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홍포 망산에서 ‘야~호!’ 반현지인이 알려주는 진짜 거제의 반전 매력

📌필진 소개: 번아웃 이후, 거제 두 달 살이를 하며 제2의 고향을 찾은 ‘봉거’입니다. 

모니터를 빼곡히 채운 숫자와 데이터에 파묻혀 살던 시절이 있었어요. 디지털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 일을 하며 밤낮없이 무리하게 일하다 공황장애를 겪었습니다. 결국 번아웃 끝에 퇴사를 결심했어요. 삶에 환기가 절실했던 그때, 퇴사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하던 동료가 링크 하나를 건네줬어요.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프로그램이었는데, 지금의 저에게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요.

바로, 거제도의 청년 로컬 크리에이터 팀 ‘아웃도어아일랜드’에서 운영하는 두 달 살이 프로그램이었어요. 당시엔 낯설게만 느껴지던 섬, 거제라는 이름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갔습니다. 솔직히 거제도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조선소와 거대한 공장들만 가득한 삭막한 공업 도시’일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두 달간 제가 만난 거제는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거대한 조선소 옆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조금만 산에 올라도 크고 작은 섬들이 발아래 쏟아지는 곳. 서핑과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해변에, 조선소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카페까지 있죠.

처음 거제에 머물렀던 장승포, 운전하다 마주치는 멋진 노을 ©봉거

“거제 야호~!” 이 멘트를 모르는 분은 아마 없으실 거예요.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미나미가 갸루 스타일로 외친 일본식 인사인데요. 그런데 제가 아는 거제에는 정말 산에 올라 한국식 ‘야호!’를 외치고 싶어지는 풍경도 있어요.

처음엔 조선소밖에 없는 줄 알았던 제가 거제에 내려간 지 일주일 만에 중고차를 사고, 두 달 살이를 두 번이나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해요. 대체 이 섬에 무슨 매력이 있길래 그랬을까요? 지금부터 거제를 두 번째 고향으로 삼은 반현지인의 거제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 거제에 반해 일주일 만에 중고차를 샀어요
거제에 도착하고 가장 놀랐던 건 섬의 크기였어요. 지도에서는 아담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제주도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더라고요. 산과 해안선을 따라 굽이진 길도 많아 가까워 보이는 동네를 오가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어요.


  • 수도권 기준 최적 동선 (부산 연계): KTX를 타고 부산역에 내리거나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역·공항 근처에서 렌터카나 카셰어링(쏘카, 그린카 등)을 빌려 거가대교를 타고 넘어오는 코스를 추천해요. 바다 위를 시원하게 가르는 거가대교 드라이브의 설렘도 덤으로 챙길 수 있답니다.
  • 거제 현지 렌트 (고현 중심): 버스를 타고 바로 거제로 오신다면 ‘고현’을 기억해 주세요. 제주도로 치면 제주공항 같은 거제의 교통 중심지라, 고현버스터미널 주변에 렌터카 업체들이 잘 모여 있어 차를 픽업하기 가장 편합니다.
  •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거제 관광택시): 거제시 관광택시도 잘 운영되고 있어요. 기사님의 로컬 가이드와 함께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으니 검색해 보시는 걸 추천해요!


저는 거제에 머무는 두 달 동안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었는데 택시비가 만만치 않았어요. 장기 렌트 비용을 알아보다 결국 중고차를 사기로 했죠. 필요한 만큼 타고 다시 팔더라도 그편이 경제적이겠더라고요. 그렇게 거제에 내려온 지 딱 일주일 만에 차 한 대를 덜컥 장만했습니다.

해안도로에서 본 풍경 ©봉거


그 차로 가장 자주 찾았던 곳은 처음 머물렀던 동네의 장승포 해안도로였어요. 마을 뒤편 언덕으로 올라가면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길이 이어져요. 아침이면 동네 주민들이 산책하거나 러닝을 즐기는 곳이죠. 저도 일찍 일어나 붉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바다 멍’을 때리곤 했어요.


길을 따라 벚나무가 늘어서 있어 봄이면 벚꽃 명소로 변신한다고 해요. 아직 봄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흩날리는 벚꽃 사이로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지 않나요?


나중에 알고 보니 장승포에는 아름다운 바다만큼이나 깊은 역사도 있었어요. 한국전쟁 당시 흥남에서 피란민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1950년 크리스마스에 도착한 곳이 바로 장승포항이거든요. 올해 6월에는 당시의 이야기를 담은 흥남철수기념관도 문을 열었어요.


🌊 리센느 리더, 원이의 고향 옥포
거제에 푹 빠진 저는 이후 한 번 더 두 달 살이를 했어요. 두 번째로 머문 곳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자리한 조선소 마을, 옥포였죠.


옥포는 꽤 독특한 동네예요. 골목을 걷다 보면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엔지니어들을 자주 마주쳐요.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한국의 회식 문화가 어우러져 묘한 활기가 느껴지죠. 그래서 ‘옥태원(옥포+이태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해요.


옥포의 역사는 조선소보다 훨씬 오래됐어요. 1592년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첫 해전 승리를 거둔 곳이 바로 옥포 앞바다예요. 지금은 그 역사를 기리는 옥포대첩기념공원도 있죠.


제가 특히 좋아했던 곳은 옥포중앙공원이에요. 바닷바람을 쐬고 싶을 때마다 올라가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거대한 선박과 크레인 너머로 잔잔한 바다가 펼쳐져요. 처음에는 조선소 때문에 거제를 삭막한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조선소가 있는 풍경까지 좋아하게 됐더라고요.

누크 로스터리 앤 베이커리 & 젬스톤 거제점, 출처: 업체 제공

거제에는 조선소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어요. ‘누크 로스터리 앤 베이커리’(경남 거제시 옥포로2길 43 대가삼계탕 2층)에서는 통유리창 너머로 옥포만과 선박들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사등면의 ‘젬스톤 거제점’(경남 거제시 사등면 신계해안길 90 젬스톤 거제점)은 문을 닫은 조선소를 개조해 만든 대형 베이커리 카페예요. 높은 층고와 거대한 철골 구조물을 살려 조선소의 흔적이 공간 곳곳에 남아 있죠.


그런데 요즘 옥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또 있어요. 바로 걸그룹 리센느의 원이 님이에요.


옥포 출신인 원이 님이 유튜브에서 거제 사투리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잖아요. 그 인연으로 리센느는 올해 5월 거제시 홍보대사까지 맡게 됐죠. 덕분에 조선소 도시로만 알려졌던 거제가 새로운 모습으로 주목받는 것 같아 반현지인으로서 괜히 뿌듯하더라고요.


⛰️ 이번에는 진짜 한국식으로 ‘거제 야호~!’
거제의 또 다른 매력은 산이에요. “섬 여행을 왔는데 웬 등산?” 싶겠지만, 거제에서는 산에 올라야 비로소 보이는 바다가 있어요.


제가 추천하는 곳은 남부면의 홍포 망산이에요. 과거 바다로 들어오는 왜구를 망(望)보던 산이라 붙은 이름이라고 해요.

홍포 망산 ©봉거


홍포마을에서 출발하면 약 40~50분 올라 정상에 닿는 코스가 있어요. 발아래로 크고 작은 섬들이 겹겹이 펼쳐지는데, 탁 트인 동해와는 전혀 다른 다도해의 풍경이죠. 특히 해 질 무렵이면 바다와 섬들이 붉게 물들어요. 다만 산길은 금세 어두워지니 하산 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해요.


그 풍경을 마주하면 이번에는 일본식 인사가 아니라, 우리가 산에 올라 외치던 ‘야호!’가 절로 생각날 거예요. “거제 야호~!” 마음속으로 크게 외쳐봐도 좋겠죠.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를 타고 노자산 상부 전망대에 올라보는 방법도 있어요.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아도 한려수도의 섬들을 내려다볼 수 있어요.


🍲 거제에서 꼭 먹어야 하는 맛있는 한 끼

충남식당 & 홍촌닭 ©봉거


고현시장 ‘충남식당’은 시장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국밥집이에요. 맑고 깔끔한 국물에 건더기가 푸짐해서 거제에 갈 때마다 생각나는 곳이죠.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야 할 때도 있어요.


망산에서 내려오는 날에는 홍포의 ‘홍포촌닭’을 추천해요. 식당 창밖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곳인데, 그 풍경을 바라보며 백숙이나 닭볶음탕을 먹으면 산행 뒤의 허기가 든든하게 채워져요.


거제는 조선소뿐 아니라 바다에서 먹고살아 온 사람들의 음식문화도 간직한 곳이에요. 겨울이면 외포항에 대구잡이 배가 들어오고, 찬 바람이 불 때 먹는 대구탕 한 그릇이 별미로 꼽히죠.


처음에는 잠깐 쉬어갈 생각으로 거제를 찾았지만, 두 달 살이를 한 번 더 하러 갔었고, 정착하고 싶어 집까지 알아본 적도 있어요. 아쉽게 이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해마다 거제를 찾습니다.


얼마나 거제 자랑을 하고 다녔는지, 최근 거제에 큰비가 내렸을 때는 지인들이 저에게 먼저 “거제는 괜찮냐”며 안부를 물어올 정도였어요. 이쯤 되면 비공식 거제 홍보대사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공장으로만 가득한 섬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살아보니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와 서로 다른 풍경이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도시에서 잊고 지냈던, 잠시 멈춰 쉬어가는 즐거움도 알게 됐고요.


저처럼 조선소 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거제를 여행지로 떠올리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이 섬의 매력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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