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해 먹고, 배우고, 문화생활 즐기는 30대 ‘숨고르기 청년’의 일상 대공개

글, 잘쓸레옹 밤톨이
📌필진 소개: ‘씀’은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는 유학생, 퇴사 후 소비 패턴이 달라진 사람, 독특한 주거 형태에서 살아가는 사람까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주일 소비생활을 기록하는 코너예요. 돈을 얼마나 아꼈는지, 얼마나 잘 썼는지만을 따지지 않아요. 대신 누군가의 소비를 들여다보며 소소한 재미와 생활의 힌트를 얻고, 때로는 서로 위로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Q. 자기소개 해주세요!
  • 저는 3년간 일한 회사에서 퇴사하고 지난 2월부터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30대 초반 밤톨이에요.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나 경기도에서 자취를 하고 있어요. 금토일은 대부분 서울에서 노는 편이에요. 친구들도 모두 서울에 있고, 다음 직장을 구한다면 서울일 것 같아서 이사하고 싶지만 같은 가격으로 이 정도 컨디션의 집을 서울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아서 고민이 많습니다.
쉬는 동안은 미술관, 영화관, 도서관을 다니면서 문화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진로 고민이 많아서 여유 있는 시기에 제 자신과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노력 중이에요.

Q. 내 소비 패턴의 특징이 있다면?
  • 기본적으로 적금이랑 주식에 넣는 일정 금액이 있고, 그 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운용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벌이가 없어서 원래도 소액이었던 주식 투자 금액을 조금 더 줄였습니다.

    외식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 만날 때 제외하면 배달이랑 외식은 한 달에 세 번 정도고 한 번도 사 먹지 않을 때도 종종 있어요. 거의 집에서 해 먹어서 식재료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메모장에 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체크하고 있어요. 요리를 자주 하다 보니 식재료 관리가 필요해서 메모장에 적어두고 주기적으로 확인하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메모장에는 실온, 냉장, 냉동 칸을 따로 기록해두고 있고 길게는 일주일 치 식단을 짜놓습니다. MBTI J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대문자 P라서 전부 지키지는 않습니다. 
(좌)설치비 빼고 5만 원에 구입한 양문형 냉장고 (우)식재료 기록 메모장과 구매한 식재료 ⓒ밤톨이

  • 하지만, 한 번씩 몰아서 큰 금액을 쓸 때가 있어요. 특히 옷 쇼핑을 좋아해서 1년에 몇 회 정도는 몇십만 원씩 몰아서 쓰는 것 같아요. 세일할 때 여러 벌 사거나,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은 비싸더라도 1년에 한두 벌 정도는 구매하고 있습니다. 중고 제품도 자주 사는 편인데 옷 살 때는 번개장터에 먼저 검색해보고, 평소에도 필요한 게 있으면 당근에 매물이 있나 확인해보고 있어요. 

    무옵션 집을 구해서 이사 올 때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모두 당근으로 장만했어요. 설치비가 좀 들긴 했지만, 세탁기와 냉장고는 설치비까지 해서 총 35만 원 정도로 해결했습니다. 냉장고는 연식이 조금 되었지만 시트지를 붙이니까 새것 같아 보여서 저희 집에 오면 다들 놀라는 포인트예요. 880리터 양문형 냉장고라 작은 주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평소 요리할 때 1인분만 할 줄 모르는 손이라 밥도 얼려두고 국도 끓여서 얼려두고 식재료들도 얼릴 수 있는 건 프랩해두는 편이라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냉동식품도 마음 놓고 구매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쓰고 보니까 외식비 빼고는 다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다른 모든 소비를 위해 외식비를 줄이는 그림이 된 것 같기도 하네요. 
 
Q. 특별히 신경 쓰는 소비 분야가 있나요?
  • 교육비가 많이 드는 타입이에요. 일을 시작한 이후로 항상 과외나 학원을 다니고 있는 상태예요. 혼자서 독학하면 제일 좋겠지만, 혼자서 하기엔 의지력이 조금 부족하고 환경 조성이 중요한 스타일이라 의지를 돈 주고 사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직장, 영어학원, 중국어과외, PT, 인강까지 한꺼번에 병행한 적도 있었어요. 금액이 부담될 때도 있지만 투자라고 생각하고 쓰고 있어요. 최근에는 필리핀 선생님과 1:1로 화상영어를 하고 있는데 저렴한 금액으로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최근 즐긴 문화생활 ⓒ밤톨이


밴드 공연이랑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해서 문화비도 저에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예요. 공연비는 아무래도 자주 가기엔 약간 부담이라 무료 공연이 열리면 최대한 찾아가고 있습니다.

월요일 (12,000원)

퇴사 후 정해진 루틴 없이 생활하다 보니 집에만 있으면 정체되는 느낌이 들어, 웬만하면 하루에 한 번은 외출하려고 해요. 백수 기간이 길어지면서 여러모로 지출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지만 맛있는 커피는 포기할 수 없어서 하루 한 잔 커피 사 먹는 돈은 고민하지 않기로 했어요.

저는 아침밥을 포기 못하는 스타일이라 가능하면 챙겨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최근에 한 봉지씩 포장되어 있는 세척사과를 샀어요. 일반 사과보다는 약간 더 비싸지만 아침에 간단히 하나씩 꺼내 먹기 좋은 것 같아요. 땅콩버터를 곁들여 먹으면 맛도 지방도 챙길 수 있어요. 이날 점심은 집에 있던 재료들을 활용해서 두부구이랑 볶음김치에 소시지 한 줄을 곁들여 먹었어요.

순서대로 아침식사, 카페 산호에서 마신 커피, 가지 토마토 그라탕 ⓒ밤톨이


점심 먹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일기 쓰고 책도 읽고 귀가했어요.(5,000원) 저녁밥은 집에 있던 가지와 토마토 소스로 가지 멜란자네.. 였던 창작 요리를 먹었어요.

순서대로 군포 시민체육광장, 찰토마토 12개 5,000원,오이 5개 2,000원 ⓒ밤톨이


저녁 먹고 근처 트랙에서 러닝을 했습니다. 돈이 부족한 백수에게 빛과 소금같은 운동이에요. 특히 요즘은 저녁 러닝하기 딱 좋은 날씨라 열심히 나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복싱이 하고 싶어서 등록할까 고민 중이에요.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에 토마토와 오이를 샀어요.(7,000원) 자주 가는 가게가 저렴하고 새벽까지 영업해서 종종 운동 마치고 장 보러 오고 있어요.

채소와 과일은 주로 시장에서 사는데, 한번 시장 물가에 익숙해지니까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는 선뜻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이사 다닐 때도 근처에 시장이 있는지 여부가 전 아주 중요하답니다.

화요일 (123,200원)
약속이 2건 있는 날이라 식사는 아침 겸 점심으로 가볍게 먹었어요. 집에 과일과 채소가 많을 때는 자주 오랑우탄 밥처럼 만들어 먹습니다. 단백질도 꼭 빼먹지 않으려고 해요.

친구랑 카페에 가서 호지차 밀크티와 말차라테, 카사타(과일 치즈 케이크)를 먹었어요.(14,000원)

저녁에는 다른 친구들과 중국음식을 먹으러 갔습니다. 딤섬과 어향가지, 계란볶음밥, 청경채볶음을 먹었는데 계란볶음밥이 너무 맛있어서 놀랐어요. 다들 맛있게 먹다 보니 어느새 거의 모든 메뉴를 시켜 먹고 있었습니다.(19,800원)

밥 먹고 네컷사진을 두 장 찍은 후에(4,500원) 할리스 커피(5,300원)에 가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전 직장 동료들과 얘기하다가 직무 관련 인강을 같이 결제했어요.(79,600원) 사실 인터넷 강의는 여러 번 끊어봤지만 저는 의지가 좀 부족한 타입이라 돈을 날릴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도 이번엔 동료들과 서로 감시(?)하며 공부하니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침식사와 카페 아사시의 말차라떼, 호지차 라떼 그리고 카사타, 이태원 야랑해 어향가지 ⓒ밤톨이


수요일 (73,000원) 

재작년부터 꾸준히 드로잉 과외를 받고 있어요.(2회 60,000원) 수업 날이라 아침은 가볍게 먹고 외출했습니다. 선생님과 저는 전직장 동료였는데, 서로 퇴사하고 이사하면서 집이 멀어져서 겹치는 호선의 중간 지역에서 만나는 편이에요. 이날은 노량진에서 만나기로 해서 노량진 가는 김에 컵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저는 조금 욕심부려 모둠 김치 컵밥(7,000원)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더라고요. 근처 카페에서 커피(6,000원)를 마시며 수업을 진행했어요. 장기로 하던 그림 작업이 최근에 끝나서 요즘은 간단하게 눈앞에 보이는 사물들 그리면서 손 푸는 시간을 주로 가져요. 

아침식사, 노량진 컵밥(모듬김치컵밥 3), 드로잉 과외 결과물 ⓒ밤톨이


집에 와서는 어제 산 토마토와 오이로 저의 냉털 메뉴인 쿠스쿠스 샐러드를 만들었어요. 채소를 익히는 방식도 있는데 저는 샐러드로 먹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닭가슴살과 소시지 한 줄을 곁들여서 단백질도 보충해주었습니다. 운동하러 나갔다가 이날따라 너무 달리기 싫어서 그대로 귀가해서 실내 자전거를 조금 탔습니다.

전날 구매한 쿠스쿠스 재료와 완성된 저녁식사, 30분 정도 달린 실내 자전거 ⓒ밤톨이


목요일 (41,120원) 

원래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광주에 사는 친구가 출장차 서울 올라와서 번개로 만났어요. 아침으로는 만들어둔 쿠스쿠스 샐러드와 사과를 먹었고, 점심은 제가 좋아하는 내슈빌 치킨버거를 먹으러 갔어요. 평소에도 자주 사주는 친구라 이번에는 꼭 제가 밥을 사고 싶었는데 또 선수를 빼앗겨서 계산을 못했어요. 대신 카페에서 티와 디저트를 제가 사고(22,400원) 티백 샘플러도 선물했어요. 티백은 쇼룸에서 구매해서 10% 할인도 받았습니다.(8,820원)

ⓒ르프리크 치킨버거 2인 세트, 맥파이앤타이거 성수티룸, 티백 샘플


집에 가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 필요했던 생필품을 샀어요. 자주 신던 가죽 샌들이 헐거워져서 버클 구멍을 하나 뚫으려고 송곳을 샀고, 설거지할 때 낄 면장갑이랑 알콜스왑 그리고 여름이 왔으니 방충망 스티커도 하나 샀어요.(5,000원)

저녁은 쿠스쿠스 샐러드와 단백질을 챙겨 먹었고, 네이버 멤버십을 이용 중이라 자동 결제가 되었습니다.(4,900원)

다이소 쇼핑리스트와 저녁식사 ⓒ밤톨이


금요일 (0원) 

아침 점심은 (또) 쿠스쿠스 샐러드를 먹었습니다. 재료 소진하려고 평소보다 많이 만들었더니 질리게 먹어서 한동안 안 해 먹을 것 같네요. 이 날은 점심 먹고 도서관에 갔습니다. 도서관도 백수에게 정말 고마운 존재예요. 노트북을 가져가서 작업도 하고 책도 읽다가 왔습니다. 보통 일할 때는 생존용 커피를 마셔서 커피는 집에서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갔어요. 저녁은 오이참치두부비빔밥(오두비)을 해 먹었어요. 건강하게 먹으려고 하는 편인데 도저히 많이 먹는 건 포기할 수가 없어서 나름 건강한 식단으로 많이 먹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녁에는 또 러닝을 하고 왔어요.

직접 다 해 먹은 아침식사, 점심식사, 저녁식사 ⓒ밤톨이

토요일 (17,000원) 

아침은 간단하게 달걀, 견과류, 사과로 때우고 점심은 요즘 유행하는 토마토 마리네이드 냉소바를 만들어 먹었어요. 광화문에 영화 보러 가는 길에 부모님 심부름으로 종로 약국에 가서 영양제와 약을 좀 샀습니다. 9만 원대가 나왔지만 이 돈은 부모님이 지원해 주셨답니다. 또, 영화관까지 걸어가는 길이 너무 더워서 아이스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 했습니다.(5,000원)

토마토 냉소바 아침식사, 약국 방문, 커피 ⓒ밤톨이


영화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 을 보고 GV까지 봤는데, 최근 핫하신 정일영 교수님께서 게스트로 나오셔서 너무 재밌었어요.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인데 최근에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와서 아주 감사하게 쓰고 있습니다.(7,000원)

저녁은 집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져서 근처 맥도날드에 갔어요. 맥도날드를 좋아하거든요. 어플을 깔면 항상 괜찮은 할인 쿠폰이 많아서 애용하고 있습니다. 포인트도 잘 쌓여서 맥도날드 좋아하시는 분들은 무조건 추천해요! 저는 빅맥세트를 먹었어요.(5,000원)

영화 GV 현장, 맥도날드 할인 쿠폰, 빅맥 세트 ⓒ밤톨이

일요일 (131,600원) 
6~7월은 매주 일요일 독서모임에 나가고 있어요. 아침은 어제 만들어둔 토마토 마리네이드와 빵, 크림치즈, 삶은 달걀을 먹었어요.

호스트님이 직접 만든 휘낭시에를 선물해 주셨어요. 정말 맛있었답니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는 멤버 한 분과 근처 카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습니다. 소시지번과 커피는 가게에서 먹고 명란바게트 하나도 포장했어요.(14,500원) 그리고 근처 카페에 가서 티를 마시며 작업하다 귀가했습니다.(6,500원) 저녁은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오두비를 해 먹었어요.

또, 넷플릭스 정기결제날이라 돈이 빠져나갔는데 통신사 할인 혜택을 받고 있어요.(8,000원) 그리고 다음 주에는 본가에 방문할 예정이라서 KTX 표를 왕복으로 결제했습니다.(102,600원) 

Q. 소비로그를 작성한 소감은?
  • 이번 주에는 예상치 못한 지출이 몇 건 있었습니다. 기차를 예매했고, 약속도 많았고, 인터넷 강의도 결제했어요. 모두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출이었지만 정리해 보니 생각보다는 돈을 많이 쓴 한 주였던 것 같아요.

    다행히 미리 사 둔 재료들이 있었고, 쿠스쿠스 샐러드를 많이 만든 덕분에 식비는 조금 아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평소였다면 여기에 장 보는 비용까지 추가됐을 것을 생각하면, 현재 ‘숨 고르기 청년’인 저에게는 약간 소비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처럼 예상치 못한 지출은 언제든 생길 수 있으니, 치킨 한 번만 시켜 먹고 한동안은 냉장고 파먹기를 하며 더 버텨 봐야겠어요. 어디까지 아낄 수 있을지 실험하는 기분도 들어서, 가끔은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빨리 취업해서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소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월급을 받게 되면 그 소중함이 예전보다 훨씬 크게 느껴질 것 같아요. 그리고 아쉽지만, 복싱 짐 등록은 당분간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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