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이 지난 4일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우려하는 의견을 냈어요. 한미약품그룹은 2024년 1월부터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어요.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 사망 후 부인인 송영숙 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그룹 부회장이 동맹을 맺고, 장남인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동맹을 맺어 서로 싸우는 중이에요. 지금은 개인 간의 분쟁을 넘어 지주사(한미사이언스)와 핵심 계열사(한미약품) 사이의 갈등으로 확산되며 기업 경쟁력이 상당히 소모되고 있어요.
업계 최고 기업이 망가져 가요
의약품 자체개발은 막대한 연구비용과 임상시험을 필요로 하며 실패 확률도 높아요.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만큼 국내 제약업계에서 선도적인 기업이에요. 그런데 경영권 분쟁 때문에 불법 여부를 다퉈볼 여지가 있을 정도의 업무방해 행위가 한미약품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어요.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사업 활동과 업무 처리에 필수적인 IT시스템 운영을 맡고 있는데요, 지난 2개월간 해당 권한을 이용해 한미약품의 인사·홍보·회계·관제·전산 등 지원 부서의 업무를 마비시켰어요. 한미약품은 9월 홍보 예산을 아예 집행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해요.
싸움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두 연합은 현재 공격적 입장문을 주고받는 중이에요. 모녀의 지지를 받는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는 지난 4일 ‘오너 독재 경영의 폐해’를 지적하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어요. 바로 직전, 한미사이언스 측 형제들이 ‘한미약품의 독립적인 경영을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낸 것에 대한 반박이었어요. 경영권 분쟁이 깊어지는 사이 한미약품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고 있어요. 이 싸움에 실무 경영진인 계열사 대표들이 추가로 참전하고, 3주 앞으로 다가온 임시 주주총회도 교착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싸움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아요.
정인 한마디
💢 주식회사는 오너 일가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공동 소유라는 교과서적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든 기업은 임직원과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어요. 경제적 보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임직원의 노력과 사회가 제공하는 인프라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에 한미사이언스가 저지른 일은 분명 위법의 소지가 있을 만큼 무책임했어요. 한미약품의 임직원과 거래처들까지 피해를 봤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