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언제부터 ‘잡지’가 됐을까? 부록의 두 가지 얼굴


📌코너 소개: ‘쓸모를 찾아서’는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감정과 마음, 에너지를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쓰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마음 사용 설명서예요.

화장품 가게에서 서로 다른 브랜드의 세럼을 놓고 성분표나 가격이 아니라 ‘어떤 증정품이 더 귀여운가’를 비교해 본 적 있나요? 요즘 올리브영에 가면 정말 놀라워요. 여기가 굿즈샵인지, 화장품 가게인지 헷갈릴 정도로 다양한 증정품이 들어있는 기획 상품이 곳곳에 놓여 있거든요.

출처: 올리브영


지난 산리오캐릭터즈 협업 때는 32개 브랜드 200여 종 상품에 캐릭터 패키지와 키링·파우치가 붙었고, ‘망그러진 곰’ 협업 때는 21개 브랜드 119종에 파우치, 동전 지갑, 인형 키링을 추가로 증정했다고 해요. 실제로 올리브영은 전년도 산리오 협업 참여 브랜드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늘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굿즈 증정은 이제 뷰티 시장에서 꽤 중요한 마케팅 공식이 된 듯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우리가 사는 건 정말 화장품일까, 아니면 화장품에 딸려오는 부록일까?

부록이 본품을 인질로 잡는, 大부록의 시대
최근 SNS와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불만이 반복해서 올라와요. “왜 화장품을 사는데 굳이 플라스틱 키링을 끼워 주느냐”, “차라리 샘플을 더 달라”, “아니면 가격을 낮춰 달라”는 반응이에요. 

한 커뮤니티 글에는 화장품에 필요없는 증정품이 자꾸만 덧붙여지는 상황에 대해서 “안 받을 선택권을 달라”, “키링 때문에 필요도 없는 앰플을 샀다”는 반응도 나왔어요.
출처: 커뮤니티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런 마케팅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자신을 뷰티 업계 종사자라고 밝힌 한 사용자는 증정품 유무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크고, 유통 채널의 노출 조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굿즈 기획을 놓치기 어렵다고 설명하더라고요.

이 엇갈린 반응을 보면서 용어를 한번 구분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덤: 결제 이후 호의로 얹어주는 것으로,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분 좋은 보너스
  • 증정: 특정 조건(예: 5만 원 이상 구매 시)을 충족할 때 제공되는 유인책
  • 부록: 제품 기획 단계부터 구조적으로 포함된 것(예: 키링 기획 세트)

지금 뷰티 시장의 굿즈는 더 이상 ‘덤’이나 ‘증정’에 머물지 않아요. 때로는 구매의 결정적 이유가 되고, 때로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드는 ‘부록’에 가까워졌죠.

부록은 오래된 마케팅 전략이에요
사실 부록은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 아니에요. 잡지 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부록이 중요한 구매 이유가 되기도 해요. 어린이 잡지에는 종이 인형과 스티커가 붙었고, 2000년대 여성잡지에는 명품 화장품 샘플이 부록으로 따라오곤 했죠. 잡지는 읽지 않아도 샘플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른바 ‘잡지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출처: 교보문고


일본에서는 파우치, 에코백, 소형 생활용품을 부록으로 넣은 잡지가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았어요. 한국의 온라인 서점에서도 일본 무크지나 부록 잡지를 따로 모아 소개할 만큼, 부록은 잡지를 사는 중요한 이유예요. 

일본에서 인기 많은 가방 브랜드 ‘소우소우’ 장바구니 부록, 출처: 예스24

헬로키티 파우치 부록, 출처: 예스24


흥미로운 건 이 구조가 이제 화장품 시장으로 넘어왔다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잡지가 화장품을 부록으로 붙였다면, 이제는 화장품이 키링과 파우치를 부록으로 붙여 팔기 시작한 거예요. 본품의 성분과 효과보다 귀여움, 소장 욕구, 한정판이라는 감각이 더 강한 구매 이유가 되는 시대가 온 거죠. 


증정품은 공짜가 아니다

물론 부록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잘 만든 굿즈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넓히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어요. 문제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함께 사도록 만들고, 그 비용과 쓰레기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이에요.

국가유산청과 콜라보 한 옥가락지 증정품, 망그러진곰 콜라보 기획 상품 출처: 올리브영


증정품은 공짜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공짜는 아니에요. 키링을 만들고, 포장하고, 배송하는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이나 마케팅 비용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요. 내가 쓰지 않을 물건의 비용까지 함께 부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래서 소비자들이 “안 받을 선택권을 달라”, “본품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기 시작한 건 자연스러운 변화예요. 귀여운 굿즈가 즐거움을 주는 것과 별개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함께 받아야 하는 구조에는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화장품이 잡지처럼 부록을 앞세우는 시대에 소비자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예요. 하나는 화려한 굿즈에 가려진 본품을 보는 눈이고, 다른 하나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거절할 수 있는 선택권이에요.

이제 소비자들은 묻고 있어요. 이 제품은 키링이 없어도 사고 싶은가. 이 브랜드는 파우치가 없어도 기억될 만한가. 결국 오래 남는 건 부록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쓸모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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