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유럽 여행 식비 최소 100유로 이상 아끼는 법 (해외편)

📌 필진 소개: ‘이왕 개털일 거면 개털 중에도 빛나는 개털이 되겠다’며 퇴사한 후, 겁은 많고 돈은 없지만 그럼에도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이곳저곳 기웃대는 중인 여행자 ‘치즈’입니다. 현재는 살인적 물가의 유럽에서 생존을 실험 중이에요. 흐름에 몸을 맡기며, 앞으로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중이랍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건 역시 경비예요. 특히 저처럼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먹고 자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어떻게 해결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죠.


저는 예전에 친한 친구들과 ‘파리에서 그림 그리기’를 하자는 약속을 했었는데, 그 막연한 말이 실제로 구체화 되고 날짜가 정해지면서, 한 달 반의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요. 하지만 출발 전부터 걱정이 많았어요. 퇴사 한 이후 넉넉지 않은 지갑 사정에 살인적으로 오른 유럽 물가와 환율을 감당하며 45일 남짓을 버틸 수 있을까, 매번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며 ‘내가 괜한 결정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유럽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있을지 백방으로 알아보다 알게 된 게 바로 ‘Too Good To Go’라는 앱이에요. 처음엔 단순히 식비를 아끼려는 목적으로 사용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이 앱 덕분에 때로는 허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달랠 수 있었어요

유럽 전역과 호주&북미에 이렇게나 많은 제휴 가게들이 있답니다. ⓒ치즈, ‘Too Good Too Go’ 앱 화면 캡처


지난 주 잘쓸레터에서 고영 PD님이 소개했던 마감세일 앱 체험기 (국내편) 재밌게 보셨나요? 오늘은 유럽 여행 중인 제가 지금까지 독일,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해외 마감세일 앱으로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있었던 경험담을 들려드릴게요.


‘Too Good To Go’ 앱
열 세번 쓰고 포트럭 파티까지 즐겼어요


Too Good To Go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된 ‘Too Good To Go’는 음식을 구하는 앱이에요. 단순히 떨이 식품을 저렴하게 파는 게 아니라, 버려질 뻔한 음식에 다시 가치를 부여하는 서비스죠. 이들의 미션은 ‘모두가 함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도록 영감을 주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해요. 앱을 통해 주변 카페나 식당의 남은 음식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며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었어요. 음식 하나에도 다시 가치를 부여하겠다는 이들의 철학이, 가난한 여행자의 한 끼를 좀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 Too Good To Go, 어떻게 쓰나요?

앱으로 음식을 예약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아요. 앱을 설치하고 위치를 설정하면 주변 가게들이 추천 목록으로 뜨죠. 필터로 픽업 시간, 비건/베지테리언 여부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지도를 눌러 직접 가게를 찾아보는 것도 가능해요. 각 가게마다 가격, 픽업 시간, 평점이 표시되는데, 이 평점이 꽤 정확하더라고요.


평점은 총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돼요

  • Collection experience (픽업 경험 만족도)
  • Food quality (맛, 신선도, 조리 상태 등 음식 만족도)
  • Variety of contents (구성품의 종류나 조합이 얼마나 다양했는지)
  • Food quantity (가격 대비 음식의 양이 넉넉했는지)

봉투 안 가득한 뺑오쇼콜라 @Villa Bougainville, Nice ⓒ치즈


보통 4.5점 이상 가게는 만족도가 확실히 높았어요. 전체 평점은 높지만 Collection experience 평점이 낮은 곳의 경우 직원의 응대 태도가 데면데면했고요, Variety of contents 평점이 낮은 경우 12개의 빵 중에 10개가 뺑오쇼콜라였기도 했죠. 이런 점을 고려해서 음식을 픽업할 가게를 고르면 조금 더 성공할 확률이 높아요.


🌳 Too Good To Go와 함께라면 나도 환경을 지키는 영웅?

사실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남기는 모든 흔적이 지구에 해가 되는 탄소를 배출하는 일일 수도 있어요. 환경 보호보다는 생존을 이유로 Too Good To Go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앱 안에서 내가 절약한 탄소량과 아낀 비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니까, 그게 은근히 뿌듯함을 주더라고요. 원래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음식물 쓰레기가 탄소 배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더 와 닿았어요. 평소에도 소비할 때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려는 편인데, 돈도 아끼고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두 가지가 동시에 맞아떨어지니까 꽤 효능감 있는 소비 경험이었어요. 예약을 완료할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막아낸 영웅이에요!” 하고 띄워주는 메시지도 은근히 기분 좋았고요.


결제는 페이팔이나 카드로 가능해요. 예약을 마치면 앱 내 ‘예약내역’ 화면에 정보가 뜨고, 픽업 시간에 직원 앞에서 화면을 ‘스와이프’ 하면 끝! 픽업 시간이 다가오면 알림도 자동으로 뜨니 음식 수령을 놓칠 걱정 없어요. 가게에 방문할 때 음식을 담아 올 용기를 챙겨가면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테이크아웃 용기 구매 비용이 추가되기도 하거든요.


첫 Too good to go를 위해 도착한 곳은 주유소 옆에 딸린 편의점 겸 테이크아웃 카페였어요. 이번 여행의 시작점인 독일 하이델베르크 숙소 근처였죠. 3.6유로의 ‘Überraschungstüte(서프라이즈백)’을 주문했고,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상태였죠. 가게에 도착해서 “Too good to go 픽업하러 왔어요” 하고 어플에 떠있는 예약 창을 보여주니, 직원이 미리 포장해둔 묵직한 빵 봉투를 줬어요. 픽업 과정이 너무 간단해서 깜짝 놀랐어요.

가득한 8개의 빵! @cafe bonjour, Heidelberg, ⓒ치즈


봉투 안에는 샌드위치 3개, 크림치즈스틱 2개, 소시지빵 1개, 크로아상 1개, 초코크로아상 1개. 총 8개의 큰 빵들이 들어있었어요. 이걸 3.6유로에 얻다니, 그리고 이게 다 버려질 뻔한 음식이라니! 갓 구워낸 따끈함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먹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맛있었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이 빵을 들고 다니면서 다섯 끼는 해결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총 4주 동안 하이델베르크 1번, 프랑크푸르트 3번, 베를린 2번, 파리 4번, 니스 3번

총 13번의 Too Good To Go를 경험했고, 서프라이즈백을 하나 구매하는 가격은 2유로에서 8.99유로까지 다양했답니다.

해외 마감세일 앱 솔직 평가

맛, 가격, 행복 모두 잡았다!


직접 써보고 느낀 이 앱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무슨 음식을 받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에요. 음식계의 럭키박스, 랜덤박스 같달까요. 그 불확실함이 오히려 재미있었고,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덜했어요. 오히려 ‘뭐가 들어있을까’ 하고 상상하게 되기도 했죠. 가게 입장에서도 남은 재고를 부담 없이 처리할 수 있고, 소비자도 편하게 받으니 서로 부담 없는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가게마다 식품백을 구성하는 방식도 다양했는데, 픽업을 하러 가면 남은 음식을 아낌없이 한가득 담아주는 곳도 있었고 할인율을 정해 두고 구성을 맞추는 곳도 있더라고요

@Brötchenmacher, @BROED, Frankfur, ⓒ치즈


프랑크푸르트에 돌아온 뒤에는 용기를 챙기지 않아(사실 무엇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적당한 용기를 준비하는 게 어렵기도 해요) 50센트를 더 내고 큰 샌드위치 하나와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받은 적도 있어요. 수프 양도 많고 맛도 좋고 퀄리티도 정말 좋아서 다음 날도 꼭 다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근교에 다녀오려던 일정도 조정해 가며 근처에 머물렀는데, 아쉽게도 이미 전날 밤에 예약이 모두 마감되어 있더라고요. 이곳은 픽업 시간이 오후 두시 반에서 세 시 사이였는데도, 매번 미리 예약이 끝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인기 있는 가게들은 이렇게 픽업 시간이 되기도 전에 예약이 다 끝나버리기도 해요.

  

@B&B hotel, Berlin, ⓒ치즈


또, Too Good To Go 덕분에 그동안 궁금했던 호텔 조식의 비밀도 해결할 수 있었답니다. 호텔에서 조식을 제공한 뒤 남는 음식은 어떻게 될까요? 베를린 B&B 호텔에서 2유로짜리 서프라이즈 백을 예약해 픽업하러 갔을 때, 그 ‘나머지 음식’의 행방을 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Too Good To Go로 나눠주더라고요. 음식백을 수령할 때, 미리 싸둔 빵에 더해 이것저것 빵을 계속 담아주시고 삶은 달걀도 무려 여섯 개나 챙겨주셨어요. 


받고 나서 든 생각은 “이걸 어떻게 다 먹지, 일주일은 먹겠다”였죠. 대부분 담백한 식사빵이라 그냥 빵만 뜯어 먹기엔 조금 심심했어요. 그래서 독일 마트인 REWE에서 장을 봤어요. 발라 먹을 크림치즈, 끼워 먹을 치즈와 햄, 찍어 먹을 요거트를 샀죠. 다음 날은 노동절이라 상점이 문을 열지 않았는데, 덕분에 받은 빵으로 그날 아침도 해결하고, 도시락을 챙겨 피크닉까지 할 수 있었어요.


가끔은 오늘 먹을 식사를 내가 온전히 고를 수 없다는 점이 여행의 자유를 좁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Too Good To Go에서도 구글맵에서 식당을 찾듯이 위치와 음식 종류, 평점을 참고해서 고를 수 있었고, 그 선택지가 생각보다 꽤 다양했기 때문에 꽤 자유로운 느낌이었어요. 물론 먹는 건 정말 중요하죠.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그날의 기분을 좌우할 때도 많고요. 하지만 이번 여행은 경험 중심의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식사 시간과 장소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오히려 더 좋았어요. 먹을 것을 들고 다니며 마음에 드는 공원 아무 데서나 자리를 잡고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고요

피맥하며 피크닉! @Magic John’s, Berlin, 문제의 바게트들 @Baguette Jeanette, Frankfurt ⓒ치즈


물론 예기치 못한 음식들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었어요. 엄청나게 많은 식사빵을 받았을 때나, 너무 커다란 바게트를 왕창 받았을 때는 이걸 어떻게 들고 다니지, 어떻게 먹어야 하지 하는 당혹감도 있었죠. 하지만 인생이 늘 내가 바라는 대로만 되지 않는 것처럼, 기대한 걸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말하면, 굳이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붙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소 당황스러운 음식을 받아드는 순간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또, 제가 구매한 음식을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도 마음이 따뜻해 지더라고요. 처음 하이델베르크의 빵집에서 받은 빵은 너무 많아서 호스텔 free food 존에 몇 개를 두었더니 다른 투숙객들이 맛있게 나눠 먹었어요. 퀄리티 좋은 샌드위치가 세 개나 들어있던 날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저를 재워준 친구와 함께 나눠 먹기도 했고요. 베를린에서는 호텔에서 받은 엄청난 양의 빵 덕분에, 같은 방에 묵었던 에콰도르 출신 아티스트 친구와 나눠 먹으며 작품 이야기, 작업 이야기 나눴고 갈라파고스로 놀러 가자고 약속까지 하게 되었죠. 파리에서는 같이 그림을 그리기로 했던 친구들과 합류했을 때, 호텔 조식에서 받아온 빵을 웰컴푸드처럼 나눠줬고요

포틀럭파티에서 나눠먹은 마감세일 음식, 유명 베이커리에서 수령한 간식 ⓒ치즈


파리에서 그림을 그리다 당이 떨어졌을 땐, 디저트 가게 앙젤리나에서 밀푀유와 슈를 받아 고급진 당 충전을 하기도 했어요. 포틀럭 파티에 초대받아 간 아뜰리에에서는 키쉬를 사 가서 함께 나눠 먹었고요. (키쉬는 데워달라고 하니 데워주기도 했어요.) 니스에서는 생파스타를 받았어요. 라비올리와 뇨끼였는데, 에어비앤비 숙소 주방에서 파스타 소스와 함께 직접 요리해 먹었죠.


3유로, 5유로씩 돈을 주고 산 음식이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눔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걸 다시 누군가와 나눠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어요. 서프라이즈백을 친구들과 함께 열어볼 때는 주변 반응 덕분에 몇 배는 더 신나더라고요.

절약한 탄소와 돈 비교 ⓒ치즈, 앱 화면 캡처


이번 여행이 저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분명한 건, Too Good To Go 덕분에 여행이 조금 더 풍성해지고, 훨씬 자유로워졌다는 것이에요. 식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건 물론이고요. “어딜 가든 굶지는 않겠지” 하는 묘한 믿음이 생기면서 하루하루를 더 담대하게 보낼 수 있었답니다. 저는 이 앱 덕분에 총 106유로를 아낄 수 있었어요. 제가 구매한 음식을 정가 대비 얼마나 저렴하게 샀는지 앱에서 바로 알려줘서 알 수 있었어요. 실제로는 서프라이즈백의 음식 양이 넉넉한 덕분에 한 번 음식을 픽업하면 그걸로 두세끼는 더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낀 비용은 100유로보다 훨씬 많다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이번 여행은, 여유롭게 소비하는 여행은 아니었어요. 길가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본 적도 있고, 그런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공원 잔디나 강가에 앉아, 버스킹 음악을 들으며 봉투 속 빵을 꺼내 먹는 순간이 어쩌면 그 어떤 레스토랑 식사보다 깊게 남을 것 같아요.


식비를 아낀 덕분에 베를린에서는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을 볼 수 있었고,

미술관에서는 호크니와 마티스의 그림 앞에 오래오래 서 있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돈이 없으면 여행을 갈 수 없다는 말이 꼭 맞는 말은 아니라고요. 물론 물가가 조금 더 저렴한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돈이 많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여행이 있고, 그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도 분명히 있더라고요. 이번 여행은 ‘없는 것’을 셈하며 시작해, 결국 ‘있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저는, 처음의 불안한 마음을 넘어서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떠나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도 충분히 느끼고 기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언젠가 또 그렇게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수확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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