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는 주식처럼 거래되지만, 주식만 담고 있지 않아요. ETF를 통해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실시간으로 투자할 수 있답니다.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선물이나 옵션을 활용한 다양한 투자전략도 ETF를 통해 실행할 수 있지요. 오늘은 ETF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ETF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볼게요.
ETF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따르는 것으로부터 시작됐어요
금융상품의 역사에서 ETF가 등장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1990년 3월,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에서 캐나다 대형주 35개를 담은 ‘TIPs 35’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게 ETF의 시작이에요. 3년 뒤인 1993년 미국에서 S&P500지수를 따라가는 ‘SPDR S&P 400 ETF’가 상장하면서 ETF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했어요. 티커명인 SPY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상품이기도 하죠. 출시 이후 내내 세계 최대 ETF로 자리를 지키면서 전 세계 증시에 ETF를 알린 상품입니다. 2025년 2월 수수료가 더 저렴한 뱅가드의 VOO에 1위를 내줬지만요.
ETF가 등장한 배경에는 ‘패시브 투자’ 철학이 있어요. 패시브(Passive) 투자는 영어단어 뜻 그대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투자 방식을 말해요. 패시브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적극적(Active)으로 오를 것 같은 종목을 골라내지 않아요. 자본시장이 장기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시장 전체’에 투자하죠. 시장 평균 수익률을 따라가는 것이 투자하는 데 쓰는 노력을 줄여줄 뿐 아니라,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짚 더미에서 바늘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짚 더미를 다 사라’는 존 보글 뱅가드 창업자의 말은 패시브 투자의 철학을 잘 드러내는 말이에요. 거대한 짚 더미에서 바늘을 찾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그렇게 찾은 바늘이 알고 보니 그저 뾰족한 지푸라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시간 들여서 불확실한 바늘(좋은 주식)을 찾기보다는, 짚 더미(주식시장) 전체를 사는 게 낫다는 논리에요. 그러면 그 안에 든 바늘을 확실히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초기 ETF 시장이 S&P500, 나스닥100 지수 등 시장 전체를 사는 상품을 중심으로 발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ETF로 채권, 원자재, 부동산도 투자할 수 있어요
주식시장 전체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ETF를 통해 다른 자산군을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주식시장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동안 거래가 어려워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산군들이 ETF라는 옷을 입고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채권과 원자재, 부동산 등이 대표적이에요. 채권이나 원자재 시장은 지금도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거래하기가 어려워요.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하는 탓에 시장이 폐쇄적이거나, 거래단위가 크고, 선물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등 문턱이 높죠. ETF에서 투자하면 그런 문턱이 낮아져요. 각 나라 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물론이고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그중에서도 신용등급이 낮지만 높은 금리를 주는 하이일드 채권 등 다양한 종류의 채권을 ETF를 활용하면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또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어요.
원자재도 그렇죠. 대표적으로 금이 있어요. ETF가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금 투자를 하면 무척 번거로웠어요. 금은방에서 금붙이를 사서 집에 보관하거나, 은행에서 신탁을 활용해 금에 투자할 수 있었어요. 집에 금을 보관하면 분실의 위험이 컸고, 은행을 활용하더라도 높은 수수료를 내야 했어요. 그러나, 미국에서 처음 상장한 금 ETF인 GLD가 등장하면서 이런 불편함이 사라졌죠. 2004년 이후 금 가격이 꾸준히 상승한 배경 중의 하나로 GLD ETF의 등장이 꼽히기도 해요. 지금은 금, 은 등 귀금속뿐 아니라 구리, 니켈 등 산업금속,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옥수수나 콩 등 농산물에 투자하는 다양한 원자재 ETF가 거래되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리츠 ETF’라는 형태로 거래할 수 있어요. 부동산을 담은 펀드인 ‘리츠’를 ETF 형태로 상장한 거예요. 운용사가 돈을 모아 오피스, 쇼핑몰, 물류센터 등 큰돈을 들여야 하는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서 나온 수익을 펀드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구조예요.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와 부동산을 팔 때 매매차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거죠. 리츠 ETF를 이용한다면 거래하기 어렵고 비싼 부동산을 실시간으로,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채권, 원자재, 부동산 모두 ETF 등장 전까지는 개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산이에요. 이제는 투자 아이디어만 있다면 이런 자산들을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예요.
시장 수익률을 이기는 것이 목표인 액티브 ETF
ETF는 패시브 철학을 기반으로 시작됐지만, 시장이 발전하면서 운용사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골라내는 방식인 액티브 ETF도 등장하게 돼요. 액티브 투자의 목표는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이기는 거예요.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고르고 비중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기존 액티브 펀드의 방식을 따라요.
액티브 ETF의 운용 보수는 일반 ETF보다 비싼 편이에요. 펀드매니저가 공을 들여 종목을 발굴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건비가 많이 들겠죠. 대신에 시장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요. 물론 펀드매니저 역량에 따라 시장보다 낮은 수익률을 낼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