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NASA에 묻다, 우리 우주산업은 지금 어디쯤 왔을까요?

이번 달 스페이스X의 상장을 앞두고, 우주를 향한 관심이 뜨거워요. 머니레터에서는 <우주 경제가 온다> 칼럼을 통해 우주산업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매출을 만들어내는 성장 산업임을 짚어보았는데요. 이쯤 되면 궁금해져요.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요? 한국판 NASA로 불리는 우주항공청(KASA)의 노경원 차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주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어요. 


📍 인터뷰이: 우주항공청(KASA) 노경원 차장

📍 인터뷰어: 어피티 머니레터 팀

조금 낯설게 느끼실 수 있는 독자분들을 위해 기관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주항공청은 여타 과학기술 연구기관과 무엇이 다른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피티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주항공청은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 진흥을 위한 전담 국가 기관이에요. 언론에서 자주 표현하는 ‘한국판 NASA’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거예요.

우리가 잘 아는 누리호 발사를 성공시킨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우주를 관측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은 실험실과 현장에서 직접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 연구기관이에요.

우주항공청은 직접 연구를 수행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연구기관들과 민간 기업들이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예산을 배분하고, 규제를 혁파하며, 거시적 전략을 짜는 ‘우주항공 비즈니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2032년 달 착륙선, 2045년 화성 착륙선 등 심우주 탐사 로드맵을 발표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신데요. 우리나라가 달과 화성이라는 ‘심우주’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목해야 하는 분야나 기업은 어디일까요?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처음에는 모두가 무모한 꿈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그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죠. 그가 화성으로 가는 이유는 그곳에 미래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우주 경제 영토’가 있기 때문이에요.

달에는 지구에는 거의 없는 청정 미래 에너지원인 ‘헬륨-3’가 많이 매장되어 있어요. 핵융합 발전이 성공하면 단 1g으로 석탄 4000만 톤의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꿈의 물질인데, 달에 묻힌 양은 전 인류가 약 1만 년 동안 에너지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엄청난 규모죠.

또한 달 남극의 물(얼음)을 분해하면 우주선의 필수 연료인 산소와 수소를 얻을 수 있어요. 달이 심우주 탐사의 거대한 우주 주유소이자 인프라 베이스캠프가 되는 셈이죠. 결국 우주를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이 미래를 이끌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는 ‘우주 수송’과 ‘고부가가치 화물’로 분류할 수 있어요. 먼저, 우주로 가는 ‘셔틀버스(우주 수송 인프라)’를 만드는 분야예요. 누리호 고도화를 이끌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부터 혁신적인 발사체 스타트업인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죠.

그 버스에 실리는 핵심 ‘화물(위성 및 우주 서비스)’ 분야도 중요해요. 탄탄한 위성 개발 이력을 쌓아온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쎄트렉아이, 그리고 초소형 위성 시대를 개척하고 있는 나라스페이스 등이 이 생태계의 주인공들이에요. 이 기업들은 심우주 탐사 과정에서 확보한 초정밀 통신과 지구 관측 기술이라는 무기로,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글로벌 위성 서비스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 나갈 거예요.

얼마 전 미국의 ‘아르테미스 2호’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했는데요. 우주항공청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여한 분야는 무엇이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는 무엇인가요? 


우주항공청은 NASA의 아르테미스 2호 우주선에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초소형 큐브위성인 ‘K-RadCube(케이-라드큐브)’를 탑재시켰습니다. 인류를 태우고 달로 향하는 우주선에 우리의 독자 위성을 얹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도전이었죠.

이 꼬마 위성이 맡았던 핵심 역할은 깊은 우주 영역의 우주 방사선 환경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었어요. 지구 주변에는 강력한 방사선 입자들이 자기장에 붙잡혀 거대한 띠 모양을 이루고 있는 ‘반앨런대(Van Allen belt)’라는 악명 높은 구역이 존재해요. 인간의 신체와 전자기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류가 달이나 화성으로 가기 위해서 뚫고 지나가야 하는 위험한 관문이에요. K-RadCube는 바로 이 관문의 위험도를 미리 분석하는 특공대 역할을 맡았어요. 아쉽게도 최종 목표였던 우주 방사선 데이터의 지구 전송 임무는 완수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우주 개발에서 실패는 더 큰 도약을 위한 값진 데이터가 되곤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나라스페이스, KT SAT 등 국내 최고의 우주·반도체 기업들이 참여했어요. NASA의 안전 검증 기준은 까다롭기로 유명해요. 우리 기업들이 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덕분에, 향후 글로벌 우주 시장의 공급망에 부품을 납품할 수 있는 강력한 신뢰를 얻은 것은 큰 성과예요.

최근 우주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재사용 발사체’입니다. 스페이스X 이후 발사 비용이 낮아지면서 우주산업의 판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주항공청이 준비 중인 재사용 발사체 전환 전략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요?


로켓을 수십 차례 재사용하면서 우주 수송 비용은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되었고, 이제 재사용 기술 확보는 글로벌 표준이자, 생존의 문제가 되었어요.

우주항공청도 작년 누리호 이후 차세대 발사체 개발 방향을 기존 일회성에서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2035년까지 독자적인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완벽히 구비하는 것이 목표예요. 정비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메탄 엔진 기반으로 연료 체계를 바꿔 재사용 비즈니스의 기술적 발판을 마련하고, 로켓을 몇 번이고 다시 쏘아 올릴 수 있도록 민간 전용 발사장과 이착륙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미국은 NASA가 방향을 제시하고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 기업이 실제 구현하는 방식으로 우주산업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주항공청은 대표적인 국내 기업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계신지요? 


우리나라 우주 생태계의 흐름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대외적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뉴스페이스 시대에는 정부가 조연이고, 민간 기업이 주연이 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강조해 왔어요. 정부가 기술을 독점하고 지시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기업이 마음껏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도록 국가가 판을 깔아주고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로 가야 하죠.

우리나라 우주 발사체의 상징인 ‘누리호’가 바로 정부와 국내 민간 기업의 협업 체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라 생각해요. 과거 개발 단계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계부터 발사 운용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하고, 민간 기업들은 정부가 주문한 부품을 제작해 납품하는 단순 하청·조달 구조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현재는 민간이 주도권을 쥐는 실질적인 기술 이전이 일어나고 있어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핵심 기술을 이전받아 발사체 제작과 최종 조립을 총괄하고 있으며 발사 운용 영역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중이죠. 앞으로는 우주항공청이 국가 위성 발사 등의 프로젝트를 시장에 발주하면, 민간 기업이 설계부터 제작, 발사까지의 전 과정을 주도하여 독자적인 상용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스페이스 생태계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거예요.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NASA나 다른 우주산업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우주 개발 역사는 길지 않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만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우주 레이스의 후발주자예요. 하지만 이미 우리 영토에서,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에, 우리가 만든 실용급 위성을 쏘아 올린 세계 7번째 우주 강국이기도 하죠. 출발은 늦었지만 선두 그룹을 빠르게 추격할 수 있는 비결이 있어요. 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와 IT 역량이에요.

뉴스페이스 시대의 핵심은 결국 누가 더 좋은 우주 제품과 서비스를, 가성비 있고 빠르게 제공하느냐의 싸움이에요. 우리나라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톱티어 산업을 이끌며 수십 년간 정밀 공정과 첨단 소재, 고품질 관리 노하우를 축적해 왔어요. 여기에 우리의 세계적인 IT 기술이 결합하면서, 설계부터 정밀 부품 가공, 시스템 구축까지 전 과정을 국내 공급망 안에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요. 우리 기업들이 막강한 제조·IT DNA를 무기로 글로벌 우주 시장을 뒤흔들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가벼운 질문 하나 드립니다. 최근 개봉해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찾아다니며 한자리에 모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만약 영화에서와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우주항공청에서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요?


흥미로운 질문이네요.(웃음) 영화 속에서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지구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실제로 지금 우주항공청의 풍경과 아주 닮아 있어요. 국내외 최고의 기업과 연구소, 학계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미래의 기회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죠. 


영화에서처럼 어린이들이 미래를 걱정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여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위기대응팀을 꾸리고 각계 전문가를 모아 해답을 찾는 것은 우주항공청의 역할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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