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앵커 프로토콜이 테라와 루나 사태의 방아쇠가 된 배경을 알아보았어요. 오늘은 ‘
디파이(De-Fi,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가 지닌 문제를 다루어보겠습니다.
자본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금융
‘금융’ 하면 은행에 돈을 예금하고 대출을 받거나, 주식이나 ETF를 비롯한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활동이 떠오를 거예요. 그렇다면 금융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나폴레옹 전쟁 당시, 대부호였던 로스차일드 가문의 수장인 제임스 드 로스차일드 남작은 ‘금융의 본질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금융의 본질은, A의 금을 B에게 옮겨주고, 그것을 B가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금융은 경제체제 내에서 ‘자본’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렇다면 금융은 자본이 어느 곳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정보를 나타내는 가격
바로 ‘가격’을 통해서입니다. 가격은 경제체제 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참여자의 기대와 전망 등의 정보를 보여줍니다. 가격을 보고 금융시장은 필요로 하는 곳에 자본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여기서 ‘가격’에 대한 신뢰도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가격을 신뢰할 수 없다면 금융의 역할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중앙집권화된 기관이 가격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화폐를 책임지는 중앙은행, 규제와 감독을 책임지는 금융감독원, 공정한 거래를 책임지는 공정거래위원회, 범죄를 찾아내서 처벌하는 검찰과 경찰 등이 있어요.
디파이 금융의 문제점
가상자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파이는 ‘탈중앙화 금융’을 뜻하는 만큼, 금융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중앙집권화된 기관이 없습니다.
게다가 디파이는 금융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합니다. 금융의 본질이라고 했던 ‘자본을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분배’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 디파이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하는 ‘가상자산담보대출’의 형태 혹은 ‘레버리지 100배’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선물거래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림자 금융으로 디파이
여기에 더해, 디파이가 허가 없이 여·수신 행위를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되면 유사수신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전에
가상자산의 발행사가 그림자 금융처럼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디파이는 유사수신행위를 하지만, 은행처럼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
그림자 금융’이라 할 수 있어요.
문제는 그림자 금융이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입니다. 통제가 힘들고 제대로 실태조차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기가 퍼지는 통로로 이용될 수 있어요.
디파이는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자산시장 가치가 하락할 때 더욱 취약하고 위험한 금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