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만의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필요해요 ‘월급으로 월세 낼 자신’만 있다면 따라해 보세요


📌필진소개: 안녕하세요, 잘쓸레터 독자 여러분! 저는 좋은 이야기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간을 만드는 김은지입니다. 8개월 차 초보 서점 사장이자 10년 차 마케터로서, 오전에는 프리랜서 마케터로서 일을 하다가 오후가 되면 군자역에 있는 7.5평의 작은 서점 문을 활짝 열고 책방지기로 변신하고 있어요.

올해 시작한 서점인 것 치고 수상하리만큼 왕성한 SNS 계정, 독서 모임 외에도 직접 진행하는 다양한 클래스, 시기에 맞춰 나오는 다양한 굿즈 등을 보고 손님들이 이렇게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사장님 혹시, 원래 어떤 일을 하셨어요?” 그때마다 저의 지난 10년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저는 10년 차 마케터이고, 지금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고요. 사실 회사에 다닐 때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운영했어요. 이 서점은 제가 회사 밖에서 만든 세 번째 공간이에요.”

출처: 피리서재

저희 서점에 찾아오시는 손님 중에는 언젠가 자기만의 공간을 꾸리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반복되는 일상, 어딘가에 소속된 채 일을 해야 하는 조직 생활이 모두에게 쉽지 않으니까요. 카페, 공방, 코워킹 스페이스, 파티룸, 편집샵, 커뮤니티 공간 그리고 저처럼 책방을 꿈꾸는 분들도 많이 만났답니다. 저마다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지,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는 조금씩 달랐지만,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만은 같았어요.


월급으로 월세를 낼 용기로 차린 나만의 ‘곡간’

제가 처음 회사도 자취방도 아닌 ‘밖’에 공간을 차리게 된 것은 27살 때였어요. 서울에 일을 하러 온 지 3년 차쯤 우울감이 심해져서 회사에서 퇴사하게 됐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면서 곰곰이 생각했죠. ‘내가 원래 이렇게 우울한 사람일까? 계속 이런 모습이려나? 어떻게 하면 다시 기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사람은 저마다 창조성을 가지고 있고, 그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할 때 기쁜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그걸 혼자서는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함께 모이면 그런 일을 이어가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공간이 필요하다!’


동묘 쪽에 살고 있었는데,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단층 주택의 빈 상가 자리를 발견하게 됐어요. 당시 사회초년생의 전 재산 500만 원을 보증금으로 내고 월 40만 원의 월세로 4.5평짜리 공간을 덜컥 계약했죠. 이름은 ‘기쁨곡간’이라고 지었어요.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욕심을 쌓아두는 ‘곳간’이 아니라, 진짜 나다운 기쁨을 함께 회복할 수 있는 ‘곡간’을 연 것이죠.


곳간: 물건을 간직하여 두는 곳

곡간:곡식을 보관해 두는 곳간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예산으로 가능했던 비용은 딱 50만 원! 당근 마켓으로 가구를 사고, 친구들과 직접 페인트칠을 하며 공간을 꾸몄어요. 길에 버려진 스틸 전신 거울을 들고 창신동 언덕을 오르기도 했죠. 일주일에 1~2번은 퇴근 후 기쁨곡간으로 가서 독서 모임, 대화 모임, 마케팅 스터디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진행했어요. 회사에서 일하는 나 외에, 내가 진짜로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펼쳐가는 시간이었죠. 

창신동 기쁨곡간(2019-2021), 을지로 공간희희(2022-2024)


공간 임대 기간 2년이 끝날 때쯤, 기쁨곡간에서 가까워진 사람들과 을지로에 ‘공간희희’를 새로 열었어요. 기쁨곡간에 이어 또 기쁨(기쁠 희喜)을 중심으로 모인 것이죠. 저를 포함해 운영자 5인 모두가 직장을 다니며 월세 일부를 부담해 사이드 프로젝트로 공간희희를 운영했어요. 


혼자 운영할 때와는 확실히 다른 즐거움과 힘이 있었어요.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진행할 때 각자의 친구들을 초청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훨씬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게 됐고, 그 네트워크로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확장해 볼 수 있었죠. 1년에 최소 100명 이상의 새로운 친구를 느슨하게, 또 긴밀하게 사귈 수 있었던 것 시간이었어요. 


어떤 재미난 시도들이 있었냐면요😎

  • 대화를 돕는 도구, ‘인생젠가’ 제품 출시
  • 어디서도 받아보지 못한 질문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질문의 밤’
  • 희희한 여름 수련회, 가을 운동회
  • 크리스마스에 혼자인 사람 다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 선물 상자 나눔
  • ‘희희콘’ 뉴스레터 발행
  • 루틴 만들기(공부, 읽기, 쓰기, 운동 등)
  • 독서 모임 ‘희독희독’


꿈에 그리던 나만의 공간,
그냥 지금 시작하면 안 될까?

나만의 공간을 꾸려가는 일. 마냥 행복한 일이었을까요? 공간희희의 2년을 마무리할 때쯤, 저는 광고 대행사를 다니며 클라이언트의 템포에 일상을 맞춰야 하는 일의 방식에 많이 지쳐있었어요. 공간희희와 희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큰 힘이 되긴 했지만,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시간과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기 시작했죠. 일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일하는 내가 되어야 했어요.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일인데, 회사와 나만의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합쳐보자!’ 잘 살기 위해,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시간을 다 써보기로 결심했어요.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하잖아요. 다행히 저는 그런 일이 엄청 대단한 일이 아니었어요. 사람을 만나는 대화하는 일, 그리고 제 평생 취미인 책(독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것을 합쳐서 세 번째 공간인 ‘피리의 서재’ 서점을 군자에 열었어요. 지금 가진 자산과 능력 안에서 무리하지 않고 시작해 볼 수 있었죠.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커뮤니티 서점’이라는 타이틀을 걸고서요. 


🎋 피리(’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사람 모으는 일을 잘한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여줬던 별명) 

+📚 서재(서점이란 뜻이자, 제 남편의 이름 앞 두 글자)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나요?” 서점을 열겠다고 결심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주위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인데요. ‘텍스트힙’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되었다지만, 책방 운영은 여전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유명 대형 서점도 적자고, 서울의 1세대 독립책방 사장님들도 공간 방문자 대비 매출이 너무 작다고 하시거든요. 책의 마진율도 25~30%로 매우 낮아서 아무리 많은 책을 팔아도 남는 것이 적죠.


서점을 처음 열 때 부터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애초부터 수익 구조를 다르게 설정했어요. 누군가는 서점이 책 판매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경제적인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면 훨씬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 경제 활동 원칙: 서점은 서점이, 나는 내가 알아서 먹고살기!

✅ 수입 구조 1. 프리랜서 마케팅

  • 어차피 책’만’ 팔아서는 살 수 없는 구조니, 저는 더 본격적으로 ‘겸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프리랜서 마케터가 되기 위해, 서점을 열기 몇 달 전부터 미리 고정적인 일을 만들어 두었어요.

✅ 수입 구조 2. 서점 판매 수익(책, 음료, 공간 대관, 독서 모임 참여비)

  • 다른 독립서점처럼 저희도 책 외에 음료 판매, 공간 대관, 독서 모임 참여비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어요.

✅ 수입 구조 3. 나만 할 수 있는 전문적인 강의

  • 캘리그라피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서점에서 직접 캘리그라피 클래스도 운영해요. 또 10년 차 마케터의 경력을 살려 릴스 강의나, 브랜드 콘텐츠 관련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죠.

✅ 수입 구조 4. 서점 인스타그램 계정 광고 협업

  • 서점 계정이 성장하면서 독서 굿즈나 생활 용품 등 협찬이나 광고 제안이 들어 오고 있어요. 

✅ 수입 구조 5. 독서 굿즈

  • 처음엔 제가 쓰려고 만들었는데요. 관심 갖는 분들이 많아져서 밑줄용 연필, 메모지, 독서 기록 달력, 티셔츠 등 다양한 독서 굿즈를 판매하고 있어요.


이렇게만 보면 돈도 꽤 벌고 있을 것 같지만, 여전히 제가 버는 총 수입은 회사에 다닐 때 받던 월급보다 작답니다. 하지만 서점에서 벌어들이는 돈만으로 서점 월세를 냈고, 저도 잘 먹고 잘살고 있어요. 말 그대로 ‘독립’한 서점이 됐죠.


아직 서점이 제 먹고사니즘까지 책임지지 못하지만, 목적에 맞는 방향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피리의 서재를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책 외에도 피리의 서재가 말하는 다양한 방식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전달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가다간, 언젠가 서점이 저까지 먹여살릴 수 있다 믿고 있어요!


“진정한 장소는 그저 장소가 아니라 활동이자 존재 양상이다.” -<제자리에 있다는 것> 클레르 마랭


최근에 서점 인스타그램에서 무려 공유 1,097개를 받은 책, <제자리에 있다는 것>에 나온 문장입니다. 이 책은 늘 한 자리에만 머물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저에게 아주 큰 위로가 됐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은 공간을 제 스스로 만들어온 지 7년 차가 됐는데요. 제가 만든 공간, 느슨하고도 쫀쫀하게 우리를 연결해 주었던 그 자리들은 그저 공간이 아니라 저의 활동이자 저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저만의 방법이었어요.


저는 벌써 새로운 장소와 활동을 꿈꾸고 있답니다. “좋은 이야기로 좋은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해 더 가까운 거리와 진득한 시간이 필요하겠다고요. 언젠가 ‘피리스테이’라는 북스테이를 만들어서 지금 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모아낼 거예요.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공간에서 더 자주 마주 앉아 눈을 맞춰볼 생각입니다. 한 발 한 발을 성실하게 내딛고 있으니, 분명 언젠가는 피리스테이에 여러분을 초대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전달하는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 뉴스레터, 오프라인 공간 어디서든 반갑게 만날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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