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얀: 매주 화요일, 다양한 사람들의 돈 이야기를 전해오던 <돈터뷰>는 오늘로 인사를 드립니다. 다음 주부터는 김하살 님의 <초록돈색> 시리즈가 시작됩니다. 그동안 독자분들의 응원에 감사드리며, 오늘은 <초록돈색>을 이끌 하살 님을 인터뷰에 모셔 보았습니다.
어피티의 새로운 필진
김하살입니다
김얀: 안녕하세요 하살 님, 자기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하살: 네, 안녕하세요. 저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중인 22살 김하살이라고 합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했다가 퇴사하고 지금은 영상 제작 프리랜서, 샐러드바 아르바이트, 어피티 필진 등 N잡러로 일하고 있어요.
김얀: 하살 님의 프로필을 읽다 보니 ‘특성화고’를 선택했다는 것이 눈에 띄었어요. 어떤 이유로 특성화고를 선택해서 바로 취업을 하셨나요?
하살: 돈의 중요성을 조금 빨리 깨달았고 돈을 빨리 벌고 싶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국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 아르바이트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이때 첫 월급을 받고 나서 갖고 싶었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샀어요.
카메라를 들고 집으로 가면서 쓸데없는 걸 샀다고 부모님이 혼내실까 걱정했는데 막상 부모님은 “그래 네가 번 돈으로 산 거니까 잘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내가 번 돈은 내 것이구나. 내가 번 돈으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구나’를 깨닫고 빨리 돈을 벌고 싶었어요.
돈은 안 쓰는 게
버는 거예요
김얀: 스무 살부터 사회초년생으로 경제활동을 하셨는데 돈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하살: 예·적금 위주로 관리했어요. 부모님도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금 습관이 들도록 도와주셨어요. 세뱃돈이나 용돈을 받으면 적은 돈이라도 꼭 저금을 했죠.
저는 경제 감각이 좀 일찍 생긴 경우인데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큰돈이 들어오니 마음껏 써 버리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돈을 모으고, 잘 쓰는 습관을 학교나 사회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요.
김얀: 하살 님은 취업 후 1년 11개월 동안 3천만 원을 모았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모으셨나요?
하살: 일단 ‘안 쓰는 게 돈을 버는 것이다’라고 생각해서 그냥 최대한 아꼈어요(웃음). 알뜰교통 카드나 알뜰폰을 사용하고 점심은 도시락을 싸 다녔어요.
정말 알뜰하게 살았어요. 당시 일할 때 연봉이 3천만 원이 채 안 됐으니까 거의 2년 동안 1년 연봉이 넘는 돈을 모은 거예요.
주식이나 다른 투자라는 것은 일단 의미 있는 종잣돈을 만든 다음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예·적금 외에 다른 건 하지 않았어요. 본가에 거주하면서 돈을 아낄 수 있었고, 월급의 70~80%는 무조건 저금했습니다. 신용카드도 쓰지 않고 체크카드만 썼어요.
대학 등록금으로 모았지만
생각이 바뀌었어요
김얀: 그렇게 돈을 모았던 다른 이유가 있었나요?
하살: 저의 목표는 대학 등록금이었어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나서 3년 동안 회사에 취업하면 3년 동안 재직한 조건을 가지고 대학에 갈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 전형으로 대학에 가겠다고 생각하고 등록금과 대학 생활을 하기 위한 돈을 모았던 거였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대학에 가려고 했던 이유가 단순히 ‘대한민국에서는 고졸로 살기 힘들겠다’라는 생각 때문이더라고요. 지금은 대학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보다 내년쯤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에 갈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돈을 좀 써 보고 싶었어요(웃음). 그동안 악착같이 모으기만 해서 약간 번아웃이 온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1천만 원 쓰기 챌린지’가 시작되었던 거예요.
1년 동안 모은 천만 원을
82일 만에 썼어요
김얀: 네. 하살 님이 브런치에 썼던 ‘1천만 원 쓰기 챌린지’를 저도 재미있게 봤는데요. ‘돈 쓰기’만 집중해 보니 어떻던가요?
하살: 돈도 써봐야 잘 쓰는 법을 알겠더라고요. 돈을 제대로 써 본 적 없는 사람이 마음먹고 돈을 쓰려니까 조금 힘들기도 했어요. 역시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제일 많이 느꼈어요.
일단 독립을 해서 자취를 나간 비용이 컸어요. 보증금 200만 원이랑 매달 월세로 공과금을 포함 68만 원 정도 나가거든요. 서울에서는 역시 주거비에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돈을 쓰면서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해 봤어요. 예를 들면 수중 촬영을 해본다든지 프로필 촬영을 한다든지 하는 난생처음 해보는 경험에 돈을 쓸 때가 확실히 즐겁더라고요.
1천만 원을 모으는 데는 1년이 걸렸는데 쓰는 데는 82일 정도 걸렸어요.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1천만 원이 사라져 버려 약간의 허무한 마음도 들지만, 이제는 다시 ‘1천만 원 모으기 챌린지’에 돌입했어요(웃음).
이제는 N잡에 도전해 보려고요
김얀: ‘1천만 원 모으기 챌린지’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모으실 건가요?
하살: N잡에 도전해 보려고요.
프리랜서로 하는 영상 작업은 불규칙적이라서 부수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고정적인 수입을 위해서 평일 오전에 2~3시간은 번화가 샐러드 가게에서 고정 알바를 하고 있어요. 이제 어피티 필진으로 부수입이 생길 예정이니 벌써 3개의 파이프라인이 생긴 거네요(웃음).
김얀: ‘초록돈색’에서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으세요?
하살: 제 주위에 있는 20대 초반 여성들의 돈 이야기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에요.
제가 20대 초반이기도 하고, 여성이고,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은 사람이니까 저와 제 주변, 그리고 닮고 싶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싶어요.
돈은 친구 같은 존재예요
김얀: 돈터뷰의 공통 질문이에요. 하살 님에게 돈이란 무엇입니까?
하살: 돈은 저에게 친구 같은 존재예요. 가끔은 갈등도 있지만, 어쨌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애인은 헤어질 수 있지만, 좋은 친구는 항상 내 곁에 있잖아요. 돈은 저에게 그런 친한 친구예요.
김얀: 마지막으로 어피티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하살: 제가 3년 전인 19살 때 어피티 머니로그에 투고를 했는데요, 많은 분이 저에게 ‘사회 초년생의 정석’이라는 말을 해 주셨어요. 그때는 굉장한 칭찬이라 생각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까 ‘정석’이라는 말에 조금 의문이 들더라고요.
보편적인 통념으로 ‘정석’이라고 해도 자신과 맞지 않으면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어요. 정석을 곧이곧대로 따르기보다는 내게 맞는 방법, 나만의 정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나 사회초년생분들께 돈 공부나 재테크를 남들처럼 해 보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자신과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다른 방법을 선택해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우린 아직 젊고, 시간이라는 가장 큰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