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파인다이닝 셰프가 선택한 ‘붉은 김’의 비밀을 다 알려드립니다


📌 필진 소개: 충남 태안에서 친환경 유기인증 받은 곱창돌을 키우는 어부이면서 김이 자라는 과정에서 찾아낸 다양한 이야기들을 ‘김콘서트’라는 컨텐츠로 만들어 김의 무한한 능력을 소개하는 김플루언서(김+인플루언서)입니다. 김에 대한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궁금하시면 @taean_kimjangsu로 오세요. 다양한 김컨텐츠를 만들어가는 어부의 일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청담동 미쉐린 2스타 파인다이닝 정식당의 시그니처 디쉬가 김밥이라는 거 아시나요? 우리가 분식집에서 흔히 사 먹는 김밥이 고급 레스토랑 대표 메뉴라니 의외죠? 메뉴 이름도 참 소박해요. ‘맛있는 김밥’.

ⓒ 정식당, 태안 김장수


‘맛있는 김밥’은 오래전부터 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였는데요. 여기에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답니다. 바로, 지난해부터 태안의 한 어부와 함께 협업하고, 전용 김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거예요.


오늘은 그 김을 함께 만들었던 주인공, 태안에서 곱창돌김을 키우는 어부, 바로 저! 김장수가 잘쓸레터 독자님들이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을 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마트에서 흔히 사다 먹을 수 있는 김이지만 곱창김, 파래김, 김자반 등 수많은 김 제품들 중에서 어떤 것을 사면 좋을지, 어떤 김이 진짜 좋은 김인지 알고 싶었던 분들이라면 꼭 주목해 주세요!


전통 방식으로 길러 첫 수확했는데

유기농 인증까지 받은 김은 2% 미만!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인 것은? 바로, 곱창돌김이에요. 겨울철이 되면 어김없이 우리는 ‘잇바디돌김’을 찾아요. 보통 우리는 이 김의 생김새가 곱창처럼 꼬불꼬불하다 해서 ‘곱창돌김’으로 부르죠. 두껍고 구멍이 많고 달큰한 맛이 특징이에요. 대부분은 바다에서 자란 지 30일 정도만에 수확되어 ‘30일 김’이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키워본 곱창돌김은 무려 3달을 자라더라고요. 같은 포자, 같은 종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기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김을 기르는 두 가지 방식: 부류식 vs 지주식

  • 부류식: 깊은 바다에 부유 구조물을 띄워 김발을 물 위에 띄운 채 기릅니다. 항상 바닷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생산량도 많아요.
  • 지주식: 우리나라 전통 방식의 양식법으로 바닷속 기둥에 김발을 고정하고,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빠지면 김이 햇볕에 노출됩니다. 이 과정에서 김은 살균 소독과 광합성을 거치며 천천히 자라요.


지주식 방식은 김의 성장과정이 느리기 때문에 수확량에서도 부류식에 못미치다보니 점점 외면받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 방식이 훨씬 환경에 이롭고 김의 품질도 더 좋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같은 김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길렀는지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지거든요. 특히 첫 수확 김에서 이 특징들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지주식으로 길러지는 김의 검붉은 색 ⓒ 태안 김장수


첫 수확한 초사리 김이 더 특별한 이유

첫 수확김은 ‘초사리’, ‘1회조’, ‘껄뱃기’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요. 지주식으로 천천히 햇빛을 보고 자란 지주식 초사리 곱창돌김은 부류식 초사리김에 비해 더 연하고 색이 검붉은 색에 가까워요. 햇빛을 충분히 받고 오랜 시간을 들여 자랐기 때문이죠. 


저는 지주식으로만 김을 기르는데요. 지주식 초사리 곱창돌김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 이 김의 검붉은 색을 본 사람들은 묵었거나 변질됐다고 오해하곤 했어요. 하지만 이런 붉은 갈색김을 혹시라도 보게 되면 반가워 하셔도 좋아요. 느린 성장과 김 본연의 단맛을 나타내는 색깔이니까요.

이렇게 어렵게 길러진 곱창돌김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스러운 단맛인데요. 일부 제조업체는 이 단맛을 인공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사카린나트륨을 넣는 거예요. 사카린은 법적으로 허용된 식품첨가물이지만 제조업 허가가 없는 단순 가공공장에서 사용하는 건 불법이에요. 


아쉽게도, 지주식 초사리 곱창돌김은 시중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요. 우선, 전체 김 생산에서 지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고, 여기에서 곱창돌김의 양식비율은 많이 잡아봐야 2%가 넘지 않아요. 제가 전국에 있는 지주식 곱창돌김 양식장을 다 알 정도니까요. 그 2% 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 수확한 초사리 곱창돌김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유기수산물 인증, 친환경 방식으로 기른 김 ⓒ 태안 김장수


더 건강한 김을 찾는다면, ‘유기수산물 인증’을 확인하세요

혹시 ‘유기수산물 인증’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화학 약품을 쓰지 않고 최소 3년 이상 친환경 방식으로 기른 김에 주어지는 국가 인증 제도예요. 이 인증을 받으려면 김을 기르는 바다 환경부터, 병해 방제 방식까지 모두 친환경이어야 하죠. 이 제도는 소비자에게 건강한 김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지만 무엇보다도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만약 유기인증 마크가 붙은 ‘지주식 곱창돌김의 초사리 김’을 발견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구입하셔도 좋습니다. 품질, 건강, 환경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이니까요.


미쉐린 3스타 셰프와 ‘김플루언서’가 만나면 생기는 일


여기서 잠깐, 처음에 했던 청담동 ‘정식당’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 볼게요. 이처럼 지주식 양식으로 햇볕을 쬐는 시간과 기르는 공을 더 많이 들이고 친환경 방식으로 길러내니 아무런 양념이나 가공을 하지 않고도 정말 맛있는 김이 탄생하더라고요. 이런 특별한 김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정식당의 시그니처인 ‘맛있는 김밥’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직접 연락을 드렸죠. 최고의 김밥에 걸맞는 최상의 김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요.


하지만 정식당을 위한 김밥용 김을 만드는 건 쉽지 않았어요. 저는 가공 경험도 부족했고, 제가 수확한 김의 특성을 이해하고 김밥 김을 만들기 위해 샘플링을 해줄 공장을 찾는 것도 어려웠거든요. 게다가 곱창김은 1년에 단 세 번만 수확할 수 있어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죠.


지금까지 아무도 곱창김으로 김밥 김을 만들지 않았지만, 겨우 도와주겠다는 공장을 찾아 해남까지 가서 테스트하기를 수 개월. 2024년 5월 15일, 최종 테스트를 거쳐 태안 김장수의 유기 인증 곱창김으로 만든 정식당의 시그니처 김밥용 김이 탄생했어요. 


맛을 인정받은 덕분에 청담 파인다이닝은 물론,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정식당 뉴욕점에도 저희 김을 납품하고 있고 뉴욕의 다른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도 납품을 문의를 줘서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 우리나라 태안 김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어요.


김플루언서가 답하는 김 Q&A


요즘 마트에만 가봐도 다양한 김 제품들이 넘쳐나죠. 하지만 조미김, 자반김, 김가루 중에는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하거나, 어떤 김 공장에서는 단맛을 내기 위해 사카린나트륨을 넣는 경우도 있어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김을 고르기 위해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해요.

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김콘서트’ 현장 ⓒ 태안 김장수


Q. 김 종류가 너무 많아요. 곱창김, 돌김, 파래김 재래김…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A. 김은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원초와 생산 방식에 따라 맛과 품질이 완전히 달라요. 우리가 마트나 시장에서 흔히 접하는 김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 재래김(일반김): 전체 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김이에요. ‘조선김’이라고도 불리죠. 방사무늬김 원초로 만드는데 얇고 부드러워 다양한 요리에 쓰여요. 김밥용 김도 대부분 재래김인데, 잘 터지지 않게 원초 중량을을 늘리고 여러 겹 겹쳐서 만들어요. 

  • 돌김: 바위 근처에서 자라는 김이에요. 표면에 구멍이 나 있고 거칠지만 씹는 맛이 있어서 식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인기가 많아요. 모무늬돌김, 잇바디돌김 두 가지 원초로 나뉘는데 모무늬돌김은 가장 일반적인 돌김으로 1월~4월 생산되고 김자반에도 많이 쓰여요. 

  • 곱창김: 곱창김은 돌김의 한 종류로 잇바디돌김으로 만든 프리미엄 김이에요. 잇바디돌김은 조생종으로, 10~11월 사이 아주 짧은 기간에만 생산되는데 이 잇바디돌김으로 만든 것이 바로 곱창김이에요. 곱창처럼 김이 구불구불한 모양이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일반 김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향과 단맛이 강해 가격이 비싼 편이에요.

  • 파래김: 김과는 전혀 다른 해조류인 ‘파래’를 섞어 만든 김이에요. 파래 특유의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죠. 그래서 일부 양식장에서는 파래가 섞이지 않도록 산처리를 하기도 해요. 고급 김에는 잘 사용되지 않고, 조미김이나 김자반에 자주 사용됩니다. 파래의 비율에 따라 명칭도 다른데요. 파래 비율이 20% 이상이면 파래김, 20% 미만이면 청태김이라고 불러요.

Q. 정말 좋은 김을 고르려면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나요?
A. 우선, 김은 원초(김의 원재료)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마트에서 그 정보를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죠. 제품 포장지에 원초를 직접적으로 표기한 경우는 극히 드물거든요. 이럴 땐 반드시 ‘국산 김’인지 체크하고 포장지에 ‘지주식’, ‘수작업’, ‘전통방식’ 등의 문구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그래서 기왕이면 마른김을 구매하시는 걸 추천해요. 김은 굽게되면 엽록소가 변해 초록빛이 돌기 때문에 색으로 품질을 판단하기 어렵거든요. 마른김은 짙은색이 균일하게 나고 광택이 많이 흐르는 것이 좋아요. 연녹색 빛깔을 내는건 파래인데 파래가 적어야 좋아요.

Q. 김에도 제철이 있나요?
A. 곱창김은 12월초, 일반김은 1월~2월, 돌김은 2월~3월에 생산된것이 가장 좋아요. 4 ~ 5월에 나는 김은 채취가 끝날 때인데 수온이 오르기 때문에 이때 나는 김은 품질이나 맛이 떨어져요. 그런데 마트에 있는 구운 조미김에 적힌 날짜는 가공을 한 후에 제조일자를 적기 때문에 생산일자를 정확하게 알기 어려워요. 마른김은 포장일자가 있고요. 그래서 제철 김을 구매하려면 포장지에 적힌 날짜를 보는 것 보다는 매년 12월에 곱창김이 나오는 시기를 노리시는 것이 좋아요. 김장수 단골분들도 그때 김을 가장 열심히 구매하세요.

Q. 해외에서 김을 슈퍼푸드라고 부르는 이유는 뭐예요?
A. 김은 체내에 축적된 납, 카드뮴, 수은 등 중금속과 미세플라스틱까지 흡착해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줘요. 거기다 비타민 C, B, E, 베타카로틴 같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들도 가득하고요. 수용성 식이섬유인 포피란(porphyran)이 들어 있어요. 포피란은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일으키는 원인인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장의 활동을 원활하게 해 배변이 잘 되게 하고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해요. 마른 김 5장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달걀 1개와 비슷하다고 말할 정도로 영양가도 매우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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