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아웃과 바텀아웃, 정점과 바닥을 지날 때 쓰는 말이에요

the 독자: 제 소중한 종목이 ‘피크아웃했다가’ 이제 ‘바텀아웃 전망’이래요. 좀 더 쉽게 얘기할 순 없는 거예요? 😔

어피티: ‘오르던 흐름이 꺾였지만, 이제 하락이 멈출 것 같다’는 얘기예요. 🤗

the 독자: 그럼 이제 주가가 오른다는 뜻인가요?

어피티: 꼭 그렇진 않아요. 주가가 아니라 회사 실적이 나아질 거라는 말일 수도 있거든요. 표현의 의미부터 풀어볼게요.


얼마나 높고 낮은지보다,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 봐요 

피크아웃(peak-out)은 오르던 지표가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 바텀아웃(bottom-out)은 내리던 지표가 저점에 이르러 하락을 멈추거나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을 말해요. 주가뿐 아니라 기업 실적, 경기, 제품 가격에도 쓰는 표현이에요. 


예를 들어 기업의 이익이 정점을 찍고 줄기 시작했다면 흑자여도 피크아웃, 손실이 가장 컸던 때를 지나 줄기 시작했다면 적자여도 바텀아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익이 계속 늘면서 증가율만 낮아진 경우라면, 이익 자체가 아니라 ‘이익 증가율이 피크아웃했다’고 구분하는 게 정확해요.

 

‘우려’와 ‘전망’이 붙으면 

아직은 예상이라는 뜻이에요 

다만 이런 표현을 쓸 때는 이미 확인된 변화인지, 앞으로의 예상인지 구분해야 해요.


예를 들어 분기 영업이익이 100억 원, 120억 원, 110억 원으로 바뀌었다면 120억 원을 정점으로 이익이 피크아웃했다고 볼 수 있어요. 반대로 영업손실이 30억 원에서 20억 원, 10억 원으로 줄었다면, 아직 적자여도 실적은 바텀아웃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추세가 이어지는지는 더 지켜봐야 해요.


문제는 정점과 바닥을 그 순간에는 알기 어렵다는 거예요. 사상 최고 실적이나 신고가를 기록해도 다음 실적이나 주가가 더 높아진다면 그곳이 정점은 아니겠죠. 바닥도 마찬가지예요. 이제 최악은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분기에 실적이 더 나빠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피크아웃과 바텀아웃은 이후의 흐름까지 살펴보며 판단해요.


그런데 주식시장은 바뀐 방향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요. 투자자들은 앞으로 발표될 실적과 업황을 예상해 먼저 사고팔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증권사 전망이나 주식시장 기사에서는 확정적으로 ‘피크아웃했다’, ‘바텀아웃했다’고 말하기보다 ‘피크아웃 우려’와 ‘바텀아웃 전망’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해요. 앞으로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예상은 피크아웃 우려가 되고, 더 나빠지지 않고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은 바텀아웃 전망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 단어를 볼 때는 ‘지금이 정점인가, 바닥인가’보다 ‘무엇을 근거로 앞으로 방향이 바뀐다고 보는가’를 함께 살펴봐야 해요.


실적과 주가의 피크아웃·바텀아웃은 

시점이 다를 수 있어요 

피크아웃과 바텀아웃을 이야기할 때는 실적과 주가를 구분해서 봐야 해요. 기업 실적은 이미 벌어진 일을 집계한 결과지만, 주가는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미래까지 반영하면서 계속 움직여요. 그래서 실적의 정점·저점과 주가의 정점·저점은 같은 시기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요.


먼저 실적의 피크아웃과 바텀아웃을 예상하려면 실적보다 먼저 움직이는 요인을 살펴봐요. 무엇을 봐야 하는지는 업종마다 달라요. 반도체 기업이라면 메모리 가격과 재고, 출하량과 주문이 중요하고, 해운사는 운임과 물동량, 정유사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등이 실적에 앞서 움직일 수 있어요.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재고가 줄면서 주문까지 늘어난다면 이후 매출과 이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라면 현재 실적이 좋아도 피크아웃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주가의 피크아웃과 바텀아웃을 판단할 때는 한 단계 더 필요해요. 앞으로 실적이 좋아질지 나빠질지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이미 무엇을 예상하고 있으며, 그 기대가 현재 주가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를 봐야 해요. 주가는 기업의 미래 이익과 현금흐름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형성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도 시장이 앞으로의 회복을 예상하기 시작하면 주가는 실제 실적보다 먼저 바닥을 찍고 오를 수 있어요. 반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도 앞으로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퍼지면 주가는 실적보다 먼저 고점을 찍고 내려올 수 있고요. 그래서 ‘실적은 아직 바텀아웃하지 않았지만 주가는 바텀아웃했다’, 또는 ‘실적 피크아웃에 앞서 주가가 먼저 피크아웃했다’는 표현이 가능해요.


결국 두 종류의 변곡점을 따로 봐야 해요. 실적의 피크아웃·바텀아웃은 매출이나 이익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고, 주가의 피크아웃·바텀아웃은 그 기업의 주가 흐름이 바뀌는 것이에요. 둘 사이에는 시차가 생길 수 있고, 바로 그 시차 때문에 아직 실적이 나쁜 기업의 주가가 오르거나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생겨요.


무엇이 방향을 바꾸는지 확인해 보세요

앞서 나눈 대화로 돌아가 볼게요. 어떤 주식이 ‘피크아웃했다가 이제 바텀아웃 전망이다’라는 말에는 사실 정보가 부족해요. 그대로라면 주가가 바닥을 지날 거라는 뜻인지, 기업 실적이 바닥을 지날 것이라는 뜻인지, 업황 전체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뜻인지 몰라요. 세 가지 변곡점은 서로 다른 시기에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경제 뉴스를 읽으며 피크아웃과 바텀아웃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무엇의 흐름이, 언제부터, 왜 바뀐다고 보는지 확인해 보세요. 직접 쓸 때도 ‘주가가 바텀아웃했다’처럼 대상을 밝히고, 확인된 흐름인지 앞으로의 예상인지 구분하면 더 정확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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