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뷰, 텍스트힙, 핸드메이드 다 있다! 9월에 성북천을 걸어야 하는 이유

📌필진 소개: 성북천 근처 보문에 3년째 살면서 동네 가게와 이웃 이야기를 기록하는 로컬 매거진 ‘돌고돌아 성북천’을 만들고 있는 정묵입니다. 올가을에는 성북동에 이웃들과 함께 쓰는 공간 ‘라운지돌돌’을 열 준비를 하고 있어요.

걷다 보면 멀리 북한산이 보이고, 옆으로는 한양도성 낙산을 끼고 있고, 아래로는 작은 하천이 흐르는 동네가 있어요. 바로 성북천이에요. 최근에는 봄 벚꽃이랑 여름 야장으로 입소문을 탔지만, 소란함 뒤에는 여전히 옛 서울의 고즈넉함과 주민들의 정이 짙게 배어 있는 곳이죠. 성북천을 소개하는 수식어로,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라는 표현을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골목골목 오래된 가게들 사이로 취향이 뚜렷한 젊은 사장님들이 하나둘 들어와 새로운 활력을 띠기 시작했거든요.

가을 성북천 은행나무길 전경 ©돌고돌아 성북천


저는 6년 전에 친구 따라 처음 성북천에 놀러 왔어요. 서울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면 정 붙일 동네가 하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때였죠. 대학가 원룸촌은 이웃이라는 감각이 없어서 삭막했고, 자연을 찾아간 우이천변은 머무를 카페나 서점이 없었어요. 자연도 있고 머무를 곳도 있는 동네를 찾다가, 3년 전엔 아예 보문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1년쯤 살았을 때 이 동네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차올라서 ‘돌고돌아 성북천’이라는 작은 로컬 매거진을 시작했어요. 천과 골목이 굽이굽이 흐르는 동네이기도 하고,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찾게 되는 동네이기도 해서 붙인 이름이에요.

동네를 소개하다 보니 성북천을 탐험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참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커피 한 잔 들고 천변을 걷는 사람, 카페 구석에서 문장을 줍는 사람, 창가 자리에서 지나가는 강아지를 세는 사람, 다양한 작업실의 문이 열린 날만 골라 다니는 사람. 도보 1시간짜리 짧은 하천인데 노포부터 공방, 야장, 갤러리까지 오밀조밀 들어차 있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가을 성북천에 어울리는 탐방 유형 네 가지를 제안해보려고 해요. 커피에 진심인 사람, 텍스트에 끌리는 사람, 창밖 풍경을 사랑하는 사람, 손으로 만든 물건을 모으는 사람 누구나 만족시킬 수 있는 ‘찐로컬 코스’랍니다.


찾아오는 방법도 간단해요. 4호선 한성대입구역이나 6호선 보문역에서 내리면 바로 성북천이거든요. 1·2호선 신설동역에서 시작해 거꾸로 올라오는 것도 좋고요.

☕ 커피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드립커피와 카페작업실이 있는 곳

성북천에는 유독 직접 로스팅을 하거나 핸드드립을 내리는 카페가 많아요. 커피 한 잔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창밖을 보게 되죠. 


카페 시와

  • 위치: 성북구 동소문로23길 40-1 1층 (성신여대입구역 도보 4분)
  • 영업: 월-금 10:00~21:00, 토-일 10:00~19:00
  • 추천: 잠봉 치즈 루꼴라 포카치아 샌드위치 12,000원, ‘과일같은’ 블렌드 핸드드립 8,000원

카페 시와 ©돌고돌아 성북천


‘시와’는 리투아니아어로 ‘잔물결’이라는 뜻이에요. 골목을 돌면 보이는 간판 한쪽엔 윤슬, 다른 한쪽엔 잔잔한 해변 사진이 붙어 있고, 안에도 자연 풍경을 담은 패브릭 커튼이 곳곳에 걸려 있어서 잠시 숲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권나무, 이랑, 김사월 같은 뮤지션들의 포크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공간과 딱 맞죠. 시와의 원두는 이름이 독특해요. ‘고급진’, ‘차같은’, ‘고소한’, ‘과일같은’ 같은 형용사형으로 이름을 붙여 놓고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게 해뒀어요. 저는 처음 갔을 때부터 ‘과일같은’을 자주 마셔요. 테이스팅 노트에 과일향이 쓰여 있는 커피는 많지만, 이렇게 싱그럽고 진하게 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여기에 직접 반죽하고 구운 포카치아 샌드위치를 곁들이면 하루의 행복이 완성되는 기분이에요.

노멀사이클코페

  • 위치: 종로구 명륜1가 32-7 (한성대입구역 도보 15분)
  • 영업: 인스타그램 @normalcyclecofe_ 참고
  • 추천: 그날의 싱글 오리진 아이스 5.0 부터

노멀사이클코페 손글씨 메뉴판 ©돌고돌아 성북천


혜화초등학교 근처 작은 골목에 있는 곳인데, 커피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해요. 2024년에 한 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는데, 동네 이웃들 인스타그램에 방문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 저도 참지 못하고 혼자 다녀왔죠.


이곳은 ‘카페’라고 부르기엔 조금 어색합니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기다리면서 사장님이 정성껏 내리는 손길을 구경하는 작은 ‘커피 작업실’에 가깝거든요. 삐뚤빼뚤한 손글씨 메뉴판을 보고 있으면 주문한 커피가 나오는데, 사장님이 원두 생산자부터 향의 뉘앙스, 어떻게 마시면 좋은지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세요. “와인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맛을 즐겨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다음 손님 커피에 집중하시는 뒷모습을 보면서 마시는 한 잔이 참 좋아요.


파일드

  • 위치: 동대문구 천호대로7길 17 1층 (신설동역 도보 3분)
  • 영업: 월~금 08:00~17:30, 토 10:00~19:00, 일 휴무
  • 추천: 필터 커피 7,500원부터, 파일 파운드케이크 6,500원

간판 대신 유리문에 작은 쪽지가 붙어 있어요. “커피, 음악, 식물, 그리고 사람.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함께.” 문을 열면 원목 가구와 길게 늘어진 식물 줄기가 먼저 반겨주죠. 평일 아침 8시에 문을 여는 성북천 쪽 카페는 드물어서, 출근 전에 들르는 동네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마신 에티오피아 원두는 첫 모금에 블루베리, 끝에 체리와 복숭아 산미가 남는 커피였어요. 스피커에서는 식물을 위한 음악이라는 1976년 앨범 [Plantasia]가 흘러나오는데, 이 공간의 분위기를 곡 하나로 설명하라면 이 곡이에요.


📚 ‘텍스트힙’이 흘러넘치는 동네

책 읽는 게 멋있어진, ‘텍스트힙’의 시대입니다. 그런데 성북천에는 진짜 힙한 ‘텍스트’ 공간들이 많이 있어요. 꼭 책으로 엮인 것이 아니더라도 멋진 문장이 흘러넘치는 곳이랍니다.


사서고생

  • 위치: 성북구 동소문로8길 15 2층 (한성대입구역 도보 5분)
  • 영업: 화~토 11:00~20:00, 일 11:00~18:00, 월 휴무
  • 입장: 12,000원 (앱 회원 가입 시 9,600원, 5,000원은 구매 바우처로 돌려받음, 커피·티 무제한)

사서고생 내부 풍경 ©돌고돌아 성북천


평범한 책방이라기보다 매일 북페어가 열리는 곳에 가까운 공간이에요. 창작자들이 서가 한 칸씩을 빌려 자기 책과 굿즈, 핸드메이드 제품을 직접 큐레이션하죠. 서가마다 정성스럽게 쓴 소개 문구가 붙어 있어서, 책보다 그 문장 읽는 재미로 한 바퀴 돌게 됩니다. 입장료가 있다는 게 처음엔 낯설 수 있는데, 5,000원은 구매 바우처로 돌아오고 커피와 티는 마음껏 마실 수 있어요. 미니북, 독서용 굿즈, 공예품까지 책을 매개로 한 손맛 나는 물건을 찾는다면 여기가 종착지예요.


녹기 전에 낱점

  •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로14길 8 003호 (한성대입구역 도보 10분)
  • 영업: 월~토 12:00~21:50, 일 12:00~19:50
  • 추천: 2가지 맛 5,000원

녹기 전에 낱점 매장 모습 ©돌고돌아 성북천


성북동 골목 초입에 있는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예요. 그런데 이 가게의 진짜 매력은 아이스크림보다 벽에 있어요. 손님들이 쓰고 간 방명록이 공간 곳곳에 붙어 있고, 에어컨에는 동네 이웃이 쓴 편지가 붙어 있기도 하죠. 갈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 있어서, 아이스크림 한 컵 먹는 동안 새로운 문장을 몇 개씩 만나게 돼요.


콜렉트마이페이보릿

  • 위치: 성북구 고려대로8길 33 1층 (보문역 도보 5분)
  • 영업: 화~토 12:00~22:00, 일·월 휴무
  • 추천: 핸드드립 커피 5,500원부터, 에그타르트 4,300원 

콜렉트마이페이보릿 빨간 테이블과 취향 공유 노트 ©돌고돌아 성북천


이름 그대로 ‘좋아하는 걸 모으는’ 카페입니다. 플로리스트로 7~8년 일하던 사장님이 같은 자리에 있던 꽃집을 카페로 바꿨어요. 얕고 넓게 좋아하는 게 많은 게 단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쌓이다 보니 오히려 힘이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간엔 자잘한 재미가 많아요. 대표적인 게 ‘취향 공유 노트’죠. 당신은 누구인지, 좋아하는 것 중 소개하고 싶은 게 있는지, 언제 그것에 반했는지 묻는 여섯 개의 질문에 손님들이 답을 적어요. 입구에 딱 보이는 자리가 아니라 살짝 아래쪽에 둔 것도 일부러래요. 관심 있는 사람이 발견하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채워져서 요즘은 살짝 숨겨둔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사장님이 모은 그림책, 손님들이 릴레이로 그리는 그림, 창밖 성북천을 5년째 바라보고 있는 나무 한 그루까지. 창가 빨간 테이블은 일찍 가야 앉을 수 있어요.


⛰️ 창밖의 멋진 풍경을 즐긴다면?

성북천 산책의 진짜 재미는 걷는 사람 구경이에요. 그 풍경을 창가 자리에 앉아 통째로 볼 수 있는 곳 세 군데를 골랐습니다.


호푸집

  • 위치: 성북구 성북로14길 7 1층 (한성대입구역에서 10분)
  • 영업: 화~토 18:00~24:00, 일 12:00~18:00, 월 휴무 
  • 추천: 산토리 스탠다드/크리미/클리어 3종 10,000원, 돈까스 15,000원

호푸집 시그니처 메뉴와 맥주 ©돌고돌아 성북천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성북동 골목을 가장 늦게까지 밝히는 작은 가게예요. 사장님 부부 둘이 운영하고, 슬로건은 ‘맥주는 작을수록 맛있다’. 


사장님 한 분은 서울에서 여섯 곳뿐이라는 생맥주 드래프트 마스터 자격을 갖고 있어서, 같은 생맥주를 스탠다드·크리미·클리어 세 가지로 따라줍니다. 


그런데 제가 이 집을 ‘풍경’ 맛집에 넣은 이유는 창가 자리 때문이에요. 이 골목이 성북동의 한가운데인데, 바로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컵 하나 들고 나오는 아이들, 언덕 위 학교에서 내려오는 고등학생들, 퇴근하는 직장인,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창밖으로 차례로 지나가죠. 저는 집에 가는 길에 뭔가 하나 부족한 날이면 발걸음을 돌려 여기로 와요. 집까지 10분이라고 느끼는데 막상 걸으면 30분인 거리인데도요.


아후아

  • 위치: 동대문구 천호대로7길 15 1층 (신설동역 도보 1분, 성북천 용신1교 앞)
  • 영업: 수~일 12:00~21:00, 월·화 휴무
  • 추천: 휘낭시에 3,200원, 롱블랙 4,500원

아후아 통창 너머 성북천 ©돌고돌아 성북천


성북천 제일 아래쪽, 청계천과 만나기 직전 신설동에 있는 카페예요. 호주식 커피와 프랑스 제과를 하는 곳인데, 바로 옆 브런치 바에서 낸 카페라 디저트 쇼케이스가 케이크부터 구움과자까지 하나하나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롱블랙은 아메리카노보다 진한데 부드럽고 깔끔해서, 산미 있는 커피에 지친 날 마시면 반가운 쌉싸름함이에요. 통창 너머로 성북천이 보이는데, 신기하게 창 안쪽은 호주나 유럽 어느 도시 같죠. 보문에서 출발해 신설동까지 내려오는 코스의 마지막으로 추천해요.


🧶 핸드메이드의 멋짐을 아는 분이라면?

성북천 근처엔 작업실 겸 가게가 많아요. 큰 간판도 없고 주말에만 문을 열기도 하는데, 그래서 더 찾아가는 맛이 있죠.


포코아르

  • 위치: 성북구 삼선교로11길 34 2층 (한성대입구역 도보 5분)
  • 영업: 인스타그램 @pocoar 참고

포코아르 작업실과 B급 컵 ©돌고돌아 성북천


동네에서 오랫동안 도자기 작업을 이어온 두 작가님의 스튜디오입니다. 얼마 전 빵집 2층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처음으로 문을 열고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했어요. 진열대 너머로 작가님들이 실제로 작업하는 공간이 보이는 게 이 가게의 재미죠. 눈여겨본 건 B급 컵이에요. 포코아르의 시그니처인 트리머그를 수없이 빚다 보면 모양이 살짝 다르게 나오는 컵들이 있다고 하는데, 사용엔 아무 문제가 없고 하나씩 살 수 있어서 친구 선물용으로 쟁여두기 좋아요. 개인지 고양이인지 늑대인지 모를 ‘행운의 동물’ 미니어처도 귀엽습니다.


모요집

  • 위치: 성북구 고려대로8길 37 1층 (보문역 도보 5분)
  • 영업: 주로 토·일, 가끔 금요일 (인스타그램 @moyojeep에서 여는 날 확인)

모요집 작업실 ©돌고돌아 성북천


앞서 소개한 콜렉트마이페이보릿 바로 옆집이에요. 사장님이 수집한 예쁜 원단이나 직접 그린 그림을 프린팅한 원단으로 작은 패브릭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 ‘모요일’의 작업실 겸 가게죠. 주말에만 문을 여는데, 문이 열려 있으면 꼭 들어가 보세요. 제품보다 사장님이 모아둔 수집품 구경이 더 재미있을 때도 있거든요. 지난여름엔 동네 이웃들이 보내준 고양이 사진으로 한쪽 벽을 채운 작은 사진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성북천은 벚꽃으로도 유명하지만, 은행잎이 노랗게 떨어지고 골목마다 감나무에 감이 달리는 10월 말부터 11월 초의 색깔도 정말 아름다운 동네이죠. 동네에서 3년을 살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어요. 동네가 좋아지는 건 대단한 명소 때문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들 때문이라는 거요. 뭘 사지 않아도 지나가다 인사하게 되는 사장님, 꽃이 폈다가 진 천변의 나무 한 그루, 길가에 내놓은 무료 나눔 박스에서 아무도 한 움큼씩 가져가지 않고 한두 개씩만 집어가는 풍경 같은 것들이요. 오늘 소개한 공간들도 결국 그런 장면을 만나러 가는 핑계인 셈이죠. 네 가지 유형 중 하나만 골라서 성북천을 걸어보세요. 돌고 돌아 결국 모이게 되는 동네, 성북천으로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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