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달신시장의 한 마늘가게에서 월평균 63억 원의 지류(종이)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발생했어요. 같은 시장에서 한 가족이 운영하는 다른 점포 두 곳에서도 월 매출 각각 73억 원, 55억 원이 나왔어요. 이는 전국 온누리상품권 매출 1~3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전국적으로 유명세가 있는 대전 성심당 본점의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지류, 모바일, 카드 상품권을 모두 합쳐 3억 원 상당에 불과해 충분히 의심할 만한 매출 숫자예요. 아니나 다를까 불법 ‘현금깡’ 거래를 중개한 브로커가 있다는 증언이 나왔어요. 그 외에도 불법 유통이 의심되는 점포가 수십 곳에 달해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점검에 들어가겠다며 관리 부실을 사과했어요.
상품권은 현금화가 쉬운 재화예요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으로, 전국 전통시장과 지역상점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요. 소비 활성화를 위해 5~1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이익이에요.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한 ‘불법 현금깡’은 이 할인율을 이용해 허위 거래로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수법이에요.
브로커는 90만 원을 들여 온누리상품권 100만 원어치를 구매해요.
브로커는 함께 ‘불법 현금깡’을 하기로 공모한 가게에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허위 구매를 100만 원어치 하고, 온누리상품권을 건네줘요.
가게는 그 온누리상품권 100만 원어치를 지정된 금융기관에서 현금 100만 원으로 돌려받아요. (금융기관은 그 비용을 정부 혹은 지자체 예산으로 보전받아요)
(이익을 나누기로 한 비율이 5대5인 경우) 가게는 브로커에게 현금 95만 원을 주고 5만 원을 가져요. 실제로 물건을 판 것이 없기 때문에 5만 원은 오롯이 이익이에요.
브로커 역시 처음에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한 90만 원을 제하고 5만 원의 이익을 챙기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200억 원어치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일어났다면, 할인율에 따라 브로커와 가게는 10억~20억의 부당 이익을 취하게 돼요.
상품권은 현금보다 저렴하게 사서 현금처럼 사용하도록 만든 ‘유사 현금’이에요. 그래서 ‘현금깡’ 자체는 회색지대에 있어, 불법이라고 못 박기 어려워요. 하지만 허위거래를 꾸며내는 것은 확실한 불법이에요. 온누리상품권은 세금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불법 유통으로 인한 신뢰 훼손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어요. 전통시장 상인들도 상품권 불법유통 때문에 전통시장이 침체될까봐 걱정하고 있어요.
정인 한마디
🖊️상품권은 할인 판매를 하는 대신 소비처를 지정해, 특정한 상품이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발행돼요. 그 과정에서 발행 주체의 돈이 어느 정도 새어나가게 되는 것이 상품권의 태생적인 한계예요. 그러므로 발행주체의 자금력이 충분해야만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위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불거진 ‘상테크’ 문제도 같은 배경을 지니고 있어요. 지역화폐나 각종 상품권의 오남용을 경계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지점을 지적하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