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와 ETN은 내 돈을 굴리는 방식이 달라요

the 독자: 증권사 앱에서 원유 ETF에 투자하려고 검색했더니 원유 ETN이라는 오타가 왕창 나오지 뭐예요?

어피티: 오타 아니에요. ETN은 ETF와 다른 상품이랍니다. 🤗

the 독자: 실제로 투자할 때 살펴볼 점도 다른가요?

어피티: 네. 둘 다 주식처럼 거래하지만, 내가 갖는 권리와 수익이 생기는 구조가 달라요.


ETF는 자산을 담은 바구니,

ETN은 지급 약속을 담은 증서예요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는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한 상품이에요. ‘TIGER 200’을 볼까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코스피200 지수를 구성하는 주식들을 담아, 펀드의 수익률이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운용해요. ETF 한 주를 사면 그 펀드의 일부를 보유하게 돼요. 여러 기업의 주식을 하나하나 사지 않아도 함께 투자하는 효과가 나는 거죠.

ETN(Exchange Traded Note, 상장지수증권)은 증권사가 ‘만기에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증서예요. 투자자는 증권사에서 그 금액을 받을 권리를 갖게 돼요. 여기서 미리 정해 둔 것은 수익의 크기가 아니라 계산 방법이에요. 지수의 움직임과 상품의 비용에 따라 받을 금액이 늘거나 줄어들 수 있어요.


두 상품 모두 증권사 앱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요. 앱에서 매수할 때 내 돈은 그 상품을 파는 쪽에 지급돼요. 내가 넘겨받는 것이 ETF 펀드의 일부인지, ETN을 발행한 증권사에서 약속한 금액을 받을 권리인지가 다른 거죠. ETN도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팔 수 있어요. 여러 종목에 한꺼번에 투자하거나, 원유 선물처럼 직접 거래하기 번거로운 투자대상에 접근할 때 활용한다는 점도 비슷해요.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는 건 어떤 변화였을까요? 일반적인 펀드는 돈을 넣거나 빼겠다고 신청한 뒤 정해지는 가격을 적용받지만, ETF는 장중에 가격을 확인하며 사고팔 수 있어요. 2002년 국내에 ETF가 처음 등장하면서, 펀드도 주식시장에서 사고파는 길이 열린 거예요.


두 상품 모두 투자대상의 가격 변화와 상품 구조에 따라 손실이 날 수 있고, 투자 비용도 들어요.


돈을 돌려받는 데도

서로 다른 위험이 있어요
ETF에 담긴 자산은 자산운용사의 재산과 분리해 은행 같은 신탁업자가 보관해요. 운용사가 파산해도 그 회사의 빚을 갚는 데 펀드 자산을 쓰지 못하도록 따로 관리하는 거예요. 다만 바구니에 담긴 주식이나 채권의 가치가 떨어지면 그 손실은 투자자에게 돌아와요.


ETN은 돈을 지급하기로 한 증권사가 책임을 져요. 증권사가 지급에 대비해 자산을 운용하더라도, 그 자산이 ETF처럼 투자자 몫으로 따로 보관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돈을 갚지 못하면, 지수가 올라도 투자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요. 이를 ‘발행사의 신용위험’이라고 해요.


지수를 따라가는 방법이
수익의 계산을 바꿔요

그렇다면 지수를 따라가려는 두 상품을 왜 다른 구조로 만들었을까요? TIGER 200 같은 주가지수 ETF는 자산을 실제로 운용해 지수를 따라가요. 지수에 포함된 종목이 바뀌면 펀드도 주식을 바꿔 담아야 하고, 그 과정의 거래 비용도 펀드에 반영돼요. 그래서 펀드의 성과가 지수와 조금 달라질 수 있죠.


ETN은 증권사의 실제 운용 성과와 별개로, 약속한 지수와 계산식에 따라 지급할 금액을 정해요. 예를 들어 ‘미래에셋 코스피200 선물 ETN B’는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한 상품으로, 코스피200 선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지수에 따라 손익이 계산돼요. 만기에 받을 금액은 미래에셋증권이 투자금을 굴려 실제로 얼마를 벌었는지가 아니라,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변화와 미리 정한 계산식에 따라 정해져요. 투자자는 이런 계산 방식을 이용하는 대신, 증권사가 지급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는 거죠.


지수에 따른 지급 조건을 설계하는 ETN은 원자재나 여러 투자전략을 담은 지수를 비교적 유연하게 상품으로 만들 수 있어요. 원유 선물처럼 ETF와 ETN이 모두 있는 투자대상도 있고요. 다만 두 상품 모두 시장에서 사고팔 때의 가격은 계산상 가치와 다를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지수의 움직임과 내 계좌의 수익률이 달라지는 일도 생기죠.


원유가 올라도
내 계좌는 손해일 수 있어요

2020년 봄,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이만큼 떨어졌으니 다시 오르지 않을까?’ 하고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원유 관련 상품에 몰렸어요. 특히 원유 선물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따라가는 ETN에 관심이 쏠렸죠. 그런데 사려는 사람은 빠르게 늘었는데, 증권사가 시장에 내놓는 ETN 물량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어요. 그러자 거래가격이 지수에 따라 계산한 가치보다 훨씬 비싸졌어요.


물량을 더 공급하면 될 것 같지만, ETN은 증권사가 추가로 발행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어요. 당시에는 증권신고서를 낸 뒤 효력이 생기기까지 기다리는 기간이 있어, 수요가 몰린다고 곧바로 물량을 늘리기 어려웠죠. 살 사람은 많은데 팔 물량이 부족한 사이, 상품에 붙은 웃돈은 더 커졌어요.


이렇게 비싸진 상품을 사면 원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손실을 볼 수 있어요. 매매 비용은 없다고 가정하고,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지수로 계산한 상품값은 1만 원인데, 사려는 사람이 몰려 실제 거래가격은 2만 원까지 올랐어요. 나는 이 상품을 2만 원에 샀고요. 이후 지수가 올라 지수로 계산한 상품값이 1만2000원이 됐다고 해볼게요. 그런데 인기가 식으면서 실제 거래가격도 1만2000원으로 내려왔어요. 이때 팔면 2만 원을 주고 산 상품을 1만2000원에 파는 셈이니, 내 손실은 8,000원이에요. 지수로 계산한 상품값은 20% 올랐는데, 나는 처음에 너무 비싸게 사서 투자금의 40%를 잃은 거죠.


이렇게 상품의 계산상 가치와 실제 거래가격이 벌어진 정도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 ‘괴리율’이에요. ETF에도 이 차이가 생길 수 있어요. 지수가 오를 거라는 예상이 맞아도, 처음에 상품을 너무 비싸게 샀다면 손해를 볼 수 있는 거예요.


이 둘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 ETP예요 

ETF와 ETN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 ETP(Exchange Traded Products, 상장지수상품)예요. 자산의 움직임에 투자하는 상품을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판다는 공통점을 묶은 이름이죠.


다시 원유를 검색하던 화면으로 돌아가 볼게요. ETF를 샀다면 펀드가 보유한 자산의 운용 결과에 투자한 것이고, ETN을 샀다면 정해진 지수에 따라 계산한 돈을 지급받을 권리에 투자한 거예요. 그래서 ETF에서는 자산을 운용하며 지수를 따라가는 과정이, ETN에서는 증권사가 지급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어느 쪽이든 상품 가치보다 너무 비싸게 사면 원유가 오른다는 예상이 맞아도 손실을 볼 수 있고요. 검색창에서는 알파벳 하나 차이였지만, 내 계좌 뒤에서는 이렇게 서로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 <경제상식>은 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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