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까지 가치안정코인 ‘테더’의 메커니즘과 장단점을 살펴보았습니다. 달러에 가치를 고정해서 가격을 안정화한 것은 테더만이 가진 장점이지만, 중앙집중화된 발행 메커니즘 때문에 테더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오늘은 ‘리플(Ripple)’이라는 새로운 알트코인을 알아보겠습니다. 리플은 ‘복잡한 해외 송금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먼저, 일반적인 해외송금 방식이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해외송금에 필요한 SWIFT코드
해외로 돈을 보내거나 받은 적이 있다면 ‘SWIFT’ 코드를 보셨을 거예요. SWIFT 코드는 해외로 송금하기 위해서 필요한 코드입니다.
국내에서 계좌이체를 할 때는 받는 사람의 계좌번호와 은행을 알면 충분하지만, 해외송금을 할 때는 받는 사람 은행 지점의 SWIFT 코드를 알아야 돈을 보낼 수 있습니다.
SWIFT 코드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SWIFT)가 발급한 코드예요.
국제은행간통신협회는 은행 간 국제 송금에 필요한 통신 규약을 만들고,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민간 기관이지만, 세계 모든 은행을 회원사로 두고 있어요.
이름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이지만, 해외 법인이 많은 일반 기업도 SWIFT 회원사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있죠.
SWIFT 제재는 강력했다!
해외송금을 위해서 꼭 SWIFT 코드가 필요하다는 말은 SWIFT 코드가 없으면 국제 거래와 송금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래서 SWIFT 결제망에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SWIFT 제재’는 강력한 경제 제재로 꼽힙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해서 전쟁을 일으켰고,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의결했는데요. SWIFT도 러시아를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가했습니다.
해외송금의 추가 절차
SWIFT 코드에 더해 해외송금에는 복잡한 절차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해외 송금은 지점 간 직접 송금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지점에서 본점을 거치는 과정이 추가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OO은행 광화문 지점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담 광장 지점으로 송금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게요.
먼저, OO은행 광화문 지점에서 OO은행 본점의 외환부서로 해외송금을 의뢰해야 합니다. 그 후, 본점 외환부서에서 담당 직원이 SWIFT 전문(電文, 전보의 문구)을 작성해요.
여기서 절차가 하나 더 추가될 수 있습니다. 돈을 보내고 받는 은행 간에 외환 거래 계약이 되어있다면 SWIFT 전문을 돈을 받는 은행 본점으로 바로 보낼 수 있어요.
하지만, 외환 거래 계약이 없다면 중개은행(Intermediary Bank)에 전문을 보내야 합니다. 중개은행은 돈을 보내는 은행과 받는 은행이 모두 외환거래 계약을 맺은 은행이에요.
SWIFT 전문이 처리된 후에야 돈이 움직이는데요. 해외송금 과정도 SWIFT 전문과 같이 국내은행 지점 → 국내은행 본점 → 필요하다면 중개은행 → 해외은행 본점 → 해외은행 지점을 거쳐 갑니다.
해외송금 불편함에서 시작된 리플
이처럼 해외송금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비용(수수료)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려요. 2006년에 제가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용돈을 받으려면 보통 2일에서 3일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리플은 이 불편함에서 시작했습니다.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송금 업무를 조금 더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나온 가상자산이에요.
리플의 시초는 2004년에 개발된 ‘리플페이(RipplePay)’입니다. 리플페이는 실시간 송금을 위한 서비스로 개발되었고 당시에는 블록체인 기반이 아니었어요.
2012년에 비트코인의 영향을 받아 가상화폐 리플이 개발됐습니다. 리플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외송금에 특화된 가상자산으로 태어났어요.
리플의 상세한 메커니즘은 다음 주에 이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