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관리가 처음인 당신에게 – 1탄

글, 어피티

어피티: 혹시 오드리 햅번의 대표작,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1964)>를 보셨나요?

the 독자: 아름다운 고전이라 인상 깊게 봤어요. ‘당신이 나를 허름한 옷을 입은 길거리 판매원으로 대하면 나는 그냥 판매원이지만, 나를 숙녀로 대한다면 나는 교양 있는 숙녀가 될 것’이라는 ‘일라이자’의 대사를 특히 좋아해요.

어피티: 마침 딱 그 부분을 인용하려던 참인데 잘됐네요. 😚 독자님의 월급도 마찬가지거든요. 😊 

the 독자: 제… 작고 소중한 월급이요? 숙녀랑 제 월급이랑 무슨 상관이죠?

어피티: 월급을 한 달 생활비로 대하면 그저 생활비일 뿐이지만, 미래를 위한 밑거름으로 대하면 소중한 미래를 위한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 주거든요. 🥰


우리는 살면서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의 기대에 따라 한 사람의 능력치가 달라지는 걸 경험하곤 해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죠. 그건 나의 월급도 마찬가지예요. 월급을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초기 자본으로 생각하고 제대로 관리하면 더 나은 기회와 더 큰 경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소중한 나의 월급,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요?


잘 알려진 관리법들이 이미 있어요


가장 유명한 월급 관리 방법으로는 ‘5-3-2 규칙’과 ‘통장 쪼개기’가 있어요. 


5-3-2 규칙은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 자신의 저서 『맞벌이 부부의 경제학』에서 소개한 재정 관리 방식이에요. 수입의 50%는 주거비와 식비 등 필수 생활비에, 30%는 여가생활과 자기계발 등 가변적인 용처에 사용하고, 20%는 무조건 저축하거나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쪼개어 쓰는 거예요. 


통장 쪼개기도 비슷한 맥락의 월급 관리 방법이에요. 급여통장, 생활비통장, 투자통장 세 개로 나누는 방법부터 급여통장, 적금통장, 생활비통장, 투자통장, 비상금통장 다섯 개로 나누는 것까지, 쪼개려면 얼마든지 쪼갤 수 있는 이 방법을 사용하면 나에게 맞는 체계적인 월급 관리가 가능하죠.


하지만 어피티는 조금 더 근본적인 지점부터 시작하기를 제안하고 싶어요. 바로, 내 통장이 보편적인 방법들을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원점’에 있는 상태인지 점검해 보는 거죠.


나의 통장은 어떤 상태인가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월급 관리 방법은 대체로 ‘빚이 없고, 그렇다고 딱히 모은 돈도 없으며, 현재 내가 버는 돈은 전부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가정해요. 물론 기본적인 원리원칙을 보고 익혀서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것은 나의 몫이에요. 그래도 우선은 나의 재무 상태와 돈에 있어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목표는 무엇인지 점검하고 가면 더 효과적인 월급 관리가 가능하겠죠.


아래 표를 보며 내게 해당하는 범주는 무엇인지 단계별로 체크해 보세요

  • 여기서 얻은 결과에서 부채와 자산의 유무에 따라 다시 목표와 전략이 나뉘게 돼요


나에게 맞는 목표와 전략을

설정해 보자고요


내가 경제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건 ‘목표’,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큰 그림을 그려 두는 것을 ‘전략’이라고 해요. 모든 돈 관리의 시작은 목표 설정과 전략 수립이지요. 위에서 선택한 상태 조합에 따라 목표와 전략을 알려드릴게요. 경제적 상태(A, B, C)를 기준 삼아서 나에게 알맞은 목표와 전략을 찾아보세요. 기본적인 설명은 A를 우선 참고하세요.


A.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 A-ㄱ: 부모님과 함께 살며 지원받고 있어요
    목표: 초기 자산 형성을 형성하거나 학자금 대출 등 빚을 적극적으로 상환하세요
    전략: 월급 3개월분에 해당하는 비상금을 마련한 후, 월급의 절반 이상은 저축 및 투자하며 자산을 불려 나가는 습관을 들여요. 만약 학자금대출 등 빚이 있다면 아직 고정비용이 적을 때 월급의 30~50% 이상을 들여 학자금 대출 같은 빚을 빨리 갚아나가는 데 집중하세요.


  • A-ㄴ: 재정적으로 1인 가구예요(나 자신만 책임지면 되는 상황이에요)
    목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고 비상금을 형성하며, 빚이 있다면 빚을 꾸준히 상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요.
    전략: 생활비 예산을 설정한 후 월급 3개월분에 해당하는 비상금을 마련하세요. 비상금을 마련한 후 월소득에서 생활비를 빼고 남는 금액은 비록 소액이더라도 꾸준히 저축하세요. 관련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좋아요. 빚이 있다면 생활비 예산을 더욱 꼼꼼하게 설정한 후 월급 3개월분에 해당하는 비상금을 천천히 마련하세요. 비상금을 마련한 후 월소득에서 생활비를 빼고 남는 금액은 역시 소액이라도 꾸준히 빚을 상환하도록 하세요. 빚의 여부와 상관없이 월급 관리 초반에는 투자보다 지출 관리와 저축 습관 형성에 집중하세요.


  • A-ㄷ: 내가 만든 가족이 있고, 내가 부양하거나 내 몫을 보태야 해요
    목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현실적인 지출 계획을 마련하고 무리 없이 이행하는 것과, 빚을 꾸준히 상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요.
    전략: 일단 생활비와 가족을 부양하는 현실적인 비용을 우선해서 생각하되, 안정적으로 계획이 굴러가기 시작하면 비상금을 확보하고, 빚을 천천히 갚아 나가요. 만약 여유 자금이 생기면 저축을 시작하되, 고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재정적 안정성 확보를 우선해서 생각하세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경우도 여기 속해요. 만약 반려동물이 있다면 반려동물의 생애주기에 맞추어 현실적인 예산을 미리 떼어놓으세요.

B. 경제생활을 해왔지만 통장은 내버려뒀어요

기본적인 목표와 전략은 A와 같아요. 하지만 경제생활을 해왔다는 것은 이미 직장인 n년 차라는 말과 같아요. 사회초년생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고, 그에 맞추어 소비 수준도 높을 가능성이 커요. 이미 잘못된 습관이 들었을 수도 있죠. 새로운 마음으로 가계부를 쓰고, 신용카드 할부 등을 빠르게 갚아 원점에서 시작하도록 해요. 나의 소비 습관을 점검하는 것도 필요해요. 버는 돈이 비교적 큰 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면 돈은 금세 모일 거예요. 혹시 이미 모은 돈이 있다면 월급 3개월치에 해당하는는 비상금을 뗀 후 잔액으로 투자를 적극적으로 시작해 보세요.


C. 나름의 관리를 하고 있어요
  • C-ㄱ: 부모님과 함께 살며 지원받고 있어요
    목표: 빠르게 투자와 자산 증식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세요
    전략: 빚이 있다면 빠르게 갚고 비상금을 확보하세요. 모은 돈이 없다면 비상금과 종잣돈을 모으고, 만약 기본 저축과 비상금이 이미 확보되었다면 소액 주식, ETF 등 저위험 투자를 시작해 자산을 증식해 나가요. 재무상담을 받고, 저위험 투자에 넣을 목표 금액을 설정해 채운 후 여유 자금이 생기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 투자 상품을 고려해 보세요.


  • C-ㄴ: 재정적으로 1인 가구예요(나 자신만 책임지면 되는 상황이에요)
    목표: 재정을 안정시킨 이후 투자와 자산 증식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세요
    전략: 비상금과 기본 저축 외에 월급의 일정 비율을 투자에 할당해 계획적으로 움직이세요. 장기적 재무 목표(집 마련, 은퇴 자금 등)를 설정하고 이에 맞춘 투자 전략 수립해야 해요. 재무 상담 등 전문가와 상담하면 빚 갚기와 자산 증식을 계획에 따라 병행하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을 거예요.


  • C-ㄷ: 내가 만든 가족이 있고, 내가 부양하거나 내 몫을 보태야 해요
    목표: 가족을 위한 장기 재무 계획을 세우고 자산을 불려 나가요.
    전략: 월급 관리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A와 달리 나름의 돈 관리 원칙과 경험이 있는 C타입에는 가족 부양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장기적인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를 구체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해드려요. 이때는 보험을 잘 활용해야 해요. 월급의 일부를 저축하며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보험 상품을 알아보세요. 또 은퇴 자금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아요. 이미 장기적인 시야와 계획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 자산 목표에 맞춘 투자 상품을 전문가와 상담해서 추천받기를 권장해요. 이 경우 보유한 부채가 있다면 그 부채는 재무계획 하에 자산 증식을 위해 얻은 부채로 가정했어요. (만약 보유한 부채가 자산 증식을 위한 계획적 부채가 아니라면 C타입이 아니라 B타입으로 가세요.)


반려동물도 나의 가족인 만큼, 반려동물이 있다면 반려동물의 생애주기에 맞추어 관련 예산을 넉넉하게 확보해 두고 시작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다음 이 시간까지 고민해 볼 만한 

숙제를 하나 드릴게요


가계부를 쓰려다 보면 참 애매한 이름이 하나 등장해요. 바로 ‘문화비’예요. 사람마다 문화생활로 부르는 활동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의 문화비는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세요. 


문화생활은 일반적으로 독서, 영화, OTT, 요가, 필라테스, 음악, 유튜브 프리미엄, 일상적인 식사가 아닌 외식 등을 뜻해요. 


다음 이 시간에는 문화비까지 정의된 상태에서 통장을 효율적으로 쪼개는 방법과 월급을 관리하는 몇 가지 유용한 팁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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