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전환을 위해, 휴식을 위해, 건강 관리를 위해, 회사 사정으로 그만두면서, … 공백기를 갖게 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을 잠시 멈추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주어진 이때, 커리어레터 구독자분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요? 오늘은 ‘휴식’을 키워드로 이야기를 공유해주신 분들을 소개할게요!
“온전한 ‘쉼’을 선물했어요”
🔥 의료업계 간호사 7년 차(퇴사 2달 차) 해주 님
벌써 공백기를 가진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입버릇처럼 ‘30대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라고 되뇌어왔는데, 정말로 30대에 들어서면서 퇴사하게 되었어요.
조금 갑작스러운 상황이긴 했지만, 가장 먼저 나에게 ‘쉼’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휴학도, 취업을 위한 대기 시간도 없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달려온 나를 위해서 말이에요.
하지만 퇴사 후 집에서 보낸 첫 일주일은 공허했어요. 매일 출퇴근하는 일상이 사라지니 뭘 해야 할지 길을 잃은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내가 무엇을 정말 좋아하는지’ 찾아보기로 했고, 2주 동안 버킷리스트를 지워가듯 하나씩 시도하기 시작했어요.
2주의 시간은 정말 행복했어요. 그 시간이 있었기에 정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한지 알 수 있었고, 행복의 기준이 잡히면서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도 생겼어요.
덕분에 지금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성공하자’라는 마음으로 다시 배움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여러분도 고생한 나에게 ‘온전한 쉼’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3일간 전자기기 없이 혼자 보냈어요”
🔥 교육업계 회계 1년 차 Sylvia 님
공백기에는 잠깐 멈추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저는 자연에 둘러싸인 곳에서 3일간 혼자서 전자기기 없이 보냈습니다. 종이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주변을 산책하면서 건강한 에너지를 채워줬어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게을러지지 않도록 하루 단위의 계획을 세워서 움직였어요. ‘그냥 쉬었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먼저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전 직장에서 하던 일들을 까먹기 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동안 해오던 일들에서 공통점을 찾고 내가 어떤 일을 잘했는지를 파악했어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재취업 서비스도 적극 활용했어요. ‘내일배움카드’로 영어회화 수업을 들었고, 산업인력공단 사이트를 통해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 연습도 했어요.
“휴식과 이직 준비 시간을 철저히 분리했어요”
🔥 언론계 취재기자 2년 차 무말랭이 님
퇴사 후 약 8개월 정도 공백기를 보냈던 적이 있어요. 당시의 저는 이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늘 불안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괜히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은 인생 전체로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소중한 시간이니까요.
공백기에는 계획을 한 달, 한 주 단위로 잡고, 휴식과 이직 준비 시간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걸 추천 드려요. 첫 주에 5박 6일 여행을 가고, 남은 3주는 학원을 다니겠다는 식이죠.
또 ‘매주 일요일은 무조건 쉬겠다’ 등의 확실한 보상을 주면 얼마든지 공백기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쉬면서도 루틴을 지켰어요”
🔥 IT업계 UX기획 5년 차 잘살지현 님
제가 생각하는 퇴사 후 공백기를 잘 보내는 방법은 이렇게 세 가지예요.
- 루틴을 세우고 지키자
-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남기자
- 내 흔적을 곳곳에 남기고 다른 세계의 사람을 만나자
첫 번째, 루틴을 세우고 지키자
회사와 결이 너무 안 맞아서 1년 반 만에 퇴사하게 됐어요. 너덜너덜해진 상태라 작정하고 1년만 놀기로 마음먹었죠. 그런데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잘한다고, 너무 많아진 자유시간에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루틴을 세웠어요. 너무 빡빡하게 말고, 운동-취미-업무-휴식 등 큰 카테고리 안에서 적당히 돌려가며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루틴 없는 하루를 보내면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이러다가 평생 무직자로 살면 어쩌지?’ 하면서 말이에요.
두 번째, 어떤 형태로든 기록하자
면접에서 100% 받게 되는 질문, ‘퇴사하고 뭐 하셨나요?’라는 질문에 ‘그냥 놀았는데요’라고 답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매일매일 짤막하게라도 일기를 쓰고, 주간, 월간 회고를 하면서 쉬면서 뭘 경험하고 느꼈는지 기록하고 있어요.
세 번째, 내 흔적을 곳곳에 남기고 다른 세계의 사람을 만나자
저는 나의 커리어(또는 밥벌이)를 꼭 ‘회사’라는 조직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공백기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시기’로 만들자고 다짐했어요.
위에 언급한 매일의 기록을 블로그에도 올리고, 정제해서 브런치에도 올리며 제 흔적들을 여기저기 곳곳에 뿌려뒀어요.
그랬더니 작게나마 일거리가 들어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회사원이 아닌 세계의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었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갈 수 있구나’ 하면서 제 인생의 지도가 더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지도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며 나에 대해 이해하기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