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피해, 나를 지켜주는 ‘법’ – 2탄

parked white Ford Explorer SUV
글, 푸른바다


📌 코너 소개: 돈을 버는 것, 불리는 것만큼 ‘번 돈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코너에서는 변호사 푸른바다 님과 함께, ‘내 돈을 지키는 생활법률’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지난 화 보러 가기


지난번에는 조직적인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절차에 대해 알아봤어요. 이번 시간에는 정상적인 임대차계약 건에서도 발생하는 임대차보증금(전세금) 미반환 피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응 요령을 한번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세계약 종료 시점 확인하기


만약 내가(임차인이) 현재 거주 중인 전세계약의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갱신의사가 없음을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통지해야 해요.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고 이사 갈 생각을 하고 있지만, 임대인은 묵시적 갱신(직접 말이나 행동으로 하지 않고 상황상 갱신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어나 당장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동상이몽의 상황은 꽤 자주 발생해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묵시적 갱신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일정 기한까지 한쪽 당사자가 해지 의사를 통지하지 않으면 기존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판단해요.


따라서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에 이사를 나가고 보증금을 반환받고자 한다면, 더 이상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없음을 기한 내에 명확히 통지해야 합니다. 미리 일정이나 알람을 등록해 두는 것도 좋겠죠.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후에도 임차인은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어요. 다만, 이때 해지의 효력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해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야 발생하고, 보증금 반환 청구도 그 이후에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셔야 해요.

보증금 반환 독촉은 ‘내용증명’으로


내가(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런데도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에 임대인이 특별한 사유 없이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지 않고 있거나 신규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에는 반환하기 어렵다고 나오는 경우, 일단 임대인에게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어 보증금 반환을 독촉하세요. 


내용증명이란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특정 사실’을 통보하기 위해 우체국을 통해 발송하는 등기우편을 말해요. 우체국이 우편 내용뿐 아니라 보내고 받은 날짜 등을 모두 보관하기 때문에, 통지 사실을 법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증거자료로 이용하고자 할 때 주로 활용되는 수단입니다. 


주로 소송 등에서 활용할 증거로 쓰이는 자료다 보니, 내용증명 우편을 받는 것만으로 ‘임차인이 소송 제기, 고소 등 강경하게 나올 것 같다’는 걸 느끼며 임대인이 알아서 협조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용증명 우편 예시 🔍


  1. 임차인 OOO(이하 ‘임차인’)은 [YYYY월MM월DD일](이하 ‘계약체결일’) 임대인 OOO(이하 ‘임대인’)으로부터 [주소 + 임대차 목적물의 면적](이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YYYY년 MM월 DD일부터 YYYY년 MM월 DD일까지 2년간(이하 ‘임대차기간’), 임대차보증금 OOO원, 차임 월O원(매월 DD일 지급)으로 정하여 임차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YYYY년 MM월 DD일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임대인이 지정한 [계좌정보]로 송금하였습니다. 
  2.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YYYY월MM월DD일 계약기간 만료로 종료되었습니다. (OR 묵시적 갱신되어 연장된 건에서 법령상 절차에 따라 해지 통보하여 해지된 경우 그 취지를 기재) 
  3.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O원(반환받지 못한보증금 액수를 기재)을 반환하지 아니한 바, YYYY년 MM월 DD일까지 위 금원을 지급하시기를 요청드립니다. 
  4. 임대인께서 임대차보증금 O원을 반환하지 않으실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보증금 못 받고 이사 가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내용증명 우편까지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임차인은)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겠죠.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제도입니다. 


용어가 조금 낯설 수 있지만 하나씩 풀어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어요. 특정 부동산에 ‘임차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등기(기재)’하라고 ‘명령’을 해달라는 ‘신청’입니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에 신청하는 거예요.


부동산등기부에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권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재하여 대외적으로 공시하게 돼요. 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에 대한 임차인의 대항력을 유지시켜주는 제도예요.


결과적으로 부동산등기부를 보면 ‘보증금을 미반환하고 있는 임대인의 부동산’이라고 짐작할 수 있게 되고, 보증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주택에 새롭게 들어오려고 하는 임차인이 거의 없게 돼요. 


결국 임대인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여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고, 임차권등기를 말소한 후 새로운 임차인을 들이고자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주의하실 부분은 임차권등기가 완료될 때까지는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대차 주택에 대한 점유(주거) 및 주민등록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이사를 가고, 해당 주소로 주민등록을 이전하게 되면 기존에 확보하였던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매우 불리해지니 이 점을 꼭 유의하셔야 해요.


최근 빌라왕 사태 이후 2023년 법령 개정을 통해 임대인에게 임차권등기명령 결정문이 송달되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임차권등기가 가능하도록 변경되었어요. 그러니 임대인이 송달을 안 받으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법원전자소송 홈페이지 또는 법원에 직접 신청 가능해요.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서 이유 기재 예시 🔍


  1. 신청인은 [YYYY월MM월DD일](이하 ‘계약체결일’) 피신청인 소유의 [주소 + 임대차 목적물의 면적](이하 ‘이 사건 부동산’) 대하여 임차보증금 O원(보증금 액수를 기재) 기간 O개월(임대차계약 기간을 기재)로 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2. [YYYY월MM월DD일]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하고 있다가 임대차기간의 만료 이전에 임대차계약의 해지 통지를 하고 임차보증금의 반환을 요청하였습니다.
  3. 그러나 피신청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기간 만료 즉시 피신청인을 상대로 ○○지방법원 20○○머○○○호로 임차보증금청구 조정신청을 하여 조정기일인 [YYYY월MM월DD일] 동법원으로부터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금 O원(보증금 액수를 기재)을 지급하라.’는 조정결정을 받고 이는 확정되었으나 피신청인이 지금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4. 신청인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여야 할 처지에 있으므로 우선 임차인으로서 지위를 보전하기 위하여 이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거 안정은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는 무척이나 중요한 삶의 요소입니다. 때문에 당장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흐름을 알아두시면 임대차계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막막함을 해소하고, 이후 신중하게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에 독자님들께 지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자세히 설명드리고 있어요. 


이번에는 임대차보증금을 제때 반환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소송 등 본격적인 법적 절차로 가기 전에 법적 지식을 동원해 최대한 대처하는 방법들을 안내해 드렸어요. 


다음에는 이러한 대처들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한 가압류 신청 및 소송, 그리고 형사적 대응에 관한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2월 12일(월) 설 연휴에는 발행을 쉬어갑니다. <임대차 피해, 나를 지켜주는 ‘법’>은 2월 19일(월) 머니레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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