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기술력의 한계
최신 D램의 공정은 10나노 6세대예요. 1c라고도 불리는데,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시작했어요. 삼성은 그 전 세대인 1a(4세대)나 1b(5세대) D램 수율도 떨어져요. 불량률이 높고, 본업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뜻이에요. 실패를 발판 삼아 달려가는 구글과는 이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어요. 실패 속에서 여전히 허우적대는 인텔에 가깝죠.
지난 연재에서 인텔의 CPU가 멈춰 선 이유는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너무 작아져 만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삼성도 트랜지스터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무어의 법칙’의 한계 앞에 부딪친 것이죠.
1999년 마지막 치킨게임이 끝난 뒤, 홀로 20년 장기 집권해 오던 삼성은 다른 분야도 아닌 본진인 D램에서 ‘더 정밀한 칩(최신 1c 공정 D램)’도, ‘더 부가가치 높은 칩(HBM3E)’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반도체 시장 최고 점유율 자리를 32년 만에 내준 이유이기도 해요.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에요.
신성장 동력에서 길을 잃다
삼성은 D램만으로 성장하지 않았어요. LCD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플래시 같은 차세대 저장장치 칩,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했기에 지금의 삼성이 될 수 있었어요. 본진(D램)에서 돈을 벌어 멀티(LCD, 플래시, 스마트폰)를 확장하는 방식이 통했던 거예요.
그런데 파운드리에서 무너졌어요. 수십조 원을 투자했으나 새 손님을 불러들이기는커녕, 원래 있던 손님도 뺏겼어요. 2022년 AP 생산을 의뢰하던 퀄컴을 잃었고, 3나노 GAA 공정은 TSMC보다 먼저 확보했지만 수율 낮은 삼성 파운드리를 아무도 찾지 않았죠.
과거의 삼성은 이러지 않았어요. 기술적 진화의 모든 길목을 꼼꼼히 살피고,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면 모두 만들어봤죠. 최종 판단이 서면, 무섭게 움직였어요. 시장 반응이나 기술적 탐색에서 결론이 나는 대로 과감히 투자해 먼저 치고 나갔죠.
칩의 세계는 ‘관식이 마음’과 달리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항상 변화의 방향을 향해 예민한 감각을 유지했어요. 다른 한편에선 항상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위에 서서, 이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했어요. 그렇게 변치 않는 두 중력 아래서 성공하고 성장한 삼성, 지금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어요.
신뢰를 잃은 조직의 구원자 데이터!?
최근 삼성이 미국 테크 기업 팔란티어의 고객이 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팔란티어의 핵심 역량은 ‘빅데이터 연결’이에요. 다양한 종류의 방대한 데이터를 한데 모아, 그 안에서 의미 있는 패턴과 통찰을 찾아내는 것이죠. 이를 통해, 조직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요.
이 강력한 데이터 분석 및 통합 능력을 전 세계 기업이 탐내고 있어요. 특히, 삼성은 반도체 생산, 공급망 관리, 연구개발, 마케팅 등 수많은 영역에서 실시간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쏟아 내요. 그만큼 분석할 만한 데이터가 많은 기업이에요. 협업하기 딱인 기업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