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 시각) 프랑스 중소 도시 리모주의 시청이 불탔어요.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 추산 약 55만 명이 거리로 나왔어요. 이후 파리 등 일부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됐고, 정부는 24일 추가 시위를 앞두고 치안 강화 대책을 내놨어요. 시작은 낡은 교실과 교사 부족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였어요. 여기에 높아진 생활비에 지친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교육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불만을 드러내는 시위로 확산되고 있어요. 프랑스 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 1.1%에서 현재 3.4%로 높아졌어요.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이에요. 국제 원유 거래의 대표 기준 가격인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 약 80% 올랐고 트럭 운행과 난방에 주로 쓰는 디젤 가격은 그보다 더 뛰었어요. 벨기에와 이탈리아, 포르투갈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시위가 일어나고 있어요.
프랑스 정부는 돈을 더 쓰기도, 줄이기도 어려워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유럽 각국 정부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 폭을 묶고 유가를 낮추는 데 큰돈을 썼어요. 하지만 지금 프랑스 정부는 저성장과 연금 지출 부담으로 재정 여력이 부족해요. 프랑스는 국가부채가 한 해 경제 규모인 GDP의 119%에 달해요.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프랑스 정부가 새로 돈을 빌릴 때 부담해야 할 이자도 늘고 있어요. 여기에 미국이 유럽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국방·안보 지출도 늘려야 하는 부담도 존재해요. 정부 지출을 줄이려 해도 정치적 갈등이 깊어 쉽지 않아요.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인 르코르뉘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소수 정부예요. 정부가 내놓은 540억 유로(약 80조 3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긴축안에 좌파는 부유층 대신 서민에게 부담을 넘긴다고, 극우 국민연합은 노동자·은퇴자와 기업의 부담을 늘린다고 반대하고 있어요. 야당의 협조 없이는 예산안 통과가 어렵고, 좌우 야당이 불신임에 뜻을 모으면 내각이 무너질 수도 있어요. 이처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국채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해요. 정부가 위기에 대응할 여력은 더 줄어드는 거죠.
모과 한마디
💵 미국에서도 시위와 집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럽과는 사정이 달라요. 미국 경제는 빅테크의 AI 투자 덕에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수출 호조가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예요. 반도체 수출은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IMF는 올해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처음으로 4만 달러를 넘을 거라고 봤어요. 하지만 이런 성과만으로 안심하기는 어려워요. 우리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에 취약하고, 수출의 절반을 반도체에 기대고 있어요. 금리도 부담이에요. 한국은행은 이미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어요. 유럽에 재정위기가 번지면 아시아 무역금융과 기업 대출에서 비중이 큰 유럽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요. 이 경우 국내 기업도 수출입과 사업 운영에 필요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