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인도가 아니다 최첨단 도시 ‘구르가온’

글, 이광수

📌 코너 소개: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미래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인도. 하지만 인도 경제의 실체는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죠. 매주 수요일, 인도 전문가 이광수 교수님이 연재하는 <인도 경제 이야기>에서 그 막막함을 해결해 드릴게요.


Photo by Alok Sharma on unsplash

뉴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하리아나(Haryana) 주에 위성도시 ‘구르가온(Gurgaon)’이 있습니다. 흔히들 ‘그곳은 인도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 구르가온이죠. 

구르가온은 인도 최고의 신산업 중심의 허브 도시예요. IT 계열은 물론, 비IT 계열 산업단지, 수천 개의 스타트업의 본거지이자, 포춘 500대 기업 중 250개 이상의 현지 사무소가 이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2016년, 하리아나 주 정부는 도시 이름을 ‘구르그람(Gurgram)’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인도 최고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스승(구루) ‘드로나짜리야(Dronacharya)’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쓰라며 이 지역을 받았다는 신화에서 비롯된 명칭이에요. 

‘델리를 탈출하라’

‘대탈출: 전혀 새로운 경험으로
빠져나가자.’ 

구르가온이 한창 성장할 무렵인 2000년대 초, 신축 중인 한 대규모 주택 단지 광고에 나타난 문구입니다. 복잡한 델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죠. 

우리나라와는 참 다른 표현입니다. 한국에서는 주택 단지를 홍보할 때, ‘시청 앞까지 20분’, ‘지하철역에서 5분’처럼 도심과의 연계성을 강조하곤 하니까요. 

바로 여기에 신도시 구르가온 건설의 이유가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본격화한 수도 델리의 폭발적 팽창과 과밀 지옥. 구르가온은 이 혼돈에서 벗어나고자 한 흐름에서 세워졌거든요. 

세계화 이후, 델리는 점점 더 커졌지만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델리는 개방과 세계화의 추세에 발맞추며 더 큰 대도시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지속되어 온 여러 형태의 도시 주거 문제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어요. 

도시가 커지는 속도만큼 델리의 슬럼화는 확산됐고, 도시는 더 복잡해져 갔습니다. 시 당국이 1957년부터 ‘델리개발공사(Delhi Development Authority)’를 설치해 주거 환경 개선을 개선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그러면서 일반적인 제3세계 대도시의 팽창과는 다른 흐름으로 인구 이동이 나타나게 됩니다. 보통은 빈곤층의 주거지가 교외로 확산되지만, 인도에서는 아웃소싱 인력, 중산층, 부유층이 혼돈의 델리를 벗어나기 시작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건설된 곳이 구르가온이에요. 특히 아웃소싱 인력들은 해외의 시간에 맞춰 24시간 업무를 봐야 했는데, 그러려면 전력이 안정적으로 수급되는 게 필수적이었습니다. 충분한 소비 공간도 필요했고요. 델리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죠.

델리 밖, ‘꿈의 도시’를 세우다

건설업자들은 기존의 델리와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자족형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구르가온 안에 조성된 여러 주거지의 명칭에 ‘town’, ‘city’ 등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예요. 

‘꿈의 도시’가 독자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내건 것으로는 생태 환경의 공간, 초현대 내지는 미래 지향적 공간, 엘리트만을 위한 공간 등이 있습니다. 

건설업자들은 특히 ‘생태 환경’에 공을 들였습니다. 충분한 공간, 가까이 있는 자연, 깨끗한 공기, 풍부한 녹지 공간, 건강한 환경 등은 델리에 사는 부유층들이 부러워하는 것들이었어요.  

자연 친화적 성격을 보완해 주는 초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성격도 특징입니다. 자연 친화적 성격과 도시의 현대성이 분리되지 않고, 어우러지는 모습으로 도시를 만들었죠.

구르가온에 외국 도시 명칭이 많은 이유

구르가온은 주택, 교육, 대기, 전력, 녹지, 시장, 보건, 교통 및 도로망 등의 모든 문제에 있어서 획기적인 도시 계획을 세웠습니다. 

철저하게 외국계 회사의 아웃소싱 업체 근무 인력, 전문 직종에 종사하면서 외국 문화를 동경하는 신흥 중산층 및 부유층, 인도 교포 혹은 그 가족 등이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어요. 

또 구르가온은 아웃소싱의 허브로 출발한 만큼, 건설될 때부터 미국이나 유럽의 호화 거주지가 모델이 되었습니다. 

Malibu, Riverdale, Manhattan, Beverly, Rosewood, Windsor, Richmond, Kingston, Hamilton, Sentosa 등 구르가온에 건설되는 많은 주거 지역의 이름들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에 있는 부유층 주거 지역의 이름을 딴 것도 이 점과 관련이 있어요. 

인도 첨단 도시의 미래, 구르가온

1990년대 이후, 인도에서 급속하게 진행된 세계화와 시장 개방, 그리고 IT를 비롯한 신산업의 발전이 가져온 대도시의 변화는 구르가온에서 잘 관찰할 수 있습니다. 

“몇 층이나 되는 고가도로, 지하도, 지하철 등, 구르가온의 인프라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구르가온에는 좋은 병원에 좋은 학교, 그리고 쇼핑몰, 극장, 레스토랑, 바, 술집 같은 유흥 시설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 매우 살기 좋은 곳이지요.” 
<사막서 기술 허브로, 인도의 실리콘 밸리 ‘구르가온’>, 이코노믹리뷰

인도에서는 교통 체증, 대기 오염, 몬순 시 홍수 등 전통적 도시 문제에 사이버 사기, 온라인 뱅킹 사기, 소셜 미디어 갈등, 데이터 도난 등 각종 첨단 범죄가 섞여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구르가온입니다. 아직 완성된 도시는 아니지만, 인도 첨단 도시의 미래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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