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돌이킬 수 없다던데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 필진 소개: 2021년부터 5년째 수도권 2030 청년들과 함께 친환경 활동 실천 모임 ‘룩업’을 운영하고 있는 그린풋이라고 합니다.

저는 200여 명이 모인 환경 모임을 5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달리 굉장히 소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어요. 미디어에서 워낙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무언가 실천하고 싶기는 한데, 정작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당장 할 수 있는 걸 조금씩 해보는 정도로 모임이 굴러가고 있거든요.


아마 저희와 비슷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뭔가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드신다고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이런 고민이 생길 때마다 저희는 그냥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가까운 곳으로 쓰레기를 주우러 가기도 하고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전시나 다큐멘터리, 책을 보고 서로 감상을 나누고, 고기를 줄이는 식습관을 만들기 위해 비건 식당을 같이 찾아가기도 하죠.

모임에서 진행한 친환경 활동들 ©룩업


오늘, 4월 22일은 ‘지구의 날(Earth Day)’이에요.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지구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 위해 제정된 날로 1970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현재는 전 세계 190여 개국, 10억 명 이상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환경 기념일이죠. 


지구의 날을 맞이한 기념으로, 오늘 잘쓸레터를 통해 꼭 모임에 나오지 않더라도 내가 일상에서 친구들끼리, 또는 혼자 해보기 좋은 친환경 활동들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5년간 고군분투했던 저희 모임의 경험을 바탕으로 쌓인 빅데이터니까 믿고 따라오셔도 됩니다!

쓰레기도 줍고 비건 식사도 하고! 이대로만 하세요


🏃‍♀️ 플로깅 vs 비치코밍, 뭐가 다를까요?

어디선가 들어본 플로깅, 비치코밍! 뭐가 뭔지 헷갈리시죠? 쉽게 말하면 플로깅은 일반 육지에서, 비치코밍은 해변에서 하는 거예요.

플로깅은 스웨덴어 ‘플로카 우프(plocka upp, 줍다)’와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달리거나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보호 운동이에요. 근데 사실 대부분 뛰지 않고 걸어요. 뛰다가 쓰레기 줍는 거 진짜 힘들거든요. 그냥 천천히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거죠.

비치코밍(Beachcombing)은 해변(Beach)을 빗질(Combing)하듯 해안가로 떠밀려온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 정화 활동이에요. 해변을 빗질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해양생물의 입에 들어갈 스티로폼이나 빨대 등을 우리가 치운다고 생각하면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효능감도 있고요.

비치코밍 활동 현장 ©룩업


💡 준비물은 없나요?

쓰레기를 주울 때, 쓰레기봉투나 재활용할 수 있는 마대자루를 챙겨가면 좋은데 버릴 곳이 마땅치 않은 곳에서 플로깅을 할 때는 근처 편의점에서 해당 지역의 종량제봉투를 구매하는 편이에요. 쓰레기는 줍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처리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집게랑 장갑은 필수! 장갑은 재사용 가능한 면장갑을 주로 사용하고요. 집게는 인터넷에서 전용 집게를 찾을 수 있는데 다이소에서 파는 고기 구울 때 쓰는 집게도 추천해요.


💡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플로깅은 동네 주민끼리 하는 것도 많은데, 찾기 가장 쉬운 방법은 1365자원봉사포털을 이용하는 거예요. 개인 봉사 분야에 ‘환경과 생태계 보호’를 선택하면 집 근처에서 하는 플로깅 활동을 찾아볼 수 있어요. 봉사시간도 받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참가도 가능하니 편하게 가볼 수 있어요.

참고로 저희는 정 쓰레기 주우러 갈 곳이 없으면 비닐봉투 들고 한강이라도 가요. 한강공원 이맘때면 워낙 피크닉을 많이 해서 쓰레기 주울 게 정말 많거든요.

한강 플로깅 현장 ©룩업


다들 놀고 있는데 우리끼리 그 옆을 지나며 쓰레기 주우면서 다니면 사람들이 쳐다볼 때도 있고 약간 부끄러울 때도 있어요. 그런데 하다 보면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르러요. 쓰레기봉투를 채우는 기분이 게임하는 것 같거든요. 재밌게 채우다 보면, 바닥에 있는 쓰레기가 반가워집니다. 잔디밭에 그냥 쓰레기를 버리려던 사람이 저와 눈이 마주치고 쓰레기통을 찾아서 일어나는 걸 본 적도 있어요.

비치코밍을 원한다면 씨셰퍼드 코리아에서 비정기적으로 여는 해변 정화 활동을 주목해 보세요. 해변가의 폭죽 탄피를 줍는 모임이에요. 누구나 신청해서 갈 수 있으니 여길 통해서 방문하면 좋아요. 주로 인천 무의도 쪽을 많이 가는 편이에요.


🍕 비건 식사,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러 가요

비건식당을 가면 우리가 평소에 비건으로 접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음식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어서, 하나의 새로운 식문화를 체험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맛이 두 배로 좋아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비건 치즈로 만든 피자라거나, 비건 짬뽕, 버섯 탕수육 같은 건 다른 식당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잖아요.


참고로, 비건과 채식주의자의 차이는 의외로 커요. 채식 내에서도 단계가 다양하죠. 그래서 모임을 할 때 참가자의 성향을 먼저 묻고, 식단을 정하는 편이에요.


  • 페스코 베지테리언: 생선까지 먹음
  • 폴로 베지테리언: 탄소배출량이 높은 붉은 육류만 줄임
  •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계란이랑 우유까지 허용
  • 비건: 동물성은 아예 허용 안 함. (심지어 꿀까지도)

저희 모임에는 채식 지향인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식사할 때는 안전하게 비건 식당을 찾아가는 편이고요. 서울에서는 비건 음식 전문점인 플랜튜드(용산, 코엑스), 알트에이(이태원), 남미플랜트랩(사당)을 가장 많이 방문하고 있어요. 혹시 비건 식당 가보고 싶으시면 ‘채식 한끼’ 앱을 참고해 보세요

사당 남미프랜트랩 비건피자와 이태원 알트에이 짬뽕 ©룩업


또, 국내에서 열리는 비건 엑스포에는 다 같이 참가하는 편이에요. 어떤 대체육과 식재료가 있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 고쳐서 다시 쓰기
고장 난 물건을 버리지 않고 다시 쓰는 것만큼 좋은 친환경 활동이 없죠. 지자체에서는 ‘찾아가는 우산수리센터’를 운영해요. 전문 교육을 받은 작업자들이 구별 주민센터나 복지관을 순회하며 고장 난 우산(1인당 2개 내외)을 무료 또는 실비로 수리해 주는 서비스예요.

출처: 관악구, 용산구


주로 3월~11월 사이 평일에 운영되며, 부러진 우산살 수리 및 천 꿰매기 등을 통해 우산을 재활용할 수 있어요. 주로 서울시나 수원시에서 순회하는 것으로 아는데, 정확한 일정은 각 지역 주민센터에 물어보시면 돼요.


또, ‘우동칼’(우리동네칼갈이)이라고 찾아가는 칼갈이 센터도 있어요. 무뎌진 식도, 과도, 가위 등을 고쳐주기도 하니 집 근처에 찾아오는 일정을 알아보세요. 새로 사는 것보다 고쳐 쓰는 게 훨씬 환경에 좋잖아요. 그리고 고쳐서 오래 쓴 물건에는 애착도 생기고요!

👗 안 입는 옷 바꿔입기
잘쓸레터에서도 기빙플러스와 굿윌스토어 같은 채리티샵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우리 모임에서도 해당 장소에 방문해서 같이 쇼핑하는 모임을 한 적이 있어요. 또, 저희 모임에서 종종 방문하는 곳으로는 ‘21% 파티’가 있어요.

출처: 다시입다연구소


다시입다연구소가 주최하는 의류 교환 행사로, 옷장 속 안 입는 옷을 가져와 다른 사람의 옷과 1:1로 교환하는 지속가능한 패션 캠페인이에요. 숫자 ‘21’은 옷장 속 옷들 중 입지 않는 옷의 비율을 말해요. 이번주에 ‘21%파티 위크’를 맞아, 전국에서 옷교환 파티가 열리고 4월 26일에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메인 이벤트가 열리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 번 가보세요.


📅 2026년 4월 21% 파티위크

  • 일시: 4월 26일(일) 13:00 ~ 17:00
  • 장소: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63, 서울숲역 3, 4번 출구)
  • 행사내용: 옷 교환, 수선 워크숍, 재봉틀 체험, 무료 수선 서비스


저는 여기서 교환한 원피스와 블라우스를 너무너무 잘 입고 있어요. 안 입는 옷을 처리하고 필요한 옷으로 바꿔올 수 있어서 정말 좋더라고요.

🧴 제로웨이스트샵, 리필스테이션 이용하기
제로웨이스트샵은 평소 이용할 수 있는 것 중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파는 곳이에요. 생분해성 또는 친환경 유래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많아요. 또 ‘리필스테이션’이라고, 많은 제로웨이스트샵이 공병에 샴푸나 쌀, 파스타, 오일, 세제 등 알맹이만 담아갈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어요. 공병을 준비해서 방문하면 되고, 혹시 공병이 없다면 어떤 샵에서는 기부받은 공병을 나눠주기도 하니 일단 가보세요.

제로웨이스트샵, 리필스테이션 ©룩업


대표적으로 국내에서는 망원동에 있는 알맹상점이 이 분야 선두 주자예요. 그리고 알맹상점에서 전국의 제로웨이스트샵/리필/재활용 가게를 모은 지도를 배포하기도 했으니, 이걸 확인해 보고 가까운 곳으로 가보시면 돼요.

또, 국내에서 활동하는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이 얼마 전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제로웨이스트샵 겸 카페 ‘노노샵’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근처에 있는 비건 중식당 알트에이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먹고, 노노샵에서 쇼핑한 후 비건 베이커리를 맛보며 수다 떠는 게 저희 모임의 코스였는데요. 최근에 재개발로 인해 가게를 이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회현역 근처에 이달 중에 가게를 오픈한다고 하니, 아마 다함께 조만간 거길 방문하지 않을까 싶어요.

💡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불 끄기!
오늘 소개해드린 활동들이 당장 실천하기 어렵다면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실천도 있어요.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 오늘 오후 8시부터 10분간 전국적인 소등 행사가 열려요. 1,600만 가구가 5분만 참여해도 26만kWh 이상의 전기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감축 및 소나무 심기 효과를 낸다고 해요. 그냥 오후 8시에 10분간 불만 끄면 돼요. 정말 간단하죠?


5년 동안 환경 모임을 운영하면서 느낀 건, 뭐든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거예요. “나 하나쯤이야”, “이걸로 뭐가 달라지겠어” 물론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5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알게 됐어요.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생각보다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걸요.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하면 더 즐겁다는 것도요. 지구를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안 어려워요. 그냥 한번 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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