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빨간색 지역이 정부 공인 투자처다. 앞으로는 이 안에서만 사라. 규제 바로 바깥에 대출이 원활하고 상승 가능성 있는 지역에서 풍선효과를 노려라. 규제구역 안에서 규제받지 않는 틈새 상품, 역세권 재건축 빌라를 공략하라.’ 이런 식이죠.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빨간 영역의 바로 바깥, 용인시 처인구를 주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긴 ‘집값’으로 보면 그다지 돋보이지 않지만, ‘땅값’으로 보면 다르거든요. 2023년과 2024년 연속 전국 땅값 상승률 1위입니다. 그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어요.
대한민국 대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시에 거대한 산업단지를 짓습니다. 각 기업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죠. 거대 반도체 단지가 생기면 이곳도 개발될 것이고, 집값이 오를 거란 개발 기대감이 팽배할 만하죠? 시장은 땅값을 밀어 올립니다.
이렇게 시장은 호재를 귀신같이 찾아내 가격표를 붙여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거대한 도박판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혈관’은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바로 전기입니다. 땅이 있어도 피(전기)가 돌지 않으면 그 땅은 썩은 땅이 돼요. 지금 용인이 그렇습니다.
반도체 공장, 지은 뒤 돌릴 전기는 있나요
수도권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끌어오죠. 특히 용인에 들어설 예정인 삼성단지에는 끌어올 전기가 없어요. 엄살이 아니에요. 0입니다.
반도체 공장, 특히 첨단 공정의 반도체 공장은 어마어마한 전기를 쓰는데요. 정교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같은 장비를 돌리는 데는 전기가 많이 들어요. 삼성과 SK하이닉스 단지를 합하면 10~15기가와트 정도로 예상돼요.
이게 얼마만큼의 양인가 알고 싶으면 수도권 전체가 쓰는 전기의 양과 비교해보면 쉬워요. 여름이나 겨울철 최대 부하 시기 기준으로 40기가와트 전후예요. 생활 인구 2000만 명과 기존 산업시설이 다 같이 쓰는 최대치죠. 그런데 새 반도체 단지 둘이 10~15기가를 쓰는 거예요.
현재 수도권 자체 생산 전력은 최대 27기가와트 정도예요. 여름 피크엔 40기가와트가 필요하니 이미 13기가와트 정도가 모자라서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빌려와요. 수도권에 발전소를 더 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애초에 땅이 없고, 기피시설이라서 주민 반대가 심하니까요. 문제는 또 있어요. 수도권 발전소는 대부분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 발전소예요. 기후 대응을 생각한다면 이런 발전소를 더 늘려서는 안 되죠.
문제는 생산만이 아니에요. 전기를 끌어오는 데 필요한 전력망도 부족하죠. 기존 전력망은 포화상태예요. 13기가와트가 한계고, 추가로 10~15기가와트를 더 끌어오려면 막대한 인프라가 더 필요해요. 현재 깔린 송전선과 송전탑 인프라 전체에 맞먹는 추가 설비가 있어야 합니다.
정부가 (안될 줄 알면서도) 345kV 고압 송전망 30개를 신설하는 이유예요. 모두 수도권을 향하죠. 종착지는 신용인, 동용인, 신기흥… 용인 반도체 단지를 위한 망 계획이에요.
정말 계획대로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