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코스피 5000 가는 거야?

글, 이경연



요즘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거워요. 25년 7월 3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기업들이 자사주를 줄줄이 소각하겠다고 나서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정말로 해소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시장을 달궜죠. 하루에 5~10%씩 급등하는 종목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코스피 지수는 7월 11일 장중 3,200선을 터치했어요. ‘3,000선을 넘으면 조정이 올 것’이라던 시장의 우려를 시원하게 뚫었죠. (2025년 8월 1일 코스피 지수는 ‘2025 세제개편안’과 미국 관세 발효 등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급락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상승세를 찾았어요. 기대감은 다소 줄었어도, 증시 부양을 위한 큰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 뒤에 따라오는 질문은 ‘그럼, 진짜 코스피 5000도 가능하냐’는 거예요. 사실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에요. 가능성의 지표예요. 바뀌지 않을 것 같던 기업 지배구조에도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어요. 기업이 개인 투자자들을 파트너로서 존중하며 그 결과를 같이 나눌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보여요. 앞으로 코스피 5000에 다다를 수 있는지 여부는 상법 개정안 이후의 변화가 우리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있어요. 지금부터는 그 내용들을 살펴볼게요. 


상법 개정이 보낸 신호,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나
기업들이 앞다투어 약속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은 쉽게 말해, 한 판의 피자 크기는 그대로인데 조각 수를 줄이는 거예요. 예전에는 열 명이 나눠 먹던 피자를 이제 다섯 명이 나눠 먹게 된다면, 한 사람의 몫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겠죠? 주식도 마찬가지예요. 회사 전체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회사가 주식을 소각해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면 남아 있는 주식 한 주의 ‘지분’은 더 커지는 구조예요. 그래서 자사주 소각은 주주 입장에서 나의 지분 가치가 커지는 일이 돼요.

이번 상법 개정 이후, 이런 주주환원이 더 본격화할 거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요. 특히 2030 투자자에게 구조적으로 유리한 변화라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에겐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으니까요.


자사주 소각 증가는 사실 이번 상법 개정 이후에 갑자기 시작된 일은 아니에요. 2024년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이후, 일부 기업들은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진행해 왔어요. 다만, 그때는 일부 기업만의 선택이었어요.

하지만 이번 상법 개정 통과는 그 흐름에 제도적인 명분을 더했어요. 이제 시장은 생각합니다. “다음은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 기대감이 최근 주가에 반영됐어요.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는 하루에 5~10% 급등했고, 코스피도 3,200선을 터치하며 시장 전체가 움직였어요. 즉, 상법 개정이 기업의 행동을 직접 바꾼 건 아니지만, ‘이제 주주환원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다’라는 신호를 분명히 보내는 것에는 성공했어요.

배당과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의 방식이 달라진다
한국은 기업이 돈을 벌어도, 그 수익을 주주와 적극적으로 나누는 문화가 아직 부족한 편이에요. 대표적인 예가 낮은 배당성향이죠. 주주를 경영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지배구조가 그 이유 중 하나였죠. 그런데 이제, 상법이 말해줍니다. ‘회사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 메시지는 기업의 이익 배분 방식 자체를 뒤흔들어요. 예를 들어, 회사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익을 쌓아두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배당을 늘리거나, 회사 스스로 보유한 자사주를 시장에서 없애는 ‘자사주 소각’을 할 수 있는 거죠.

워렌 버핏이 코라콜라 같은 배당주를 수십 년간 보유하면서 그 배당금을 재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한 것처럼, 지금의 20대, 30대 투자자들은 배당 성장이 이뤄지는 시장을 만난 거예요. 다시 말해 ‘시간을 무기로’ 자산을 불릴 기회를 얻게 된 거죠.

구조는 바뀌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 신호일 뿐일까
기대감이 커지는 한편,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진짜로 구조가 바뀐 거 맞아?’
사실 구조는 숫자보다 훨씬 느리게 바뀌어요. 자사주 소각처럼 눈에 보이는 행동은 빠르게 일어나지만, 그 결정이 이루어지는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 경영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기업의 이사회는 오너 일가 중심이거나, 경영진과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사 수를 늘리고, 독립성을 강조하자는 논의도 있지만 그게 실제 회사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줄지는 또 다른 문제예요.

게다가 한국의 기업문화는 ‘회사가 벌어들인 현금(이익)은 배당보다 내부 유보, 경영은 경영진이, 주주는 뒷자리에서’라는 오래된 관성이 여전히 강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번 상법 개정이 기업을 당장 바꾸는 강제력 있는 조치는 아니에요. ‘이제 주주의 이익도 고려하라’는 문장이 법에 들어갔지만 그걸 어떻게 지키고, 어기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는 아직도 시장이 지켜봐야 하는 영역이에요. 


이번엔 정말 다를 수 있다
“한국 자본시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주주로서 나는 이제 존중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제도는 처음으로 대답하기 시작했고, 시장도 그 신호에 반응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지금이 완성된 미래가 아니라 변화의 초입이라는 점이에요.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기대가 커지고, 주주권을 강화하는 후속 제도도 논의되기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이 감지했다는 것, 그 자체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변화예요.

아직 코스피 5000은 오지 않았어요. 여전히 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똑똑한 주주가 먼저 움직일 최고의 타이밍인지도 모릅니다.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지속가능투자와 ESG를 담당하고 있는 애널리스트 이경연입니다. 첫 직장 기획재정부에서 정책 리서치를 하고, 한국 국채를 발행하는 부서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만나면서 시장을 보는 시야를 넓혔어요. 정책과 제도, 시장과 투자자의 시선을 모두 경험한 덕분에, 요즘엔 특히 기업지배구조와 제도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멀게만 느껴지는 제도 변화가 어떻게 내 주식 수익률로 이어지는지, 그 연결고리를 쉽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똑똑한 주주로 함께 성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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