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가 취미가 될 수 있다면? 한강 위에 직접 황포돛배를 띄우다 ⛵


필진 소개 : 전통문화는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줄까요?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발행하며, 우리 삶에 전통문화가 주는 가치를 연구하고 있는 문주입니다. 현재는 회원 수 480여 명의 네이버 카페 ‘전통문화 커뮤니티 교하’를 운영하며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전통문화를 좋아하시나요? 한국인이라면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막상 관심을 갖고 ‘덕질’을 하기에는 다소 막연한 분야이기도 하죠. 하지만 최근에는 ‘경복궁 생과방’이나 ‘창덕궁 달빛기행’처럼 정부에서 진행하는 전통문화 프로그램이 생겨나 큰 인기를 끌기도 하고요. 고궁에서 고운 한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거나, 전통 문양이 담긴 굿즈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이런 변화들을 지켜보다 보면, 저도 문득 재밌는 상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출처: 교하, 전통문화 커뮤니티 내 찻자리와 매놓기(매사냥) 행사 사진


서울에 사는 저는 퇴근길마다 한강철교를 지나는 1호선 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용산역을 지나 한강을 건널 때면 꼭 창밖을 보게 되는데요. 어둠이 짙게 깔린 한강과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는 게 소소한 행복이거든요. 창밖으로 한강을 바라보다가 ‘현재의 한강에 조선시대에 사용하던 배를 다시 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이야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33개에 달하지만, 정작 한강에 처음 다리가 놓인 건 1900년의 일이었어요. 그전에는 어떻게 한강을 건넜을까요? 마포, 반포, 노량진, 한강진 등 ‘포’나 ‘진’으로 끝나는 서울 지명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포와 진은 모두 배가 다니는 나루터를 뜻하는 말이에요. 예전에는 한강의 나루터를 통해 강남과 강북을 오갔지요. 그 나루터를 오가는 배의 종류도 아주 다양했는데요, 특히 황토로 염색한 돛을 달고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황포돛배’가 대표적이었습니다. 황포돛배는 돛의 힘으로 연안까지 나아갈 수 있어, 충청도나 강원도에서 남한강·북한강 수운을 따라 서울로 물자를 실어 나르는 데도 쓰였다고 해요.

출처: 선유도 <주유청강>, 혜원 신윤복


사실, 돛배는 교통수단 역할만 한 것은 아니에요. 소위 뱃놀이라고 불리던, 조선 시대의 ‘선유(船遊)’ 놀이는 원래 양반들의 풍류였습니다. 신윤복이 그린 선유도를 보면 시와 술, 자연과 배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이 잘 담겨 있죠. 절벽을 따라 둥둥 떠가는 배 위에서 자연의 흐름에 내 몸과 마음을 포개는 시간.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지 않나요?


그러다 문득, 과거의 낭만을 재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현대의 한강 위에서 옛 풍류를 즐겨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지난 5월, 서울에서 여름맞이 전통문화 행사를 하나 개최했습니다. 바로 황포돛배 실물을 실제 한강에 띄워 뱃놀이를 즐기는 행사였어요.

출처: 교하, 장인에게 빌린 돛배와 돛배를 개량한 사진


지금 우리나라에서 전통 배를 만드는 장인은 정말 드뭅니다. 몇몇 지자체에서 배 만드는 기술인 ‘조선장’을 무형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지만, 이 기술을 온전히 전수받은 장인들은 대부분 작고하셨어요. 서울시 무형유산 조선장 종목의 보유자는 몇 해 전 작고하셨고, 경기도 무형유산 조선장 보유자셨던 김귀성 장인도 작년에 작고하셨습니다. 다행히 김귀성 장인의 동생인 김현성 장인이 그 기술을 이어오고 계셨고, 몇 척의 배도 보유하고 계셨어요. 저희는 그분과 연락이 닿아 배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를 구한다고 끝이 아니었어요. 배를 수선하고 보강해 실제로 띄울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죠. 돛을 따로 만들고, 배의 갈라진 틈에는 대나무밥을 끼워 넣어 수선했습니다. 그럼에도 행사 당일 배에 물이 차올라, 바가지로 퍼내느라 허둥지둥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어려운 일이었지만, 참 재밌었습니다.

출처: 교하, 황포돛배 행사 당일 현장


행사 당일에는 반포한강공원의 협조 덕분에 황포돛배를 한강에 띄울 수 있었고, 걱정이 무색하게도 배는 아주 잘 움직였어요. SNS를 통해 20여 명의 참여자를 모집했는데요. 인원이 많아 세 타임에 걸쳐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차와 다식을 나누며 배 위에서 한강을 유람하는 형식으로 행사가 진행됐어요. 계절에 맞게 장미차, 목련차 같은 제철 꽃차를 준비했고, 참가자분들이 저마다 다식을 가져오셔서 덕분에 더 풍성한 자리가 되었답니다. 드넓은 한강 위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던 순간, 마치 유유자적한 옛 선비가 된 기분이었어요.


강바람 부는 배 위의 찻자리는 낭만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배를 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보다 가볍게, 여름에 즐기기 좋은 전통문화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출처: 노송정고택 웹사이트, 교하 연꽃차


1. 고택에서 보내는 풍류 여행

보통은 여행을 가면 현대적인 숙소를 많이 이용하시죠. 그런데 고택, 특히 종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험은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안동에는 농암종택이나 노송정 종택 같은 유서 깊은 고택이 많아요. 물론 현대식 시설에 비하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한옥 고유의 감각과 풍광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을 줍니다.


2. 연꽃으로 즐기는 여름 풍류

선비들은 여름마다 연꽃을 즐겼어요. 연잎에 술을 마시거나, 연못을 감상하며 계절을 보냈죠. 요즘에는 냉동된 연꽃도 판매합니다. 피지 않은 채 유통되며, 뜨거운 물을 부으면 금세 해동돼요. 조심스럽게 꽃잎을 펼치며 차를 우려내는 그 과정마저 하나의 풍류입니다.


3. 부채로 즐기는 단오의 멋

단오에는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어요. 이를 ‘단오선’이라고 부르죠. 요즘 같은 여름, 전통 부채를 한번 써보는 건 어떨까요? 전주에는 국가무형유산 선자장 보유자인 김동식 장인의 공방 ‘동성공예가 있고, 온라인 구매도 가능해요. 장인이 손으로 직접 만든 부채는 가격은 다소 있지만, 수리도 가능하고 오래 쓸 수 있어요.


저는 삶에 사치, 허영, 예술, 이타심 같은 요소들이 섞여야 더 풍요로워진다고 믿어요. 그리고 그 것을 낭만이라고 부릅니다. 고택에 머물고, 연꽃을 우려 마시고, 부채를 부치며 장인의 손길을 느끼는 일이 번거롭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낭만이 있거든요. 이런 풍류가 주는 기쁨, 여러분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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