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최소한 몰라서 돈을 잃는 일은 없어야겠죠.
‘당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금융 이야기’를 <고소한 금융>에 담았습니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경제 미디어 어피티와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이 함께 만든 코너예요.
오랜만에 찾아온 <고소한 금융>, 오늘은 ‘웨이브랩스 비상장주식 투자 사기’ 사건을 준비했습니다. 모른다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유형의 사기예요.
그럼 이 사건의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신고운 변호사와 인터뷰를 통해 그 내막을 알아볼게요.
시작은 한 통의 전화였어요
어피티 박진영 대표 (이하 JYP): 먼저, 어떤 사건인지 흐름을 설명해주시겠어요?
신고운 변호사(이하 신고운): 처음 저희에게 연락을 주신 분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특별히 전업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분도 아니었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이었죠.
작년 말, 이 분에게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조만간 상장할 예정인 기업이 한 곳 있는데요. 코로나19로 투자설명회를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화로나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후 카카오톡으로도 연락이 왔고,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주식회사 웨이브랩스’라는 종목을 추천 받게 됐어요. 피해자는 구체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요.
“지금 웨이브랩스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18,000원~28,000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어요. 이 기업은 2022년 하반기에 상장할 예정이고, 저희가 주식 1주에 15,000원에 판매하려고 합니다. 수익률은 약 300% 이상일 거예요.
저(가해자)를 통해 웨이브랩스의 주식을 사면, 상장할 때까지 웨이브랩스의 상장이나 호재와 관련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해드릴게요. 이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는 나중에 주식을 팔아 돈을 벌었을 때 주시면 됩니다. 수익의 5% 정도로요.”
주식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어요
JYP: 그러니까 웨이브랩스가 상장해서 주가가 오르기 전에 주식을 싸게 사라고 했다는 거죠? 상장하기 전까지는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관리해주고요.
신고운: 맞아요. 문제는 웨이브랩스의 주가가 15,000원, 그러니까 싸게 팔았다고 한 가격보다 낮아졌다는 점이에요.
게다가 올해 5월부터는 가해자가 연락을 아예 끊었습니다. 기업 정보를 주겠다고 한 것도 하다가 말았고요.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어요. 아직 구체적인 피해자 수는 파악되지 않았는데요. 비상장주식 주주 동호회 홈페이지의 웨이브랩스 주주토론방을 보면 2022년 5월부터 피해자들의 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회사가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인 것처럼 말했어요
JYP: 그런데 처음 가해자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왜 주식을 나에게 싸게 팔지?’ 하고 의심할 법도 한데요?
신고운: 가해자는 이렇게 설득했어요.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은 주식 분산을 해야 한다는 요건을 맞춰야 해요. 일반 주주의 지분이 전체의 25%가 되거나, 500만 주 이상을 소유해야 하죠. 이 회사도 상장 요건을 맞춰야 해서, 회사가 직접 비상장주식을 팔고 있어요.”
이렇게 제도를 근거로 끌고 온 거예요. 마치 공식 대리점(웨이브랩스)에서, 정식 라이센스 상품(웨이브랩스 비상장주식)을 정해진 가격(15,000원)으로 판매하는 것처럼 얘기했고요.
유사투자자문을 가장한 사기예요
JYP: 불법 유사투자자문과 관련된 사기 사건도 많았잖아요? 이 사건도 유사투자자문과 관련 있나요?
신고운: 이 사건은 유사투자자문을 가장한 비상장주식 판매 사기예요.
유사투자자문은 상장된 기업의 주식에 대해 매수, 매도 등 투자 자문을 해주는 서비스예요. 신고제라서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어떤 곳이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유사투자자문이라고 해서 특정인으로부터 주식을 얼마에 사라고 중개하지는 않아요. 특정 종목에 대해 매수할 시기와 매수 가격의 범위,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매도 가격의 범위를 지정해주는 식이에요.
- A로부터 B 회사의 주식을 50,000원에 사라 (❌)
- B 회사의 주식을 48,000원~50,000원 사이에 사서, 52,000원~54,000원 사이에 팔아라 (⭕)
이번 사건은 유사투자자문인 척, 특정인으로부터 웨이브랩스의 주식을 사도록 중개했어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무인가 금융투자업(투자매매업) 위반, 사기적 부정거래, 「형법」상 사기에 해당합니다.
피해자는 형사적으로 고소를 진행할 수 있고, 민사적으로는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요.
청담동 이희진 사건이 비슷한 케이스였죠
JYP: 이 사건과 비슷한 케이스가 있을까요?
신고운: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사건이 유명했죠. 이희진 일당은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100억 원, 122억 원 가량의 추징을 받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구조가 비슷해요. 웨이브랩스도 전형적인 방식으로 사기가 발생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