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인
관세와 대미 투자가 관건이었어요
경주 APEC 한미정상회담 이후 16일 만에 청와대와 백악관의 공동 ‘팩트시트’가 발표됐어요. 팩트시트는 합의 내용을 1~2페이지로 요약한 공식 브리핑 문서예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가장 기다렸던 건 바로 관세와 대미 투자에 관한 결정 사항이었는데요. 먼저, 품목별 관세는 일본과 같은 기본 15%로 정해졌어요.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던 3500억 달러는 지난 8월에 정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투자 1500억 달러로 구성돼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는 매년 200억 달러씩 할부로 지급하고, 원금 회수 때까지 수익은 한미 양국이 5:5로 나눠요. 우리가 투자한 원금이 모두 회수되면 이후에는 미국이 수익을 90% 가져가요. 수익의 10%밖에 가져오지 못하고,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도 우리가 전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자금 투여 행위를 ‘투자’라고 부르긴 사실 어려워요. 그럼에도 미국에 수출하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준수한 조건들이에요. 팩트시트 발표 직후 정부와 국내 재계 총수들은 주말에 회동을 갖고 앞으로 대처 방안을 논의했어요.
안보에서는 ‘질서의 변화’가 반영됐어요
팩트시트에 담긴 국방·안보 분야 내용도 중요해요. 팩트시트에는 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명시되었어요.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인터뷰도 했어요. 핵추진 잠수함이 갖는 군사적인 의미는 커요. 경제에도 영향이 있어요. 잠수함에 사용할 핵연료를 만들려면 사용후 핵폐기물 재처리와 핵농축이 허용되어야 해요. 원자력 발전에 필수적인 조건이죠. 핵 재처리에 대해서는 일본에 준한 대우로 격상된 건데, 아직 미국 의회 비준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미국 중심 국제 정치에서 우리나라의 책임과 권리가 강화됐다고 볼 수 있어요.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군사력 있는 동맹국이 필요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