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리턴청년은 제주에서 어디를 갈까? 예술가가 사랑한 섬, 나만 알고 싶은 제주 예술 공간

📌 필진 소개: 잘쓸레터 객원에디터 ‘잘쓸레옹’ 마린입니다. 제주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리턴청년으로서, 떠날 때는 몰랐던 제주의 아름다움을 다시 살아보며 하나씩 발견하고 있어요. 리턴청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제주의 매력과 일상여행을 소개합니다. 

‘리턴청년’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학업, 직장 등 다양한 이유로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청년을 의미한다고 해요. 저는 대학교 진학과 직장 생활을 위해 서울에서 살다 몇 해 전 고향 제주로 다시 돌아온 리턴청년이에요.

제주의 예술 공간들  ©마린 님


제게 제주는 지친 마음을 예술로 다독여준 회복의 공간이에요. 제주 곳곳의 아름다운 예술 공간에서 작품을 바라보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곤 했거든요. 그러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어요. 많은 예술가들이 제주에서 치유를 얻고, 그 마음을 담은 작품과 공간을 남겼다는 것을요.

오늘 소개할 곳들은 예술로 제주를 깊게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이에요. 바람의 숨결을 닮은 유동룡미술관부터 고요한 물방울이 흐르는 김창열미술관,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예술을 나누는 제주문화예술인마을 안에 위치한 제주현대미술관, 전통과 현대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본태박물관까지.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제주의 자연과 예술 공간으로 초대할게요. 복잡한 생각은 잠시 내려두고, 평온과 영감을 채우는 ‘제주 예술 산책’을 함께 떠나볼까요?


🌬 유동룡미술관 ITAMI JUN MUSEUM: 바람의 건축가가 남긴 사유의 공간 

  • 주소: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906-10
  • 운영시간: 화~일 10:00~18:00
  • 입장료: 성인 26,000원(티 서비스 포함)  

 ©마린 님


‘나는 아직도 물과 바다 사이를 떠다니고 있는 것일까?’ 평생을 경계인으로 살아온 건축가이자 예술가, 유동룡(이타미 준)의 철학과 삶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미술관 등 제주를 대표하는 건축물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어졌는지 그 비밀을 이곳에서 알 수 있죠.

‘건축은 자연과 나 사이의 새로운 세계를 매개하는 무엇’이라고 말했던 그의 철학처럼, 이곳에서는 바람과 돌과 빛을 담아낸 건축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한 예술가의 흔적도 함께 느낄 수 있고요.

제주를 떠났다 다시 돌아온 리턴청년으로서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것 같은 시간 속에 이타미 준이 건넨 메시지는 참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바람의 노래’라고 불리는 티 라운지에서 따뜻한 ‘바람의 차’를 마시며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죠. 아참, 도슨트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이타미 준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에게 늘 차 한 잔을 건넸다고 해요. 그의 따뜻한 마음이 계속 전해져서일까요? 유동룡 미술관은 ‘나’를 마주하고 싶은 사람에게 사유의 선물을 전해주는 곳이에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물방울 하나에 담긴 세계

  • 주소: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 운영시간: 화~일 09:00~18:00
  • 입장료: 성인 2,000원 

©마린 님

‘물방울 화가’로 불리는 김창열 화백이 평생동안 쌓아온 작품과 철학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처음에는 미술관 입구에 놓인 물방울 조각이 너무나 영롱하고 빛나서 그저 아름다운 작품을 그리는 화가인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미술관 안에서 그의 생애를 듣고 나서 물방울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6.25 전쟁을 겪으며 죽음과 고통 한가운데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예술가로서 이 아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처절한 고민, 그 모든 것이 물방울 하나에 담겨 있었던 거예요. 삶과 죽음, 슬픔과 고통, 그럼에도 살아가는 인간의 처절한 아름다움이요. 그래서일까요? 그의 작품 앞에 고요히 서 있으면 물방울이 말을 건네는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우리들 모두 잘 살아갈 수 있다고요.


🌿 제주현대미술관: 새소리와 함께 걷는 저지마을 예술 산책

  • 주소: 제주시 한경면 저지14길 35 
  • 운영시간: 화~일 09:00~18:00
  • 입장료: 성인 2,000원 

©마린 님


바쁜 일상에 지쳐 쉼이 필요할 때 찾아가는 퀘렌시아 같은 곳이 있나요? 저에겐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속 제주현대미술관이 그런 곳이에요. 저지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아름다운 새소리가 저를 반갑게 맞이해줘요. 그 소리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듯 걷다 보면 제주현대미술관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제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전시, 제주와 맞닿은 이야기을 담은 전시를 주로 선보여요. 이번에 만난 <곶자왈: 시간을 머금은 숲> 전시도 그랬어요. 제주에 대해 이미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곶자왈을 마주하니 곶자왈이 품은 생명력과 제주의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늒게 됐거든요.


미술관을 나서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저지마을 곳곳에 자리한 예술가들의 공간을 만날 수 있어요.  박서보 화백의 서보미술문화공간, 돌 조각가 이창원 작가의 작업실, 제주 갈옷 명인 양순자 선생님의 몽생이 공방처럼요. 마을을 걷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예술 여정이 되어줄 거예요


🍏 본태박물관: 본래의 아름다움, 전통과 현대가 조우하는 곳

  •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69
  • 운영시간: 월~일 10:00~18:00
  • 입장료: 관람 패키지에 따라 상이  

©마린 님


‘本態(본태): 본래의 모습’이라는 이름에 본태박물관이 전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어요. 이곳은 오랜 세월의 흔적에 가려진 문화 본연의 모습을 탐색하는 공간이에요. ‘다음 세대에게 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설립자의 고민도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있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미술을 함께 담아내기 위해, 제주의 자연을 품은 빛과 물의 공간을 지었어요. 왼편에 한국 전통 담장을 두고 오른편으로는 바람에 따라 흐르는 물을 감상하며 걷는 그 길이 이어져요. 그 길 위에서 제주의 자연과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안도 다다오의 건축 언어로 느낄 수 있어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과 작품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돼요. 최근에는 신관 본스타도 개관했는데요. 스테인리스 외벽에 제주의 빛과 바다가 실시간으로 비치는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에요. 수많은 작품 중 저는 꼭두가 특히 마음에 남았어요. 상례 의식에서 상여를 장식하던 조각품인데, 떠나는 사람을 위해 정성껏 만든 그 손길에서 옛 선조들이 사람의 마지막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가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본태박물관에서 놓치면 안 되는 공간이 있어요. 바로 안도 다다오의 <명상의 방>이에요. 미로처럼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박물관을 거닐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들을 찬찬히 떠올리며 오롯이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어요. 

©마린 님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제주의 예술 공간, 어떠셨나요? 글을 읽는 이 순간만큼은 복잡한 생각이 잠시 사라지고, 예술과 자연이 건네는 위로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저는 제주현대미술관을 나서면서 전시 제목 <곶자왈: 시간을 머금은 숲>이 머리속에 오래 맴돌았어요. 작가들의 시선 속 곶자왈은 생명의 근원이자 제주인의 삶과 애절함이 깃든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주말을 맞아 교래리 곶자왈을 걸었는데, 캔버스 속에서 봤던 그 초록빛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지는 듯했어요. 미술관 안에서 예술로 만난 제주가 자연으로 이어지는 경험이었죠. 


마치 산책하듯 예술 공간과 작품을 거닐며 일상 여행을 떠나보세요. 예술과 자연이 건네는 위로가 삶에 회복 에너지를 채워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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