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프로필
은하수 / 39세 / 입시학원 강사 / 2019년부터 개인회생 중
어피티: 은하수 님은 현재 개인회생* 중이세요. 개인적으로는 숨기고 싶은 부분이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꼭 필요할 것 같아 용기를 내셨다고 해요. 사회초년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은하수 님의 이야기를 <김얀의 돈터뷰>에서 만나보세요.
*개인회생: 의도치 않게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사라져 빚을 갚기 어려워진 사람에게 새롭게 출발할 기회를 주려고 도입한 제도. 3년에서 5년간 일정 기간 성실히 빚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게 해준다.
입시학원 강사로 일을 시작했어요
김얀: 어떤 일을 하고 있으세요?
은하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입시학원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지방에서 경력을 쌓아서 서울 목동에서 일하다가, 서른다섯 살 이후로 체력적으로 힘들어져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어요.
학원에서는 비율제*로 급여를 받았습니다. 아르바이트생 2명에게 월급을 주면서도 매달 500만 원 이상 벌었어요.
*비율제: 자신이 맡은 원생 수에 따라 총교육비에서 정한 비율로 급여를 받는 것.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김얀: 개인회생은 어떤 계기로 밟게 됐나요?
은하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학원가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상황이 금방 나아질 거라 생각해서 카드 대출을 받아 직원들 월급을 챙겼어요. 그러다 학원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사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습니다.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는 1, 2금융권 대출 조건이 까다롭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보험이나 주택청약저축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무지했어요. 사금융의 고금리 대출을 받게 되면서, 매달 돈을 갚아도 대출원금이 그대로인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코로나19는 사그라지지 않았고, 학원도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사정이 안 좋아졌어요. 이때쯤 가까운 사람들에게 제 상황을 털어놓았습니다. 이때 개인회생 제도를 알게 됐어요. 바로 법무사를 찾아서 상담을 받은 뒤, 3년 8개월 동안 일정 금액을 갚으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돈 안 드는
‘나를 위한 투자’
김얀: 그 외에 후회되는 게 있을까요?
은하수: 그동안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봤던 것 같아요. 코로나19처럼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돈 문제를 겪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현재 개인회생을 밟고 있어서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지만, 돌이켜보면 신용카드는 정말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도구인 것 같아요. 미래의 돈을 미리 당겨서 쓰는 거니까요. 예전에 썼던 신용카드 할부금이 계속해서 고정지출을 만들어내는데, 현재 수입이 없는 상태라면 정말 큰 일이잖아요.
김얀: 예전에는 어디에 지출을 많이 했어요?
은하수: 나에게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품위유지비’에 돈을 많이 썼어요. 누군가의 앞에 서는 직업인 만큼 꾸미고 치장하는 데 드는 지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나에게 주는 선물’이나 돈 많이 드는 취미생활로 풀기도 했어요. 돌이켜 보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즐거움에 너무 몰두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돈이 들지 않는 취미생활 위주로 해요. 컴퓨터 게임, 걷기, 시 쓰기 등이요.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에요.
다시 사회초년생이 된 것처럼
김얀: 개인회생 이후에 급여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어요?
은하수: 학원에서 비율제가 아닌 월급제로 임금을 받고 있어요.
예전보다 수입은 줄었지만 안정적인 게 좋더라고요. 그리고 투자보다 지출 관리에 신경 쓰고 있어요. 하나를 살 때도 꼭 필요할지, 그 쓰임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다시 사회초년생이 된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학원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요. 다른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 등도 도맡아 해요. 그 덕인지, 이번 달에는 연봉협상을 다시 하게 됐어요. 여러모로 제 인생 전체가 회생 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최악의 상황을 이겨내는 힘
김얀: 마지막으로 어피티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으세요?
은하수: 인생이든 투자든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두세요.
투자에 대한 공부만큼이나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공부 역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비상금, 현금, 보험 등을 대비해 두고, 만약 대출이 필요하다면 잘 알아보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서 실행해주세요.
경제적인 문제든 정신적인 문제든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을 맞았을 때, 주변에 내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고 도움을 구하세요. 혹여나 도움을 구할 친구가 없다면 주민센터에라도 가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먼저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도움을 구하면 세상은 생각보다 친절하게 다가와주더라고요. 최악의 상황에서도 항상 살아나갈 방법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