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노인’은 옛말이 될지도 몰라요

글, 김영빈


📌 필진 소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졸업 후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입니다. 한국의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아 Alookso와 Theseoulite 등에서 관련 논문을 소개하는 글과 사회 현안을 분석하는 글을 다수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노인연령 기준


저출생 고령화는 한국의 사회 현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죠. 출생률 하락과 고령화 가속이 비단 한국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생과 고령화를 겪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데요. 당장 다가오는 2050년에는 한국이 세계에서 홍콩 다음으로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요. 홍콩은 도시국가이니, 사실상 우리나라가 세계 1위라고 봐야겠지요.


한편, 2022년 기준 한국의 기대수명은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OECD 국가 중 일본, 스위스 다음인 3위로 최상위권을 기록했어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한국 국민의 기대수명은 84.3년입니다. 


한국의 상황을 요약하면, 저출생과 고령화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동시에 의료 기술과 시스템의 발달로 기대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는 2072년에는 기대수명 91.1년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필수적인 논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새 시대를 위한 노인연령 기준’일 거예요.


살아온 수명 vs 기대여명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노인연령 기준을 새롭게 제안하는 연구는 이미 진행되고 있어요. 경제학자 워렌 샌더슨과 인구통계학자 세르게이 셰르보프는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고령인구 비율이 증가한 현대사회에 발맞춰 ‘기대여명(Prospective age)’에 기반한 노인연령 기준을 제안했습니다.


현재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수명을 기준으로 노인연령을 정하고 있죠. ‘연나이’ 65세가 되면 이때부터 노인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두 연구자는 장래적(Prospective) 관점에서 앞으로 남은 여명, 즉 ‘기대여명’을 기반으로 노인연령을 산정하자고 제안하는데요.


1972년의 50세와 2014년의 60세는 동갑?

이해를 돕기 위해 연구 자료를 토대로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972년의 50세 일본 여성과 2014년의 50세 여성이 있어요. 살아온 기간, 즉 회고적 연령으로 보면 이 둘의 나이는 같죠. 그러나 앞으로 남은 여명을 나타내는 기대여명은 각각 29년과 38년으로 9년의 차이가 생깁니다. 기대여명으로 보면 둘의 나이는 같지 않아요.


이번에는 1972년의 50세 여성과 2014년의 60세 여성을 비교해 볼까요? 살아온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둘의 나이 차는 10년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기대여명은 모두 29년으로 동일합니다. 기대여명을 기준으로 한다면 둘의 나이는 같아지죠.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지금까지 살아온 기간과 무관하게 앞으로 앞으로 살아갈 ‘n년’을 구해서 노인이라 정의하자는 것이 최근 새롭게 제기되는 주장의 핵심이에요. 이전보다 오래 건강하게 살고, 천천히 늙는 현대인들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죠.


한국 노인연령 기준_최신화


‘기대여명’을 노인연령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예를 들어 ‘기대여명 15세’를 노인연령으로 본다면, 앞으로 여명이 15년인 인구를 노인이라 정하겠다는 의미예요. ‘연나이’로 몇 살부터 노인인지는 계속해서 변하게 되겠죠.


이 기준에 따르면 1990년에는 64.9세, 2020년에는 72.5세, 2065년에는 76.4세부터를 노인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2019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기준). 이렇게 따지면 현재의 65세 노인기준은 1990년에나 적합하고, 지금은 73세 정도로 기준을 올려야 해요. 유엔(UN)의 2022년 인구추계에 따르면, 2100년엔 노인연령 기준을 80세까지 올리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어요.


‘기대여명 15세’가 노인일 때

노인연령 기준을 기존의 ‘연나이 65세’가 아닌 ‘기대여명 15세’로 한다면, 고령화와 노인부양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어요.


① 노인인구 비율

  • 2065년 기준, 노인인구의 비율이 기존 46.1%에서 26.2%로 낮아져요.
  • 1970년 대비 2065년 노인인구비율의 증가비는 기존 14.9배에서 5.8배로 떨어져요.


② 고령인구부양비

  • 2065년 기준, 고령인구부양비가 기존 100.4에서 39.7로 급격하게 낮아져요.
  • 1970년 대비 2065년 증가비도 기존 17.6배에서 4.7배까지 줄어요.


이와 같은 추이는 기대 은퇴 기간, 성별, 지역, 소득 등 각 특성의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기대여명 20세’로 적용하였을 때도 비슷하게 나타났어요.


고령화 대응에 더 적절한 관점


혹여 노인연령 기준 상향이 단순히 노인 부양 비용을 절감하려는 논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서울시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에 노인들이 생각하는 평균 ‘노인 기준 연령’은 2020년 70.5세, 2022년에는 72.6세예요. ‘기대여명 15세’ 기준인 72.5세와 큰 차이가 없죠. 기대여명 기준은 노인들이 더 오래 살고 건강해지는 현실에 부합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어요.


최근 저속노화 개념을 대중적으로 알리며 큰 주목을 받은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역시, 기대수명 90세를 바라보는 미래에는 노인연령 기준을 점진적으로 올려 77세까지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노인연령 기준을 77세까지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가정하에 2060년 노인부양비와 생산가능인구를 구해보면, 인구 고령화 추세가 현저하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2060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기존의 노인연령 65세 기준 2,058만 명에서 신연령 기준 2,755만 명으로 증가해, 2020년과 비교했을 때의의 감소 폭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노인부양비 역시 크게 개선되고요. 


여러 연구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노인연령 기준을 상향하면 고령인구 부양비 부담을 크게 완화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고령 인구 부양의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노인연령 기준 상향을 통해 보다 지속 가능한 사회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해지겠죠. 물론 이 과정에서 노인 빈곤, 노인 내 양극화, 은퇴 연령과 수급 연령의 격차 등 다양한 노인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해요. 


📚이 칼럼에 참고한 자료의 출처는 어피티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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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에 참고한 자료

Chang, A. Y., Skirbekk, V. F., Tyrovolas, S., Kassebaum, N. J., & Dieleman, J. L. (2019). Measuring population ageing: an analysis of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7.The Lancet. Public health,4(3), e159–e167. https://doi.org/10.1016/S2468-2667(19)30019-2 

Scherbov, S., Sanderson, W. C., & Gietel-Basten, S. (2016). Better way to measure ageing in East Asia that takes life expectancy into account. Australasian journal on ageing, 35(2), 139–142. https://doi.org/10.1111/ajag.12267

Sanderson, W.C. & Scherbov, S. (2007). A new perspective on population aging. Demographic Research 16 (2) 27-58. 10.4054/DemRes.2007.16.2.

고은지. (2023). 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72.6세.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30205014600004. 2023.02.13 확인.)

계봉오. (2020). 인구고령화 지표에 대한 대안적 접근: 장래연령 관점을 중심으로. 한국인구학, 43(4), 1-35. 

서명수. (2023). 한국인 기대수명 50년만에 21년 증가…OECD 국가 중 3위.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6991. 2024.08.19 확인)

이윤경, 김세진, 황남희, 임정미, 주보혜, 남궁은하, … & 김경래. (2020). 2020 년도 노인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책보고서 2020-35.

이태석. (2022).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KDI Focus. 115.

정인설. (2023). 주름 깊어지는 한국…”2050년엔 가장 늙은 나라 될 것”.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71724891. 2024.08.19 확인)

정희원. (2021). 지속가능한 나이듦. 두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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