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르코스 💣무섭도록 커다란 마약 시장

글, 정인

📌 경제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작품을 어피티가 소개한다? 네, 그렇습니다. <어피티 인생극장>은 드라마, 영화를 주제로 경제 이야기를 줄줄 떠드는 시리즈로 기획되었어요. 스포일러 없이 영화 추천도 받고 얼떨결에 경제상식도 얻어갈 수 있는 어피티 인생극장 시리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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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드라마, 나르코스 시즌 1(2015)

장르: 범죄, 웹드라마

추천인: JYP

JYP의 별점: ⭐⭐⭐⭐

JYP: 요새 마약 뉴스가 정말 많이 보여요.

정인: 그러네요. 사회면 기사긴 한데, 확실히 예전보다 자주 등장해요. 

JYP: 그래서 경각심을 갖기 위해 이 드라마를 봤습니다! 짜잔, 나르코스!

정인: (재밌어서 보신 게 아닐까 싶지만)

이름을 날리던 마약상
파블로 에스코바르

“나는 부자가 아니야.
돈이 많은, 가난한 사람이야.”

<나르코스> 시즌 1, 2의 주인공이자, 남아메리카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중 하나인 ‘메데인 카르텔’의 보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대사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나르코스>는 미국 마약 단속국 ‘DEA’가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쫓는 이야기를 담은, 실화 기반 시즌제 드라마예요.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유명한 남미 마약상입니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마약상을 하며 검은돈을 모아 국회의원까지 지낸 실존 인물이에요.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다가, 만 44세의 나이에 미국 DEA와 콜롬비아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미국 마약 단속국이
콜롬비아에 잠입한 이유

JYP: 미국 마약 단속국이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을 잡으려고 싸운다고요?

정인: 매년 남미에서 수천만 달러어치의 마약이 미국으로 밀반입되기 때문이에요. 남미 국가들은 마약 카르텔을 제압할 의지나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었고요.

남미 여러 국가에서 마약 카르텔과 정부가 격렬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1만여 명 넘는 사상자가 나와서 사실상 내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카르텔이 대통령 후보를 암살하거나 여객기를 폭파하는 등 테러를 저지르고, 행정부 관료를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도 있었어요.

정부가 카르텔을 통제하지 못하는 와중에, 카르텔은 나라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국가에서 대기업처럼 일자리를 창출하고 돈을 벌어들여요.

만약, 마약이 합법이라면?

정인: 만약… 어떤 마약이 합법이라면 어떨까요?

JYP: (이 사람 위험해)

정인: 가격이나 공급을 규제하면 거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암시장이 생겨서 오히려 가격이 뛰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마약도 거래하기가 어려워 가격이 무척 비싸지고요.

영화도, 인생극장의 딴 얘기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무엇이 마약인지는 사회에 따라 달라요

무엇이 마약이고, 무엇이 향정신성 약품이며, 무엇이 기호식품인지 딱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사회적인 합의가 만든 회색 지역이 존재해요.

술(알코올)이나 담배(니코틴)는 강력한 중독성 물질입니다. 의존증과 중독증으로 많은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지만, 술과 담배를 마약으로 분류하는 사회는 별로 없어요.

음주 관련 사망자가 매년 4만여 명 발생하는 프랑스에서도 술은 마약이 아니라 음식의 일부로 받아들여집니다.

최근 오남용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펜타닐의 경우, 강력한 진통제로 개발돼 실제 의료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허술한 의료 처방의 구멍을 통해 마약처럼 사용해 문제가 됐어요.

대마초 합법화 이슈가
미국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논쟁이 아주 격렬한 회색지대가 또 하나 있어요. 바로 대마초입니다. 미국에서는 올해까지 대마초 시장이 45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주도 늘고 있어요.

정인: 합법화를 통해 시장을 양지로 가져오면, 세금을 거둘 수도 있고 일자리가 창출되니 경제적인 이유로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봐요.

JYP: <나르코스> 이야기와 비슷한데요?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좋은 일도 많이 해서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대요. 그런데 그 돈은 마약 팔고 테러 저질러서 번 돈이고…

미국에서는 대마초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 규제를 완화할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일고 있어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마초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미국만의 일은 아니에요. 독일도 대마초 합법화를 추진 중입니다. 아르헨티나는 2025년까지 의료용 대마초 수출 5천만 달러 목표를 세웠어요.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대마초가 불법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대마초가 불법이 된 시기는 1970년대 중후반입니다. 그전에는 농어촌에서 담배 대신이나 진통제 대신 민간요법으로 흔하게 쓰였어요.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용이나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바꾸고 있어요. 올해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주축이 된 연구회가 산업용과 의료용 대마 생태계 조성에 들어갔습니다.

반대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들도 ‘(금지보다는) 의료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부작용이 심할 수 있으니 법과 제도를 미리 엄격하게 정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일단 유용하게 쓰이는 분야가 분명 있고, 세계 시장이 크거든요.

대마초 합법화가 논의되는
이유가 있어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2021년에는 대마초 ETF가 수익률 상위권 10위 중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합법 대마초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 제출됐을 당시에는 관련 기업의 주식을 담은 ETF가 크게 올랐죠.

JYP: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데, 그동안 금융 서비스 이용이 금지돼 있었나요?

정인: 미국에서는 대마초가 1급 마약으로 분류돼 있어요. 혹시 마약상들이 합법 대마초 회사를 이용해서 돈세탁을 할까 봐 경계하는 거예요.

JYP: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네요.

정인: 맞아요. 하지만 규제의 부작용도 생각해야 해요. 이미 사용하기 시작한 상품에 공급 규제를 잘못했다간 불법시장이 더 커질 수도 있거든요.

수요가 있는 상태에서 공급을 규제하면 암시장이 생겨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암시장에서 마약상은 마약의 중독성을 이용해 피해자가 사채를 써서라도 마약을 사도록 불법금융을 중개합니다. 바로 ‘공급 규제의 역설’이에요.

공급 규제의 역설을
해결하려면

물론 마약 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되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암거래 시장이 생겨 마약 가격이 높아지는 게 문제라고 해도, ‘마약 시장을 인정해야지!’라고는 결코 주장할 수 없어요.

남미에서 미국으로 끊임없이 흘러드는 마약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마약을 인정할 수는 없고, 이미 중독된 사람들은 많고, 그 사람들은 얼마든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마약을 사려고 하고, 비싼 만큼 남미의 카르텔들은 목숨 걸고 마약을 팔죠. 

미국에서는 비교적 중독성이 낮고 유용한 효과가 인정된 대마초를 합법화시켜서 ‘공급 규제의 역설’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실패할 수 있어요. 대마초도 불법으로 환각물질을 강화해 마약처럼 이용될 수 있거든요. 

<나르코스>를 감상할 수 있는 OTT는?


필진의 코멘트

  • 정인: 대마초를 소지만 해도 사형을 구형할 수 있도록 강력한 법안을 만든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에요.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은 코카인과 필로폰 등의 마약 문제로 여섯 차례 구속됐습니다. 대마초 논쟁을 통해,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됩니다. 뭐든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되면, 그러니까 돈이 되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생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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