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위한 전기는 없다

글, 서영민 



전력 없는 땅은 앙꼬 없는 찐빵이에요 

2025년 10월 15일,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대책과 함께 내놓은 지도예요. 빨간 지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이에요. ‘앞으로 엄청난 규제를 하겠다. 어지간하면 이 구역 안에서는 집 사지 마라. 의심받을 거래 하면 세무조사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하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빨간색 지역이 정부 공인 투자처다. 앞으로는 이 안에서만 사라. 규제 바로 바깥에 대출이 원활하고 상승 가능성 있는 지역에서 풍선효과를 노려라. 규제구역 안에서 규제받지 않는 틈새 상품, 역세권 재건축 빌라를 공략하라.’ 이런 식이죠.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빨간 영역의 바로 바깥, 용인시 처인구를 주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긴 ‘집값’으로 보면 그다지 돋보이지 않지만, ‘땅값’으로 보면 다르거든요. 2023년과 2024년 연속 전국 땅값 상승률 1위입니다. 그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어요.


대한민국 대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시에 거대한 산업단지를 짓습니다. 각 기업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죠. 거대 반도체 단지가 생기면 이곳도 개발될 것이고, 집값이 오를 거란 개발 기대감이 팽배할 만하죠? 시장은 땅값을 밀어 올립니다.


이렇게 시장은 호재를 귀신같이 찾아내 가격표를 붙여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거대한 도박판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혈관’은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바로 전기입니다. 땅이 있어도 피(전기)가 돌지 않으면 그 땅은 썩은 땅이 돼요. 지금 용인이 그렇습니다.


반도체 공장, 지은 뒤 돌릴 전기는 있나요

수도권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끌어오죠. 특히 용인에 들어설 예정인 삼성단지에는 끌어올 전기가 없어요. 엄살이 아니에요. 0입니다.


반도체 공장, 특히 첨단 공정의 반도체 공장은 어마어마한 전기를 쓰는데요. 정교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같은 장비를 돌리는 데는 전기가 많이 들어요. 삼성과 SK하이닉스 단지를 합하면 10~15기가와트 정도로 예상돼요.


이게 얼마만큼의 양인가 알고 싶으면 수도권 전체가 쓰는 전기의 양과 비교해보면 쉬워요. 여름이나 겨울철 최대 부하 시기 기준으로 40기가와트 전후예요. 생활 인구 2000만 명과 기존 산업시설이 다 같이 쓰는 최대치죠. 그런데 새 반도체 단지 둘이 10~15기가를 쓰는 거예요. 


현재 수도권 자체 생산 전력은 최대 27기가와트 정도예요. 여름 피크엔 40기가와트가 필요하니 이미 13기가와트 정도가 모자라서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빌려와요. 수도권에 발전소를 더 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애초에 땅이 없고, 기피시설이라서 주민 반대가 심하니까요. 문제는 또 있어요. 수도권 발전소는 대부분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 발전소예요. 기후 대응을 생각한다면 이런 발전소를 더 늘려서는 안 되죠.


문제는 생산만이 아니에요. 전기를 끌어오는 데 필요한 전력망도 부족하죠. 기존 전력망은 포화상태예요. 13기가와트가 한계고, 추가로 10~15기가와트를 더 끌어오려면 막대한 인프라가 더 필요해요. 현재 깔린 송전선과 송전탑 인프라 전체에 맞먹는 추가 설비가 있어야 합니다.


정부가 (안될 줄 알면서도) 345kV 고압 송전망 30개를 신설하는 이유예요. 모두 수도권을 향하죠. 종착지는 신용인, 동용인, 신기흥… 용인 반도체 단지를 위한 망 계획이에요.

정말 계획대로 가능할까요? 

345kV 고압 송전망 건설계획


삼성도 전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대안을 마련했어요. 반도체 단지 안에 원전 3기 용량의 가스 화력 발전소 6기를 설치하겠단 계획인데요. 그러면 일단 한두 라인(총 6라인 가운데)은 돌릴 수 있죠. 기후 대응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화석연료 발전소를 짓겠다는 거예요. 


종합해보면, 에너지 측면에서 용인 반도체 단지는 사실상 불가능해요. 

에너지는 모든 성장의 기반이에요 

대한민국의 역사가 성공의 역사라면, 그건 경제 성장의 역사이기 때문이에요. 이 기적의 역사는 에너지가 있기에 가능했어요. 한국뿐 아니라 어떤 문명이라도 에너지가 기반이에요. 헬렌 톰슨은 서서 질서없음 Disorder⟫(2025)에서 바츨라프 스밀을 인용해서 ‘현재까지 인간 역사에서 경제 발전은 더 많은 에너지 소비의 함수였다’고 단언했죠.


이를테면, 산업혁명은 유럽에서 석탄을 태워 얻은 탄소 에너지가 있었기에 일어났어요. 록펠러가 ‘스탠더드 오일’로 신대륙을 장악한 이후, 석유의 힘으로 경제 패권은 미국에 넘어갔고요. 사실 소련이 그런 미국과 대등하게 냉전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도 석유와 가스 덕분이었죠. 에너지의 힘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소련이 붕괴한 것은 유가 폭락과 그에 따른 미국 금융 위기 때문이었죠. 


국가는 이렇게 에너지에 힘입어 부흥하고,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 흔들립니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에너지 의존을 줄여가고 있고, 더 줄여가려는 시점이죠. 문제는 이 전환이 우리에겐 너무 어렵다는 거예요.


우리는 그동안 화석연료에 의존해 크게 성공했기에, 여기서 멀어지기 어려워요. 정부는 될만한 기업 몇 개를 몰아서 지역적으로, 산업적으로 불균형하게 지원했어요. 에너지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필요한 만큼 싸게 공급했고요. 이런 화석연료 시대 방정식에 익숙해서, 분산형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전력망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 서툴러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줘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 계획이 바로 그 상징이에요. 화석연료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데다, 분산형 재생 에너지원과 전력망에 대한 고민과 계획도 부족해요. 그 결과 에너지 전환에 적합한 전기를 늘리지 못해요.


국가대표 기업이지만, 삼성은 국내에서만큼은 에너지 전환이 소극적이에요. 당장 재생에너지가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서라는 답이 돌아옵니다만, 위상에 걸맞은 책임감이 보이지 않죠. 특히 새 용인 산단에 세워놓은 에너지 계획은 낙제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에너지 전환이 왜 중요한지 짚어보아야 해요. 다행히 용인 현장에서 공사는 시작하지 않았어요. 아직은 되돌릴 수 있습니다.

📌 필진 소개: 셋째 아이 육아를 위해 잠시 휴직 중인 KBS 기자 서영민입니다. 기재부, 금융위, 한국은행 등을 출입했고 산업부 팀장을 지내고, 최근까지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산업과 사람, 그 사이의 흐름을 기록했어요. 보고 듣고 읽어 알게 된 세상 풍경을 정리해 글로 전하는 일을 즐긴답니다.《거대한 충격 이후의 세계(2023)》와 《삼성전자 시그널(2025)》을 썼습니다. 다큐 ‘전환과 성장 : 수도권 에너지독식체제의 위기’로 제1회 기후·에너지·환경 보도상을 수상했어요. 성장의 한계, 불균형, 인구소멸, 기후위기 같은 지속 불가능성에 답을 찾고 싶습니다. 저는 그 길의 이름을 ‘지속가능성’이라 부르고 있어요.

💌<재생에너지 보고서>는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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