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에 투자할 때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글, 나수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우리에게 투자의 장벽을 낮춰준 편리한 금융상품이에요. 하지만 모든 금융상품이 그렇듯이 주의해야 할 점도 있어요. 편리한 ETF의 특성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고, 고유한 특징 때문에 따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있죠. 오늘은 투자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레버리지 ETF’의 특징과 ‘ETF의 상장폐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레버리지 ETF는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아요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ETF 유형 중 하나는 레버리지 ETF예요. 국내에 상장한 ETF 가운데 거래가 제일 활발한 상품 역시 코스피200 지수를 기반으로 한 레버리지 ETF죠.

레버리지 ETF는 투자 수익률을 부풀리는 ‘지렛대’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라면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 1% 오를 때 이 ETF는 2% 올라요. 물론 떨어질 때도 두 배. 변동성을 위아래로 두 배씩 부풀려서 ‘매운맛’을 더한 상품이죠. 한국에는 수익률을 두 배로 부풀리는 ETF만 존재하지만, 미국 등 해외 증시에는 하루 수익률의 3배, 4배까지 부풀리는 ETF도 있어요.

하지만 레버리지 ETF는 ‘양날의 검’과 같아요. 잘 쓰면 투자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잘못 쓰면 그만큼 손실이 커집니다. 게다가 길게 투자할수록 손실 위험이 적어지는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 달리, 레버리지 ETF는 장기투자에 불리한 상품이에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장기 성과가 아니라 ‘하루’ 단위 수익률을 부풀려요
레버리지 ETF는 지수의 장기 수익률을 2배로 만들어주는 상품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S&P500 지수가 한 달에 10% 올랐다고 해서, S&P500 레버리지 ETF가 20% 오르는 게 아니랍니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단위’로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구조예요. 이런 이유로 시장이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횡보할 때는 지수는 본전이라도, 레버리지 ETF 수익률은 녹아내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기초지수가 1,000원, 이 지수를 따라가는 레버리지 ETF 가격도 1,000원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지수가 1,000원일 때 하루 10% 오르면 지렛대는 20% 올라야 하니 1,200원이 됐죠. 그런데 지수가 다음날 다시 10%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수는 990원이 되고 레버리지 ETF는 20%가 떨어져서 960원이 돼요.

결국 지수는 이틀 동안 1% 떨어졌는데 레버리지 ETF는 4%나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죠. 횡보장에서 레버리지 ETF는 참 무섭습니다. 1억 원이 있는데 하루에 50%씩 오르고 내리는 걸 10번만 반복하면 투자 원금은 2400만 원으로 녹아버려요.

단기에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때는 레버리지의 효과가 극대화돼요. 하지만 오래 투자할수록 주가가 횡보하는 기간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길게 투자할수록 레버리지 ETF는 예상보다 낮은 성과를 낼 수 있어요.

투자 비용이 비싸요
레버리지 ETF는 투자할 때 드는 비용도 일반 주식형 ETF에 비해 높아요. 운용사가 ETF를 굴리면서 해야 할 일들이 꽤 많거든요. 투자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선물에 투자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해요. 고수익을 노리고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거래 빈도가 높은 편인데요. 그만큼 1% 내외의 수수료보다는 수익률을 중시한다는 걸 짐작해 볼 수 있어요. 증권사들도 레버리지ETF의 수수료를 낮추기보다는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요.

예를 들어 같은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도 일반 상품은 총보수가 연 0.15%인데 비해 레버리지 ETF는 연 0.64%예요. 네 배 넘게 차이가 나는 거죠. 수수료가 높으면 장기로 투자할수록 비용이 수익률을 갉아먹어요.

정리하면, 레버리지 ETF는 시장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단기 상승장에선 매력적이지만,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죠.

ETF도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 중의 하나가 ‘상장폐지’죠. 투자하는 기업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ETF도 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되기 때문에 상장페지가 될 수 있어요.

주식은 대체로 회사가 부도를 내거나 재무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했을 때 상장폐지돼요. ETF의 경우 규모가 너무 작아졌을 때 상장폐지되고요. ETF의 순자산총액이 50억 원 미만으로 한 달 이상 유지되거나, 거래량이 거의 없는 경우가 해당해요. 즉, ETF가 담고 있는 주식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ETF 자체의 규모와 거래가 활발한지가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기준인 것이죠.

주식이 상장폐지가 되면 주식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게 되어 정리 매매 이후에는 현금화할 기회가 사라지는데요. ETF는 상장폐지되더라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상장폐지 전까지 정상적으로 사고팔 수 있고, 만약 상장폐지 사실을 알지 못해서 계속 들고 있더라도 자산운용사가 ETF가 상장폐지되는 시점의 순자산 가치에서 각종 비용을 뺀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줘요.

다만 내가 원치 않는 시점에 투자가 강제로 끝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불리한 건 주식이나 ETF나 매한가지입니다. ETF가 상장폐지될 당시 내가 손실 상태라면 나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손실을 확정해야 해요. 그래서 ETF를 고를 때는 처음부터 거래량이 충분하고, 규모가 큰 상품을 선택하는 게 안전해요.

ETF는 매력적인 투자수단이에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도구가 가지고 있더라도 주의 사항을 잘 알고 있어야 하죠. 오늘 말씀드린 두 가지만 기억하셔도 큰 실수는 피해 갈 수 있습니다.

📌 필진 소개: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나수지입니다. 주식시장을 분석하고 재테크 트렌드를 살펴서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제 콘텐츠를 접하는 모든 분의 시간은 아껴드리고, 돈은 불려 드리는 게 목표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재테크를 손쉽게 도와주는 도구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자세히 뜯어볼게요. 하나하나 읽다 보면 ETF가 어떤 상품인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감을 잡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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