯했어요. 

신혼부부의 복층 좌석 ©이로오로, 유명한 김치볶음밥(출처: 신혼부부)


제가 ‘신혼부부’에 갔을 때는 처음부터 이곳을 다녔을 법한 세대와 그 자녀 세대가 저마다의 무리로 모여 있었어요. 부모님의 추억이 자녀 세대로 이어지고, 그 음식과 문화를 함께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그 지역만이 가진 귀한 문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투머치 여행 가이드: 원주 대물림 맛집 리스트

원주시가 지정한 ‘대물림 맛집’, 즉 30년 이상 된 가게만 따라가도 미식 코스를 짜기 좋아요. 꼭 고급스러워야만 미식은 아니에요. 좋은 경험과 문화가 담겨 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음식겠죠. 


원주에는 중앙시장이 아니어도 오래된 가게, 이른바 노포가 정말 많아요. 오래되어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면 실패할 확률이 낮은 편이에요.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음식점만 따라다녀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예요. 백년가게로 지정된 곳도 많고요. 중앙시장 인근의 오래된 음식점을 추천할게요.

장씨메밀부침 © 이로오로, 연강춘 외관(출처: 연강춘)

  • 고향칼국수 (원주시 중앙시장길 11, 자유시장): 얼큰한 국물에 쫀득한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에요. 제가 대물림 맛집을 처음 알게 된 가게예요. 칼국수+수제비+만두, 칼+만, 칼+수, 수+만까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요. 
  • 미진메밀부침 (원주시 중앙시장길 27): 옆 손님이 홍천에서 찾아왔다고 할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에요. 도래미시장에서 줄 서 있는 곳이 바로 여기예요. ‘장씨메밀부침’도 유명하니 줄이 짧은 곳을 선택하셔도 좋아요.
  • 남경막국수 (원주시 평원로 116-1): 중앙시장에서 치악산 바람숲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나오는 막국수집이에요. 축 처지는 여름을 이기게 하는 맛이에요. 향토음식인 관찰사옹심이도 맛볼 수 있어요.
  • 연강춘 (원주시 원일로 148-7): 1954년부터 운영해온 중식당이에요. 달큰한 옛날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은 물론 요리류도 맛있고 가격도 착해요. 
  • 소로 (원주시 갈머리1길 7): ‘여행자의 집’을 표방하는 곳이에요. 호스트의 특색과 경험이 담긴 음식이 맛있고, 지역 재료에 새로운 감각을 더해요. 다른 노포에 비하면 역사는 짧지만, 그래도 꽤 오래된 음식점이에요.

🍶 술이 술술 넘어가는 로컬 노포

저는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에 술을 곁들이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해요. 이미 유명한 원주 한우골목도 중앙시장에 있어 지역 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좋아요. 터미널 근처에 머무신다면 원주민이 자연스럽게 찾는 번화가, 단계택지에서 원주의 밤을 만나보세요. 

원주한우골목 © 이로오로


제가 원주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오래된 가게예요. 그중 현지인이 많이 찾는 한 구역은 중앙시장 인근에 있어요. 특별히 부르는 지명이 없어 오히려 가게 이름이 이정표가 되는 곳이죠. 이 오래되고 유명한 가게들의 대표 메뉴는 닭발과 닭사리예요. 익혀 나온 닭발을 연탄불에 한 번 더 구워 먹는 방식이 유명하고, 취향에 따라 굽지 않고 먹기도 해요. 김밥이나 우동을 곁들이는 것도 이곳만의 재미고요. ‘소양강 야식’과 ‘노다지 야식’이 대표 노포 맛집이고, 인근 ‘오학닭갈비’도 대물림 맛집이에요.

출처: 소양강야식, 소리개

노포 포차를 더 찾는다면 인근 ‘소리개’도 유명해요.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에서 맛과 함께 지역의 일상 문화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예비 원주민의 시선으로 원주의 여러 매력을 하나씩 발견해 가고 있어요. 오늘 소개한 곳들 외에도 원주에는 매력적인 장소가 정말 많아요. 직접 원주로 여행을 와서, 오랜 시간을 지나며 만들어진 것들을 경험해보면 분명 새롭게 느껴질 거예요. 이번 여름에는 꼭 한 번 원주로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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