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의 공급이 끊겼을 때 미치는 영향을 투자자들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그 영향의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생각은 ‘광물값이 오르면 제품 원가가 오른다’입니다. 진짜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광물을 구할 수 있느냐, 그래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느냐 하는 더 근본적인 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희토류 자석은 몇만 원어치지만, 그게 없으면 3000만 원짜리 차가 공장 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중희토류 통제로 유럽과 인도의 자동차 라인이 멈춰 섰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로서 봐야 하는 것도 리튬 시세보다 ‘이 회사는 몇 개월 치 재고와 몇 개의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나’여야 해요. 광물 공급이 끊겼을 때 파장은 소재에서 부품, 완성품, 물가로 번져요. 전력망 부품이 늦어지면 데이터센터 준공이 밀려 AI 기업 실적까지 닿습니다.
중국은 어떻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핵심축이 됐나요? 단순히 광산을 많이 보유해서인지, 아니면 경쟁력이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빠르게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인가요?
‘중국 땅에 광물이 많아서’라는 답변은 반만 맞는 말입니다. 희토류 채굴 점유율은 약 60%지만 분리·정제는 90%, 자석은 그 이상이에요. 답은 광산이 아니라 광산 다음 단계에 있어요.
성질이 지독하게 닮은 17개 희토류 원소를 산업 규모로 하나하나 떼어낸 기술, 100단이 넘는 공정을 운전하며 수십 년간 축적한 인력과 노하우, 그리고 쿼터와 수출 허가로 산업 전체를 하나의 밸브처럼 관리하는 제도, 이 세 가지가 중국이 핵심광물의 절대적 패권자로 떠오르게 된 배경입니다. 여기에 중국은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 부담까지 감수했습니다.
다른 나라가 중국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는 돈이 아니라 시간과 사람입니다. 신규 광산은 생산까지 평균 15년이 걸리고, 그 사이 중국이 가격을 낮추면 신규 사업은 완공 전에 무너져요. 힘은 광산을 가진 자가 아니라 병목을 쥔 자에게 있습니다.
작년 미·중 협상 과정에서 희토류 수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등장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1기부터 핵심광물 공급망 문제를 안보 문제로 보고 대응하고 있고요. 미국의 전략이 어떻게 달라져 왔다고 평가하시나요?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의미 있게 낮춰왔는지도 궁금합니다.
트럼프 1기가 문제를 발견한 시기, 바이든 정부가 세제 혜택으로 수요를 밀던 시기였다면, 지금은 국가가 직접 주주이자 구매자로 들어온 시기입니다. 지난해 미 국방부는 MP머티리얼스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자석 물량을 10년간 전량 사주고, 자석용 희토류 가격이 kg당 11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습니다. 자유시장의 본산이 국가가 가격을 떠받치는 방식으로 움직인 겁니다.
성과는 절반입니다. 경희토류 정제는 진전이 있지만 진짜 급소인 중희토류(디스프로슘·터븀)와 자석 제조는 여전히 중국 몫이고, 미국의 두 번째 자석 공장은 2028년 시운전 시작이 목표입니다. 9월 정상회담에서도 희토류가 희토류가 다시 주요 협상 쟁점으로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에 여전히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증거입니다.
최근 미국은 8월 폴리실리콘과 관련 제품에 최저수입가격과 추가 관세를 도입하고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핵심광물 개발을 위해 30억 달러(약 4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고요. 이런 정책이 우리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난 8월 6일 백악관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폴리실리콘과 관련 제품에 최저수입가격제(MIP)를 도입하고, 파생상품에는 추가 관세를 적용하는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12월 4일 발효 예정이고, 품목별 최저가격은 폴리실리콘 kg당 21달러, 잉곳·웨이퍼 kg당 100달러, 태양광 셀 W당 0.22달러, 모듈 W당 0.38달러입니다.
관세와 최저수입가격제는 성격이 다릅니다. 관세는 손해를 감수하면 뚫을 수 있지만, 최저수입가격은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고할 경우 기준 가격과의 차액만큼 추가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가격 하한선을 만드는 제도, 즉 가격 경쟁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입니다. 다만, 완성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는 대상에서 빠졌고, 완성 반도체는 대상에서 빠져 있어 우리나라 반도체 완제품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건 ‘신호’입니다. 이번 포고령은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관세 면제를 열어뒀습니다. 수출해서 파는 시대에서 현지에 가서 만드는 시대로 넘어간다는 뜻이죠. 30억 달러 패키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제2의 공급원이 생길 수 있지만, 그 물량은 미국이 먼저 가져갑니다.
우리나라는 자원 매장량이 많지 않지만, 반도체·배터리처럼 핵심광물을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 비중은 높습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정책에 산업 전반이 흔들리는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차지할 수 있는 역할과 기회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를 자원이 없는 나라로만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정확히는 자원 사슬의 중·하류 구간에 강점을 가진 나라입니다. 중국이 정제라는 상류 병목을 쥐었다면, 한국과 일본은 양극재·전해동박·고순도 소재 같은 중류 병목을 쥐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제값을 매기지 못한 ‘협상 자산’입니다.
그래서 광산 지분을 사는 것보다 국내 정제·소재화 능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지분을 사도 제련을 중국에서 하면 의존은 그대로니까요. 소유한다고 안보가 보장되는 게 아닙니다.
또 하나는 재자원화입니다. 광석은 안 나와도 폐배터리는 쏟아지는 나라이니, 그게 우리 안의 광산이에요. 정부는 33종의 핵심광물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어떻게 관리할지보다 품목별로 해당 광물 공급 없이 며칠을 버틸 수 있는지 시나리오를 계산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AI와 핵심광물은 모두 미·중 패권 경쟁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전략산업이 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전략산업이라도 투자할 때 살펴야 할 기준도 다를 것 같은데요. 개인 투자자가 핵심광물이나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면, 특히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또 핵심광물 관련 뉴스를 볼 때 무엇을 주의 깊게 봐야 할까요?
저는 투자 전문가가 아니라 광물자원 연구자이니, 판단의 기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적으로, 정책 발표와 광물 생산을 구분해야 합니다. AI 정책과 방향은 분기로 움직이지만 광산은 개발부터 생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에 시간에 따른 리스크가 매우 높은 분야입니다. 뉴스 헤드라인의 대부분은 양해각서와 착공 단계이니 타임라인을 잘 계산해 보아야 해요.
그리고, 중국 수출통제 뉴스에서 ‘금지’와 ‘허가제’를 구분해야 합니다. 허가제는 밸브입니다. 진짜 위험 신호는 새 품목 지정이 아니라 기존 허가 발급이 느려지는 것인데, 이건 기사 제목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를 구분해야 합니다. 희토류라고 뭉뚱그린 기사는 정보량이 적습니다. 자석의 성능을 좌우하는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과, 고온에서 자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디스프로슘·터븀은 공급 구조가 다릅니다. 진짜 급소는 후자입니다.
정치 변수와 관련해서, AI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은 투자의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미국에서 광물 안보는 드물게 초당적인 주제라 정책 자체가 후퇴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산업의 진짜 리스크는 반대편에 있습니다. 가격이 다시 조용히 내려가는 것입니다. 2024~2025년 리튬·니켈 가격 약세로 서방의 여러 신규·고비용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중단됐어요. 중국은 수출을 막지 않고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경쟁 프로젝트를 고사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게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봅니다.
공급망 안보는 투자가 아니라 보험입니다. 보험료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늘 낭비처럼 보입니다. 이 산업의 기업도, 이 정책을 만드는 국가도, 그리고 여기에 돈을 넣는 투자자도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섭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몇 년을 견딜 수 있는가. 대부분의 실패는 광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몇 년을 견디지 못해서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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