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에서는 일주일에 얼마 쓸까? 지역 라디오 출연도 하고 자원봉사도 해요

글, 잘쓸레옹 해주디 님
📌 코너 소개: ‘씀’은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는 유학생, 퇴사 후 소비 패턴이 달라진 사람, 독특한 주거 형태에서 살아가는 사람까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주일 소비생활을 기록하는 코너예요. 돈을 얼마나 아꼈는지, 얼마나 잘 썼는지만을 따지지 않아요. 대신 누군가의 소비를 들여다보며 소소한 재미와 생활의 힌트를 얻고, 때로는 서로 위로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Q. 자기소개 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일본 돗토리현에 살고 있는 30대 초중반 직장인 해주디입니다. 통역과 번역을 주로 하고, 일본 지역 라디오 출연부터 지역 페스티벌 실행위원회 활동까지 이것저것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어요. 뭐든 일단 부딪쳐보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서, 필명도 ‘다 해보자’는 뜻을 담아 해주디로 지었답니다. 
지역 풍경, 지역 라디오 출연한 모습 ⓒ해주디

Q. 내 소비 패턴의 특징이 있다면?
식비와 가스비, 전기세 같은 고정비는 어떻게든 아끼려고 노력합니다. 마트 할인 품목 위주로 장을 보고, 드럭스토어 쿠폰도 야무지게 챙겨 써요. 기준도 나름대로 정해뒀습니다. 생활비는 하루 1천 엔(약 8,920원)을 넘기지 않는 것. 여기에 약속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제한하자는 저만의 룰도 있어요. 
Q. 특별히 신경 쓰는 소비 분야가 있나요?
  • 가장 신경 쓰는 분야는 ‘만남과 경험’이에요. 외국에서 살고 있고 언젠가는 한국에 들어갈 생각도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이 시기에, 이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있잖아요. 친구들과 일본 내에서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이벤트에 참여하는 데는 비교적 마음 편히 지갑을 엽니다.

    건강과 미용에도 제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은 투자하려고 해요. 한 번에 1만 엔 가까이 나가는 제 최대 고정 지출이에요. 아침에 헬스장에 들르는 것도, 편의점에서 굳이 프로틴 음료를 집어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단백질 챙겨 먹는 데 드는 돈은 웬만해선 줄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옷이나 물건은 정말 필요할 때만 사요. 이번 주에 산 신발도 신던 게 다 해져서 어쩔 수 없이 산 거였답니다.

Q. 돈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 한 달 생활비를 날짜로 나눠 하루치 상한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굴리는 식으로 돈 관리를 해요. 그리고 저는 미리 쟁여두고 돈을 아끼는 방식을 특히 선호합니다. 작년 겨울에 500엔을 내고 등록한 영화관 연간 회원권이 대표적인데요. 2,000엔대까지 오른 티켓을 월 1회 1,200엔에 볼 수 있으니, 한 해에 한 번만 봐도 본전을 뽑는 셈이죠.

    마지막 변수는 환율입니다. 엔화로 벌어서 언젠가는 원화로 바꿔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환율 뉴스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요. 이번 기록을 정리하던 날은 100엔이 892원이었는데, 계산기를 두드릴 때마다 마음이 조금 복잡해지더라고요.

목요일 (7,136원) 

평일 점심은 보통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서 후다닥 해 먹고 돌아와요. 그런데 이날은 갑자기 점심 번개가 잡혀서 오랜만에 밖에서 먹게 됐습니다. 회사 근처 맛집으로 유명한 호텔 런치였는데, 함바그 정식에 후식 커피까지 1,300엔(약 11,596원)짜리 코스였어요. 그런데 평소 여러모로 챙겨주시는 상사분께서 감사하게도 사주셨답니다. 일본은 보통 다 N분의 1로 정산하는 문화지만, 이렇게 사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저녁은 즉석 카레와 계란을 사 와서 오믈렛을 곁들여 먹었어요. 20% 할인해서 데려온 비프카레였는데 이게 정말 맛있었습니다(800엔, 약 7,136원). 결국 이날의 지출은 카레 하나로 끝났네요. 

상사가 사준 함바그 정식, 할인 받아 구매한 카레 ⓒ해주디

금요일 (11,034원) 
제 업무 중에는 지역 라디오에 출연하는 일도 있어요. 이날 방송이 오후 1시쯤이었는데, 집에 다녀와서 타임어택하듯 점심을 먹기보다는 조금 여유를 갖고 싶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했습니다. 마침 삼각김밥을 사면 음료를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녹차를 골라 함께 먹었어요(538엔, 약 4,799원).

저녁에도 페스티벌 실행위원회가 있어서 또 도시락을 샀습니다. 저는 고기가 없으면 금방 배가 고파지는 사람이라, 단백질이 가득 든 규갈비덮밥으로 골랐어요. 신기하게도 콩나물까지 들어 있더라고요(699엔, 약 6,235원).

실행위원회에서는 뜻밖의 선물도 받았습니다. 일본인 아주머니 한 분께서 직접 재배하신 청양고추를 정성스럽게 챙겨주셨거든요. 시골 지역에 살다 보면 청양고추는 정말 구하기 힘든 귀한 재료예요. 소중히 냉동실에 넣어두고 요긴하게 쓸 예정입니다.

점심과 저녁 도시락, 나눔 받은 청양고추 ⓒ해주디


토요일 (145,540원) 

격월에 한 번씩 다른 지역에 있는 피부과 클리닉에 가는 날이에요. 아침에 헬스장에서 후다닥 운동을 하고 준비하다 보니 점심 해 먹을 시간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프로틴 음료를 샀습니다(464엔, 약 4,139원). 그리고 전철을 타고(510엔, 약 4,549원) 피부과 클리닉에 다녀왔어요(9,380엔, 약 83,670원). 두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나가는, 제 지출 목록에서 가장 덩치가 큰 항목입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받은 피부과 클리닉,  GU 신발 ⓒ해주디

클리닉이 끝나고 모처럼 조금 번화한 지역까지 나온 김에 근처 쇼핑몰에 들렀어요. 신고 다니던 신발이 너무 헤져서, 출근할 때 휘뚜루마뚜루 신을 GU 발레슈즈를 겟했습니다. GU는 유니클로의 하위 브랜드라 저렴한 편이거든요. 원래 다른 브랜드 제품을 계속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마침 세일 중이라 고민 없이 질렀어요(1,490엔, 약 13,291원).

이날은 오랜만에 동기들과 모여 영화를 보기로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7월 3일 개봉한 <토이 스토리 5>를 드디어 봤어요(1,200엔, 약 10,704원). 영화 한 편 값이 무섭게도 2,000엔까지 올랐더라고요. 다만 저는 작년 겨울쯤 영화관에 500엔을 내고 연간 회원으로 등록해둔 덕분에 월 1회는 1,200엔에 볼 수 있어서 이걸 이용했습니다.

영화 시청 후 동기들과 먹은 빵과 빙수 ⓒ해주디

영화를 보고 나서는 아일랜드 요리인 스튜와 아일랜드식 빵을 먹고(1,980엔, 약 17,662원), 디저트로 빙수까지 거하게 챙겨 먹었어요(1,292엔, 약 11,525원). 그리고 역시 대부분의 시간은 회사 흉(?)을 보며 외노자의 슬픔을 나누는 데 썼답니다.


일요일 (21,702원)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매년 이맘때 트라이애슬론 대회가 열려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원봉사를 하고 왔습니다. 사이클이 지나가는 CP에서 음료와 간식을 전달하고, 선수들에게 물을 뿌려드리는 역할이었어요. 워낙 엄청난 속도로 달리시기 때문에 잘 받아 가실 수 있도록 건네는 게 꽤 중요하더라고요.

더욱이 이날 최고 기온은 37도였습니다. 작년에는 경황이 없어 물 마시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바람에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던 적이 있어, 올해는 자외선 차단 아이템을 꼼꼼하게 두르고 수시로 물을 마시며 일했어요. 말 그대로 작열하는 도로를 쌩쌩 지나가는 선수들에게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을 잔뜩 받고 온 하루였습니다. 

엄브렐라 스카이 이벤트 구경 후 장보기 ⓒ해주디

이후에는 근처 가든에서 엄브렐라 스카이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살짝 다녀왔어요. 보통 예식장으로 활용되는 곳인데 한적하고 정말 예쁘더라고요. 마침 결혼하시는 분도 계셔서 슬쩍 축하를 건네고 왔습니다.

집에 와서 씻고 쉬다가 저녁에 장을 봤어요. 얼마 전 먹은 비프카레가 맛있어서 그 브랜드 카레를 두 종류씩 각각 두 개, 그리고 잡채 재료와 바나나를 샀습니다(2,433엔, 약 21,702원). 바나나는 3~4등분해서 얼려두는데, 이게 아이스크림 대용으로 참 별미예요. 식후에 단 게 당길 때 몇 조각씩 꺼내 먹습니다.

월요일 (0원) 
일본은 7월 20일이 ‘바다의 날’이라는 공휴일이에요. 토요일과 일요일 내내 외부 일정으로 지쳐 있던 저는 오늘만큼은 무조건 집에만 있겠다고 다짐하며 에어컨을 틀고 시원하게 보냈습니다.

밖이 워낙 덥다 보니 저는 보통 에어컨을 28~30도로 설정하고 선풍기를 함께 틀어요. 기본은 30도로 두고, 낮에 더워질 때만 2~3시간 정도 28도로 낮추는 식입니다. 30도면 난방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평균 35도인 바깥에 비하면 정말 시원하거든요. 덥지 않을 만큼 미지근한 상태로 지내면 밖에 나갔을 때 덜 지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점심에는 전날 사 온 재료로 잡채를 해 먹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요리를 일절 안 했는데, 일본에 와서는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결국 제 손으로 만들게 되더라고요. 사 먹는 것보다 저렴하기도 하고요. 쫄깃쫄깃 정말 맛있었어요. 후식으로는 얼린 바나나를 먹었고,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들어둔 덕에 저녁에도 잡채를 먹었습니다. 그렇게 이날은 지출 0원으로 마무리됐어요.

잡채와 얼린바나나 ⓒ해주디


화요일 (14,557원)
월요일 연휴 덕분에 주 4일만 일하면 되기에, 묘하게 힘이 나는 하루였습니다. 밀린 번역 업무를 몇 건 마치고 집에 가서 점심으로 양배추 가득 고기 샐러드를 먹었어요. 요즘 잘 먹고 다녀서 오랜만에 점심은 조금 가볍게 차려봤습니다.

저는 일본 이자카야에서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를 정말 좋아하는데, 최근에 그 소스와 비슷한 제품을 발견해서 사뒀거든요. 양배추에 소스를 살짝 뿌리고 고기와 가지, 피망을 구워 곁들였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한번 꽂히면 계속 먹는 편이라 당분간은 계속 이렇게 먹을 것 같아요.

회사가 끝나고 도서관에 들렀다가 집으로 가려는데 배가 너무 고파졌습니다. 결국 근처 마트에서 허둥지둥 카레고로케, 마른오징어, 그릭요거트 두 개, 냉동 탄탄멘을 샀어요(1,632엔, 약 14,557원). 집에 오자마자 카레고로케와 마른오징어를 해치우고, 업무를 하나 마무리한 뒤에는 냉동 탄탄멘까지 데워 먹었습니다. 냉동이라고 얕봤는데 이게 정말 요물이더라고요. 이것도 조만간 또 먹을 것 같습니다.

추천하는 양배추 소스, 직접 해 먹은 점심과 저녁 ⓒ해주디


수요일 (32,915원) 
아침으로는 그릭요거트와 여기저기서 나눔받은 방울토마토를 함께 먹었어요. 이날도 오후에 외근 일정이 있었지만 집에 가서 고기 샐러드를 해 먹었습니다. 점심이라도 고기가 들어간 무언가를 든든히 먹지 않으면 오후를 버틸 수가 없거든요. 늘 가볍게 드시는 걸 꾸준히 해내는 분들,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오후에는 중학교에 볼일이 있어 다녀왔는데, 사춘기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작년에 맡은 아이들은 안 그랬는데 이번 아이들은 유독 짜릿하달까요. 식은땀이 조금 났지만, 에이티즈를 비롯한 최신 한국 트렌드를 같이 보면서 저도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주변에서 나눔받은 방울토마토, 0차 회식 메뉴 ‘테린’, 본회식 메뉴 ⓒ해주디


저녁에는 일본에 와서 친해진 분들과 회식을 했습니다. 저희 회사 퇴근 시간이 5시인데 모임은 6시로 잡혀 있어서, 저와 다른 한 분은 퇴근하자마자 0차로 가볍게 테린을 먹으며 배를 채웠어요(1,090엔, 약 9,723원). 0차 회식은 저도 처음이라 ‘아, 이렇게도 하는구나’ 싶었답니다.

본 회식 장소에서는 다 같이 시켜서 조금씩 나눠 먹었습니다. 오믈렛, 타타키, 전까지 전부 맛있더라고요(2,600엔, 약 23,192원). 한국 문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한국의 이모저모를 물어보셨는데, 정신 차리고 한국 소식을 잘 알아둬야겠다고 다짐했어요.

Q. 소비로그를 작성한 소감은?

  • 일주일 기록을 쭉 정리해보니 26,108엔, 우리 돈으로 약 23만 원을 썼더라고요. 제 기준으로는 확실히 평소보다 많이 쓴 한 주였습니다. 하루 1천 엔 안쪽으로 생활비를 굴려야 하는데, 이번 주에는 약속이 여기저기 몰려 있었거든요.

    저는 굉장히 집순이긴 해요. 그런데 요새 부쩍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밖에 돌아다녀야 겠다라는 생각을 한 뒤로는 못해도 쉬는 날에 억지로라도 일을 만들어 밖으로 나가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에 대한 지출도 늘어나는 편이고요. 보통 약속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제한하는 편인데, 올해는 이런저런 일정이 많아서 제가 정해둔 범위 안에서 조율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이럴 때는 평소 식비를 조금 줄여서 메꿔야 하는데, 그마저도 못 하면 ‘윽, 또 실패했어…’ 하는 마음이 들면서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달에는 조금 더 슬기롭게 범위를 짜보려고 합니다. 아예 생활비와 약속 비용을 따로 빼서 관리하는 쪽으로요. 여행비는 이미 분리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약속으로 나가는 돈은 생활비 통장에 묶여 있다 보니 나갈 때마다 체감이 유독 크거든요. 이 한 칸만 나눠도 스트레스가 꽤 줄어들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주 소비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잘 놀고! 잘 먹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최대한 이 생활을 즐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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